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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는 고담준론(高談浚論)이 아닙니다. 칠십 노인이 된 등촌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변잡담(爐邊雜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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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행 막차를 탄 시인 이삼헌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6-02-26 (금) 16:45:43

 

구정(舊正)은 고향의 설날인가 보다. 자녀들이 몰려와 떡국을 먹었는데도 고향생각 여전하다. 고향길 찾듯 친구집을 찾아가 커피를 나누고 돌아오니 저녁이다. 어둠속을 걸어가면서 고향생각을 불러본다. 서쪽 하늘에 별들이 반짝인다. 2절을 부르는데 아내가 먼저 목이 메인다.

 

고향하늘 쳐다보니 별떨기만 반짝거려/ 마음없는 별을보고 말 전해 무엇하랴

저달도 서쪽산을 다 넘어가건만/ 단잠 못이뤄 애를 쓰니 이밤을 어이해

 

아파트로 들어오면서 편지함을 열었다. 누런 봉투로 포장된 책 한권이 들어있다. 서울에서 온 에어메일. 시집 '의정부행 막차를 타고...'

 

이계선 조카님에게. 저자 이삼헌드림

 

감격! 구정 설날에 이런 선물을 받다니! 나는 시집을 펴다말고 눈을 감았다. 내 마음은 타임캡슐을 타고 60년전의 고향시절로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안중학교 다니는게 창피했다. 동기들은 서울로 올라가 서울중 경복중 용산중 경동중에 다니면서 장원급제를 한양 으시대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시골 안중중학교라니? 낙향한 낙방거사처럼 울분으로 삼년을 지냈다. 3년동안 내 가방은 무거웠다. 절치부심(切齒腐心)으로 공부하느라 참고서를 가득채워서 그런게 아니었다. 소설책과 술병이 들어있어 무거웠다. 3년동안 공부시간에 소설만 읽었다. 삼국지는 열 번도 더 읽었다. 학교가 파하면 안중시장에 들려 반홉짜리 샛별소주를 샀다. 술병을 까마시고 갈짓자로 걸으면 취생몽사 20리 귀가길에 그렇게 즐거울수가 없었다.

 

안중중학교는 아침마다 조회를 했다. 교장 교감선생님이 번갈아가며 훈시(訓示)를 했다. 난 학자풍의 유세준교장선생님보다 정시우교감선생님의 훈시를 더 좋아했다. 교감선생님은 당신의 훈시대신 졸업생들이 보낸 편지를 읽어주셨기 때문이다.

 

오늘도 여러분의 위대한 선배 이삼은군이 보내준 편지를 낭송하겠습니다. ‘잊을수 없는 은사 정시우 교감선생님에게-”

 

! 도입부부터 멋지구나. “잊을수 없는 은사 정시우교감선생님에게

 

난 지금도 작품중에 편지쓰기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초등하교 5학년때 위문편지 잘못 쓰고 되게 혼이 난적이 있기 때문이다. 엄동설한에 고생하는 국군장병에게 위문편지를 보내자는 숙제가 내렸다. 맘에 드는 명문을 여기저기에서 골라 짜깁기를 했다.

 

꽃피고 새우는 춘삼월 양춘가절에, 기체후 일향만강하옵시며 가내제절이 균안하옵신지요?” 로 시작한것 까지는 그래도 나앗는데 끝에 패착을 두고 말았다. ”장병아저씨의 무운을 빌며 아울러 명복을 비나이다로 끝냈기 때문이다. 답장이 올 리가 없었다. 명복을 비나이다 때문에 정말 전사한건 아닐까? 두고두고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교감선생님이 읽은 선배의 편지는 달랐다. 꽁트처럼 재미있고 시어처럼 아름다웠다. 졸업선배들의 편지중에 3인방이 인기있었다. 그 이름 이삼은 이계선 최병국. 안중중학교는 세사람을 3인의 천재라고 불러줬다. 3인중에 이삼은선배가 단연 발군이었다. 중학교시절 그가 쓴 시골소년의 글이 월간지 학원에 단골로 실렸다. 대학교때는 전국대학생 시낭송대회서 장원으로 뽑혔다. 대학가요제가 없던 그 시절 자작시 낭송대회는 유일한 대학낭만축제였다. 1962년에는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기도 했다. 심사위원이 조지훈 조병화였다. 당시 등단은 장원급제보다도 어려운 하늘의 별따기였다.

