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뜻하지 않게 감귤 밭에서 하룻밤 묵었다. 어제 오전 페북을 열어보니 낯익은 이름의 페친께서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고 연락처를 남기신 걸 보았다.
"30여년전 이민을 가는 마음으로 제주에 왔다가 벌써 70이 된 감귤농부입니다.
세월호로 다시 세상일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페북질을 하면서부터 황룡님 글에 가장 많은 좋아요를 누른 사실인연이 있습니다. ^^
제주에 오셨다니, 또 제주에 얼마간 머무실듯도 하니 혼저옵서예 한잔술 권하지 않으면 서운할듯 합니다. 아름다운 제주의 감귤농부도 둘러보시듯 찾아만 주신다면 큰 기쁨이 되겠습니다.
감귤밭은 올례5코스 쇠소깍에서 가까운 남원읍 신례리입니다.^^"
하루 걷기를 마무리 한 후 연락을 드렸더니 곧바로 나오셔서 저녁식사와 선물까지 주셨고, 귤농장으로 안내해 휴식처 공간에서 1박까지 할 수 있게 해주셨다.
만나자마자 마치 수 년간 교류한 것처럼 친근감 있게 많은 대화를 나누고 초면에 흔쾌히 잠자리까지 내주시는 모습에 인정(人情)을 느끼고 한 편으론 인정(認定)받은 것 같아 행복했다.
길을 걷다 보면 그 길에서 수 없이 많은 이들과 마주친다. 마주오는 올레꾼, 지나가는 자전거 라이더, 세대 구분없이 홀로 또는 같이... 뜨거운 태양 아래를 지나도 고행의 표정은 없는 것 같다.
길을 걷는 여행에 새로운 귀인을 만난다는 건 행복한 일이고, 길을 나서기를.. 또한 페북 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페북에서 글로 소통하는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고, 헛소리 쓰면 안되겠다 싶기도 했다.
감귤밭 귤꽃망울이 몽글몽글 탐스럽다. 저 꽃망울들 터지면 그 향기 진동하고 천국이 따로 없을 것 같다.
새로운 길을 걷는 건 아무튼 흥미로운 일이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길 4
ㅡ 윤슬 낚는 사람들

바람 부는 날 파도에 일렁이는
윤슬을 본적이 있는가
늘 고요히 반짝이던 윤슬이
오늘은 파도와 한 몸 되어 춤춘다
손에 잡히지 않는 보석을
낚는 느낌은 어떨까?
낭만적인 태공은
윤슬을 낚는 것으로 보이고
어쩌면 그는 윤슬 같은
공허한 세월을 낚는지도 모른다
삶은 두서없이 썼다 지우는
낚서같이 가고 오는 것
결국 윤슬을 낚지 못하고 가는 걸지도
길 5
ㅡ 나무

올레길 #10 화순을 지나며 지난 1월에 보고 감탄했던 '폭낭(팽나무)'이 보고싶어 찾아 갔다. 굽은 가지마다 제주의 한이 보였던 나무는 겨울을 나고 무성한 잎으로 그늘을 드리운 후덕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번에 보니 뭍의 산에 참나무처럼 제주에는 '후박나무'가 제일 많이 보인다. 산에도 들에도 감귤 밭 가에도 분기탱천 한 듯, 아니면 봄 희망이 용솟음치듯 하늘 향해 꽃보다 이쁜 새 잎이 돋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봄이라 어쩔수 없이 나온 것처럼 새 잎이 고개를 떨구듯 아래로 향하고 있는 '참식나무'도 많다. 생긴 건 달라도 봄을 향한 마음은 사람도 나무도 모두 희망이지 싶다.
사주에 나는 나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관심이 많고 좋아한다. 길을 걷다 보면 어디든 나무가 없는 곳은 거의 없다. 보이는 나무마다 이름이 뭔지 궁금해 하면 재밌어진다.
길 6
ㅡ 가파도

청보리 넘실대는 그 곳에 가면
발길이 뜸해 후미진 하동포구에
외로운 어선 한 척 출항을 꿈꾸고
파도가 방파제를 넘기도 하며
실어 온 봄을 풀어 놓습니다
그 곁에 다소곳한 무인카페 '등대'에서
사람없는 커피머신과 문자로 통해
커피 한 잔 뽑아 앉아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
곧 저 푸른 보리밭 만큼이나
평화로운 날이 당신에게 곧
당도할 것을 기원합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wangl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