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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는 고담준론(高談浚論)이 아닙니다. 칠십 노인이 된 등촌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변잡담(爐邊雜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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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둥지위로 날라가버린 747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1-08-27 (토) 13:22:27

“747을 아십니까?”

“이번에 새로 나온 대한항공의 초호화판 점보 여객기 이름이 아닙니까? 2층에 빠와 고급연쇄점이 있다는 그 비행기 말입니다.”

“아닙니다. 747은 뻐꾸기둥지위로 날라 가 버린 새를 말합니다.”

“뻐꾸기는 둥지가 없다는데, 뻐꾸기 둥지위로 747이라는 새가 날라가 버렸다니요?”

뻐꾸기는 둥지를 만드는 기술이 없다. 그래서 알을 남의 둥지에 낳고 남의 부모에게 제 새끼를 양육케 한다. 뻐꾸기가 알을 낳을 때는 꾀꼬리 둥지를 찾는다. 꾀꼬리를 졸졸 따라다니다가 꾀꼬리가 집을 지으면 숨어서 엿본다. 집을 다 짓고 나면 산란(産卵)할 틈을 노린다.

 

▲ 뻐꾸기(왼쪽)와 꾀꼬리 www.ko.wikipedia.org

꾀꼬리는 알을 낳으면 오후에 둥지를 비우는 습성이 있다. 꾀꼬리가 잠간 둥지를 비운 사이 뻐꾸기는 날쌔게 꾀꼬리 둥지로 들어가 얼른 알을 낳는다. 그리고 자기가 낳은 알만큼 꾀꼬리 알을 땅에 떨어뜨려버려 숫자를 맞춘다.

꾀꼬리 알은 15일 만에 부화(孵化)하고 뻐꾸기 알은 9일 만에 부화한다. 꾀꼬리보다 6일 먼저 태어난 뻐꾸기새끼는 몸도 크고 힘도 세게 마련. 6일 늦게 알을 까고 나온 꾀꼬리 새끼를 밀어붙이거나 펑퍼짐한 등에 업어 땅에 떨어뜨려 죽게 하고 저만 홀로 꾀꼬리어미의 사랑을 받고 자란다. 20일 가량 되면 완전한 뻐꾸기가 되어 꾀꼬리 둥지를 떠나 엄마를 찾아 날라 간다.

그러나 뻐꾸기는 일생동안 새끼는 어미를, 어미는 새끼를 모르고 산다. 그래서 여름철이 되면 뻐꾸기는 소나무 가지에 앉아 외롭게 뻐꾹 뻐꾹 울어대면서 모녀가 서로를 그리워한다. 내 고향 글갱이에는 뻐꾹 산이 있다. 민둥산인데 산꼭대기에 늙은 소나무 한 그루가 외롭게 서있다. 진달래가 필 무렵이면 뻐꾸기가 나뭇가지에 앉아 여름내 울어댄다. 뻐꾹 뻐꾹 뻐뻑꾹! 그래서 뻐꾹산이다.

이명박정부의 청와대는 뻐꾸기둥지와 같다. 이명박은 정치인이 아니다. CEO 사장출신이다.

비정치인 이명박이 어떻게 정치로 잔뼈가 굵은 직업정치인들을 몰아내고 청와대의 주인이 됐을까? 뻐꾸기둥지 작전 때문이다. 꾀꼬리둥지에 알을 낳아 꾀꼬리 새끼들을 몰아내고 둥지를 차지한 뻐꾸기작전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명박은 현대건설신화의 후광(後光)을 업고 국회의원이 됐다. 선거법에 걸려 중도하차했지만 운좋게 서울시장이 됐다.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을 복원하여 대박을 터뜨린 여세를 몰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된다. 공약이 꾀꼬리소리처럼 달콤했다. 이름 하여 “747” 공약이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747 공약을 이행하겠습니다. 7=10년 안에 세계 7대강국이 되게 하겠습니다. 4=10년 안에 국민개인소득 4만불 시대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7=매년 경제성장율 7%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747입니다”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가난한 시골소년에게 점보707비행기를 타고 세계일주를 시켜주겠다는 약속만큼 파격(破格)이었다. 못 생긴 뻐꾸기새끼가 꾀꼬리둥지를 차지하듯,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슬픈 뻐꾸기인생이 아름다운 꾀꼬리팔자로 바꿔지겠지? 국민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747! 747!”

사람들은 747을 입에 달고 다녔다. 뉴욕의 S목사는 공개적으로 747설교를 하면서 이명박의 선봉장(先鋒將) 노릇을 했다. 너도나도 이명박을 찍었다. 전과13범이 문제가 아니다. 도덕적으로 흠집이 있어도 상관없다. 우리식구 한사람 한사람이 일년에 4만 달러를 벌게 해준다는데 아무러면 어떤가? 한국대선사상 가장 압도적인 표차로 이명박대통령이 탄생했다.

