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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는 고담준론(高談浚論)이 아닙니다. 칠십 노인이 된 등촌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변잡담(爐邊雜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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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선물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1-08-26 (금) 02:02:21

젊은 시골교회 목사 시절 나는 단벌 신사(紳士)였다. 양복은 물론 와이셔츠와 심지어 속옷까지 죄다 단벌이었다. 그런데 단벌 넥타이가 문제였다. 주일 낮이나 삼일(수요일) 밤이나 늘상 똑같은 넥타이만 매고 설교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결혼식, 장례식까지 똑같은 모습이니 보는 눈초리들이 이상했다.


 

www.ko.wikipedia.org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서울을 다녀온 장로님이 넥타이 선물을 한보따리나 갖고 오셨다. 눈물 겹도록 고마웠다.

(역시 장로님이 최고야!)

그런데 넥타이 때깔이 좀 이상했다. 상표가 없는 놈, 색깔이 바랜 놈, 해어진 놈… 알고 보니 중고품 넥타이었다. 중고품 자동차 소리는 들어봤지만, 중고 넥타이 선물을 받아 보기는 난생 처음인지라 당황해 하는 날 보고 장로님이 사연을 설명했다.

옛 면장을 지낸 그 장로님이 현대그룹 간부로 있는 아들을 만나러 서울 여의도 아파트로 찾아가니 쓰레기통에 넥타이가 한아름 쳐박혀 있는게 보였다. 개 눈엔 X만 보인다더니 자나깨나 목사님의 단벌 넥타이 생각이었는지라 눈이 번쩍 띄였다. 저걸 우리 목사님이 매면 얼마나 근사할까?

"얘야, 저 넥타이 나 좀 다오"

"아버지, 저건 낡고 오래된 구식 넥타이라 버리는 거예요. 창피하게 저걸 매시려고 그러세요?"

"아니야. 목에 맬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빨래줄로 쓰려고 그래"

떼를 쓰다시피 사정사정해서 갖고 온 거란다. 눈물이 핑 돌았다.

(이럴수가 있을까. 제 자식이 매다 버린 넥타이를 담임목사에게 선물하다니?)

나는 장로님이 보는 앞에서 그 넥타이로 목을 매고 꿱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선물 고맙다고 넥타이 보따리에 손을 얹고 기도하는데 눈물이 철철 흘렀다. 고마워서 울었는지 억울해서 울었는지 난 지금도 그 때 흘린 눈물의 소속(所屬)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장로님이 돌아가자 부엌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당신, 이리 와봐!"

"여보 왜 그래요. 장로님과 싸웠어요?"

"아 글쎄 장로가 제 새끼가 매다버린 쓰레기 넥타이를 나보고 매라는 거야, 이거 당장 아궁이에 처넣어버려!"

"그건 안돼요. 넥타이 불태워 버린 거 장로님이 알면 당신 쫓겨나요."

맞는 말이다. 나는 화가 나서 넥타이 보따리를 장롱 속에 처박아 버렸다.

그런데 다음 주일부터 문제가 생겼다. 설교시간이면 장로님이 굳은 표정으로 내 목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치빠른 아내가 서둘렀다.

"여보, 장로님 눈치가 심상찮아요. 선물 넥타이 맸나 안 맸나 설교 때마다 체크하고 있어요."

겁이 더럭 났다. 에라 모르겠다, 그렇다면 실컷 매 주자! 나는 장롱 속에 처박아뒀던 넥타이 보따리를 꺼내, 주일 낮에는 빨강, 밤에는 파랑, 심방 때는 노랑으로 매일 돌려가며 바꿔맸다.

그랬더니 장로님 얼굴에 금방 화색이 돌고 입에는 함박 웃음이 가득했다. 그때부터 내가 무슨 설교를 하든지 선물 넥타이만 맸다 하면 장로님은 무조건 은혜를 받고 "아멘" 하는 것이었다.


 

www.en.wikipedia.org

나는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면 은밀하게 소원 기도(所願祈禱)를 하는 버릇이 생겼다.

"하나님, 소원입니다. 한 보따리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하나, 그러나 한번도 안 매어 본 새 넥타이 하나만 선물로 주십시오."

그 후로 나는 선물 중에 넥타이 선물을 최고로 치는 버릇이 생겼는데 철저하게 새 넥타이라야만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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