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앤젤레스의 한인고교생이 링컨센터에서 열린 메모리얼데이 연합합창단 무대에 서서 화제가 되고 있다.
LA 토랜스의 웨스트하이스쿨에 재학중인 이하빈(18) 군은 27일 링컨센터 에이버리 피셔홀에서 열린 2013 메모리얼데이 기념 콘서트에서 모두 8곡의 합창에 참여했다. 이날 행사는 ‘디스팅귀시드 콘서트 인터내셔널(DCINY)’가 주최한 행사로 오케스트라와 연합합창단 등 4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무대로 펼쳐졌다.

DCINY는 해마다 메모리얼데이에 링컨센터에서 특별콘서트를 열고 있다. 이 콘서트의 특징은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는 합창단을 미 전역에서 선발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총 8개의 합창단이 엄선(嚴選)됐다.

10대 고교생부터 6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347명이 무대에 올랐다. 이하빈 군이 소속된 웨스트고교의 합창단 ‘아리스토크러시(Aristocracy)’는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선 잘 알려진 고교 합창단이다.

아리스토크러시는 지난해 캘리포니아 최고의 음악당인 월트디즈니홀에서 LA 마스터코랄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오른바 있다. 이번에 뉴욕필하모닉의 연주장인 링컨센터 에이버리 피셔홀에서 합창공연을 한 덕분에 이군은 동서부의 양대 무대에 올라본 흔치 않은 경험을 한 셈이다.
합창단을 23년째 지도하는 케이시 젠슨 디렉터의 인솔아래 26명의 학생들이 뉴욕에 도착한 것은 25일. 오자마자 링컨센터에 모여 사흘간 하루 4시간씩 화음을 맞추는 맹훈련을 했다. 합창단은 두그룹으로 나뉘어 1부와 2부에 투입됐다.


이하빈 군은 1부에 나와 모리스 뒤리플레의 ‘레퀴엠’ 8곡을 불렀다. ‘망자의 오페라’로 불리는 레퀴엠은 장중하면서도 애조 띈 진혼곡으로 수석지휘자 조나단 그리피스(Jonathan Griffith)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연합합창단의 화음을 절묘하게 이끌어 관객들의 오랜 박수를 받았다. 또한 메조소프라노 홀리 소렌슨과 바리톤 앤드류 갈랜드의 독창(獨唱)도 중간에 가미돼 더욱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아리스토크러시에선 샤런 김 양 등 7명의 한인학생들이 합류했다. 이날 공연이 끝난후 이 군과 김 양, 일본친구인 요시자와 미사키 양은 성공적인 무대를 자축하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하빈 군은 “사실 꿈만 같아요. 링컨센터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다니요. 더구나 메모리얼데이는 한국의 현충일(顯忠日)처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기리는 날이 잖아요”하고 말했다.
학교 합창단에서 테너섹션 리더로 활약하는 이 군은 5년전 이민 온 1.5세이다. 경기도 일산의 정발중학교 2학년때 부모님 이성종 씨와 이애란 씨, 두 살 위 형(이하림)과 함께 콜로라도 덴버에 왔다가 1년후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했다.
미국에 이민 올 때 뉴욕의 친지를 방문한 적이 있어 뉴욕과도 5년만에 재회한 셈이다. 이 군은 “잠깐 시간이 있을 때 타임스퀘어 등 맨해튼을 돌아다녔는데 활력 넘치는 분위기가 저하고 잘 맞는 도시같아요”하고 말했다.
뉴욕=민병옥특파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이하빈군, 학교에선 가장 유명한 한국학생
이군은 올 가을엔 뉴요커로 ‘변신’한다. 8월 말 브롱스의 포담대학에 입학하기 때문이다. 컴퓨터엔지니어링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는 이 군은 학사교류가 된 맨해튼의 컬럼비아대 편입을 조건부로 입학하게 됐단다.
타고난 낙천성과 사교성 덕분에 2400명이 재학중인 웨스트 하이스쿨에선 가장 유명한 한국학생으로 통한다고 친구들은 귀띔한다. 다음달 졸업을 앞둔 이 군은 “프롬파티(졸업파티)에서 프롬 킹이 될 것을 대비해 비장의 댄싱도 익혀 두었다”고 유머러스한 동작을 선보이며 활짝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