그런데 4년이 지나고 보니 747은 뻐꾸기둥지위로 날라 가 버린 새가 되고 말았다. 이명박은 꾀꼬리가 아니었다. 꾀꼬리둥지를 차지하고 있는 뻐꾸기였을 뿐이었다.

 

그래도 747을 누린 계층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재벌들은 747을 타고 4년간 승승장구(乘勝長驅)했다. 747은 재벌들의 전용기가 된 셈이다. 이명박정권 4년간 서민들의 경제성장은 마이너스에 가까웠다. 그런데 재벌들은 747을 타고 고공성장을 즐기고 있다. 지난해 삼성 그룹 매출액은 100% 성장이었다나? 오 마이 갓!

지난 5월 한국 여행 중 오산에 묵을 때였다. 입고 다니는 바지가 더러워 마구 입을 바지가 필요했다. 누가 이마트를 소개하여 가봤다. 미국의 K마트보다 훨씬 크고 호화로웠다. 바다처럼 넓은 매장이 층층 4층이었다. 발 디딜 틈이 없이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이곳에서 싸구려바지를 하나 샀는데 기분이 아주 좋았다. 미녀의 살결처럼 부드러운 촉감에 질도 좋았다. 연한 청자색상과 패션도 나무랄 데가 없다. 무더운 여름에 이바지를 입으면 시원했다. 나는 이놈을 작업복으로 입고 등산도 하고 시골길도 걸으면서 한국을 누비고 다녔다.

그런데 미국으로 돌아와서는 신주 모시듯 옷장에 모셔뒀다. 외출할 때 그것도 고급파티에만 입고 나가기 때문이다.

“참 멋지고 고급스런 바지를 입으셨군요. 그 바지 한국 어디서 사셨나요?”

“오산 이마트에서 샀지요”

“이마트가 대단히 좋은 마켓인가 보군요”

“미국K마트의 몇배나 되는 크기에 ‘E-마트피자’에서부터 여성패션까지 모든 생필품이 가득한 값싸고 호화로운 종합매장입니다”

나는 입이 달토록 이마트를 선전(宣傳)했다. 그런데 우면산이 무너지던 날 이마트의 실체를 알고 크게 놀랐다. 폭우로 우면산이 무너져 내릴 때 구학서 신세계 회장 부인이 숨졌다는 기사가 나왔다. 구학서가 누굴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마트의 신화를 만든 주인공이었다.

내친김에 이마트도 알아봤다. 삼성의 중견간부를 지낸 구학서는 신세계백화점의 CEO로 발탁된다. 신세계백화점의 주인은 이병철의 딸이다. 신세계는 명동과 영등포역전 두 개뿐이었다. 전국에 깔려있는 롯데마트에 크게 밀리고 있었다.

구학서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요지마다 대형 슈퍼마켓을 세웠다. 풍부한 삼성자금으로. 이병철가의 성을 따서 이마트라 이름 했다. 현재 전국에 퍼져있는 137개의 이마트는 한국 유통업계를 장악하고 있다. 63개의 대형마트로 승승장구하던 롯데마트는 이마트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그러나 최대의 피해자는 구멍가게를 하고 있는 영세상인 들이다.

오산에 이마트가 들어서자 1000개의 구멍가게들이 망했다고 한다. 이마트는 영세가게들을 잡아먹고 성장하는 공룡이기 때문이다. 어느 도시에서 이마트가 개업식을 하는 날이었다. 허름한 축하객들이 몰려와 이상한 선물을 내놓았다.

“똥보다도 더러운 놈들아. 옛다! 이똥 받아라. 너희들은 삼성전자 삼성자동차 삼성건설 같은 대형사업으로 그만큼 돈을 벌었으면 됐지, 이마트까지 만들어 가난한 서민가게들을 굶어죽일게 뭐냐?”

똥물을 뒤집어쓰자 견디지 못하고 철수했다. 여론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재벌들이 잘돼야 수출이 늘고 국력이 늘어난다. 그러나 재벌만 살찌우는 국력신장은 오히려 국가의 불행이다. 수출에서 벌어드린 돈으로 이마트 롯데마트를 만들어 영세상인들을 망하게 한다면 이는 정부의 잘못이다.

역사를 보면 권력자와 부자를 위한 정권은 언제나 나라를 망하게 했다. 중국의 후한말년이 그랬고 백제말년의 의자왕이 그랬다. 그러나 가난한 서민을 걱정하는 정권은 항상 국가를 부흥시켰다. 세종대왕이 그랬고 영조가 그랬다.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투표에서 패배하자 서울시청은 뻐꾸기가 날라 가버린 빈 둥지가 돼버렸다. 사람들은 청와대까지 그 꼴이 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747은 날라가 버렸어도 청와대는 무탈해야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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