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뜻대로 하소서
당신께 철없이 요망했으되
더 낮은 곳으로 임해야 하느니라
당신의 뜻은 그러했으리니
허나, 지금은 지구의 눈물이
저 낮은 곳에 부복(俯伏)한 사람들
한없이 높은 곳을 바라만 보는 사람들
더는 내려갈 곳 없는 사람들
갈 데까지 간 사람들
떠내려오는 온갖 추악한 욕망에 치이고
저 높은 곳에서 버려진 오물과 쓰레기가
온 힘을 다해 버티고 섰던 희망을 덮습니다
믿고 돌아앉았던 뒷산이 덮치고
곁에 두었던 댐 물에 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가 찰나(刹那)에 갈리고
엎친 데 덮쳐 그 위에 또 퍼붓는
어쩌면 우리의 학대가 부메랑으로 오고
우리가 소비한 욕망의 잔해들
성난 파도로 밀려 오므로
결국 우리는 자학했나니
폼페이는 불로 최후의 날을 맞았으나
지구는 물로 종말을 맞이하게 되리라는
경고가, 저 낮은 곳으로
더욱 더 낮은 곳으로
뼈에 사무치게 임하는가 봅니다
태풍 전야, 태연 칡꽃
폭우는 지구의 눈물이라 어쩌겠는가
낮은 데로 임하시겠다니, 기다릴 수 밖에
무지막지한 눈물을 머금고도
꽃들은 한 치 흐트러짐이 없구나
섬진강 터진 뚝 다시 막으면
억센 칡넝쿨 다시 기어 오를 거야
달맞이꽃 밤새 달님과 눈 맞췄나
벌써 아침을 맞이했는데 꼿꼿하네
싸리꽃 든든히 내린 뿌리
우천에도 품위를 유지했고
누구보다 땅 가까이 앉은 메꽃
저 흙탕물 어찌 저리도 잘 피했을까
강아지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털 하나하나 곧추세워 가을을 찾네
부추꽃 생글생글 폭우를 비웃고 있으니
하늘하늘 그리도 영양이 가득하겠지
장마 전부터 들 길을 장악했던 개망초
아직도 새 아기는 태어나고
가을은 그래도 억센 넝쿨로 오르는
화려한 칡꽃향으로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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