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만 봐야하는 바다보다 역시 산이 좋았다. 산에 가면 날다람쥐라는 얘길 들었는데 채신머리 없이 정말 날았다. 시린 하늘 뭉게구름 머리에 이고 묵직하게 앉아 삿된 비람 막아주던 병풍같은 울산바위가 웃었다. 아마 날 수 있는 내가 부러워서 그랬을 게다.
뾰족뾰족 솟은 바위들 저마다의 세월을 안고 내려다 본 세상의 덧없는 시간들을 다 알면서도 말 없이 앉아있는 네가 좋다.
초원의 양들은 저 아름다운 들판에 살아도 그저 먹느라 하늘 한 번 쳐다보지 않는 것 같다. 하늘을 보기나 할까? 요즘 난 하늘을 자주 보려고 한다. 멍하니 자연을 보는 시간을 늘려 가려 한다. 그 속에서 좋다. 그냥 좋다. 세상은 나 없이도 충분히 빠르고, 나 하나 없어도 잘 돌아간다.
능소화
골목이 궁금한 동네 어귀
어느 집 담장에 하늘하늘한
머리카락 요염하게 늘어뜨린
능소화 피었다
고혹적인 그녀
나무에 붙어 기생하다
끝내는 숙주로 살던 나무
목을 조이고 숨통을 끊는
고약한 요부(妖婦)다
나무는, 화려한 얼굴 통째로
떨어지는 아름다움에 취하다
결국 파국(破局)을 맞는
치명적인 사랑,
능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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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가 눈길을 끄는 여름입니다. 고즈넉한 시골 돌담은 물론 삭막한 도시의 시멘트 담벼락까지 담장이라면 가리지 않고 핍니다. 담쟁이덩굴처럼 빨판이 나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달라붙어 자랍니다. 하여 나무에 붙으면 결국 고사목이 되기 십상이지요.
꽃은 노란빛이 많이 들어간 붉은 주황빛인데, 요즘 빨강에 가까운 미쿡능소화도 많이 있더군요. 꽃이 질 때는 동백꽃처럼 통째로 떨어지는데 시골에서는 처녀꽃이란 이름으로도 부른답니다.
한창 필 때는 원뿔모양의 꽃차례에 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피고 초가을까지 계속 피고 지고를 거듭합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wangl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