 

3인의 선배들은 편지말고 꽁트 시 수필을 자주 보내곤 했다. 국어시간에는 선배들이 보낸 작품을 문장독본으로 삼아 공부했다. 난 시골중학교 다니는게 싫었지만 국어시간만은 좋았다. 그러다 보니 문예부장까지 됐다. 3인의 천재선배 때문이다. 그들은 나의 우상이었다. 만나보고 싶었다. 중학교 졸업후 35년만에 이계선선배를 만났다. 같은 함평이씨 종친이었다.

 

가짜이계선이 진짜 이계선형님을 뵙습니다

아이구, 아우님이 진짜이계선이지요. 난 이계선이름을 망친 이계선입니다.”

 

그는 경찰에 투신했다가 병들어 고만뒀다. 문학을 버린걸 후회하고 있었다. 죄라도 지은 것처럼. 최병국선배도 만났다. 법무부 주간신문 편집국장일을 보고있었다. 그가 쓴 시집을 읽어보니 법률용어처럼 딱딱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안중문학 특유의 유모어가 묻어있었다.

 

찾아도 뒤져도 이삼은선배는 오리무중. 세월의 흐름에 밀려 나는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한국에서 발행하는 '문학의 강''괭이 갈매기'라는 수필이 실려 있었다. 중량천 뚝을 걸으면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괭이갈매기의 울음소리. 나도 어디서 갈매기울음소리를 들어 본듯한 기분이 들게하는 글이었다. 글쓴이의 이름이 이삼헌이었다. 이삼은과 3분의 2가 같구나! '문학의 강'으로 연락해보니 이명동인(異名同人) 이삼헌이었다. 시골사람들은 ''''으로 발음한다. 그래서 교감선생님은 삼헌이삼은이로 부른것이다. 아저씨항렬이었다.

 

평택은 함평이씨의 메디나다. 고려조의 대신 이언(李彦)이 함평에 터를 잡으면서 함평이씨가 시작됐다. 이언의 종묘가 있는 함평은 함이의 메카다. 조선초기 함평이씨 중길이 정부의 박해를 피해 평택으로 숨어들어 지금 포승면 대덕산아래에 터를 잡았다. 평택군 8개면중 서부 4개면에 함이들이 많이 산다. 그중에 포승면 내기리는 함이의 메디나다. 함이(咸李)터를 잡았다고 해서 내기리(內基-안터). 내기리 둘래에 있는 회곡리 방림리 석정리 홍원리 그리고 방림리 옆의 현덕면 운정리가 함평이씨의 강세지역이다. 함평이씨의 사당이 있는 대덕산줄기에서 함평이씨 인물들이 많이 나왔다. 국회의원 이병헌 이자헌 이계안 이계경이 이곳 출신들이다. 이삼헌시인 이계학박사 이계송화가 형제도 대덕산정기를 받고 자랐다. 방림리옆 운정리는 평택군부자들이 모여사는 부자촌이다. 내기리에서 태어난 우리아버지는 방림리 운정리를 지나 글갱이로 양자로 오셨다.

 

이삼헌시인. 중학교로 보나 함이집안으로 보나 가까운 분이다. 62년도에 등단한 시인이 54년만에 첫시집을 냈다. 아주 드문일이다. 대신 30권의 가치가 함축돼있는 보석같은 시집이다.

 

'의정부행 막차를 타고'

 

통금시대가 아닌데 막차를 타다니? 삼헌아저씨의 시에는 막차를 타고 통금시대를 여행하는 서정과 낭만이 있다. 소리 내어 '두물머리'를 읽어보자. 애송시로 훌륭하지 아니한가?

 


물안개 자욱히 산을 휘감고 아침해가 느티나무를 물속으로.jpg

     

두물머리

-이삼헌-

 

마음 시린 날이면/ 양수리/ 두물머리로 가보게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서/ 몸을 섞으며 하나로 태어나는곳

물안개 자욱히 산을 휘감고/ 아침해가 느티나무를 물속으로

밀어넣으면/ 그리운 사람 고인돌 밟고 걸어올걸세

 

한밤내 고운 잠자고/ 수연(水蓮)이 배시시 문을 여는

안개를 걷어내면/ 수초들이 우아하게 머리 감는곳

 

달개비꽃 능소화 나팔꽃도 고개 올려

시샘하지만/ 그리운 사람 바람밟고 걸어올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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