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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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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솔로 데뷔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8-07-08 (일) 12:21:09

 

0703솔로4.jpg

 

    

첫 배달지에 도착했다. 공식적으로 배달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약속 시간은 내일 아침 8. 배달처 정문 앞 도로에 트럭을 대고 기다리고 있다.

 

호텔에서 조식을 하고 짐을 싸 체크아웃했다. 셔틀버스는 여느 때와 같이 나 혼자다. 트럭에 짐을 가져다 놓았다. 무슨 일인지 APU가 작동하지 않는다. 무지 덥다. 할 수 없이 시동을 켜서 에어컨을 돌렸다.

 

글렌을 만났다. 좀 도와줄 줄 알았더니 무엇을 하라고 얘기만 한다. 맞다 그는 내 트레이너가 아니다. 네이슨은 없다. 지금부터는 나 혼자 해야 한다.

 

막막하다. 그래도 그냥 있을 수는 없는 법. 짐을 풀어 수납했다. 수납 공간은 넉넉했다. GPS와 대쉬캠 등 장비도 설치했다. 익숙치 않은 트럭이지만 가만히 살펴보니 뭐하는 버튼들인지 몇 개 빼고는 알 수 있었다.

 

퀄컴 단말기 터치 스크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자동차 키 하나는 맞지 않았다. 정비장에 가서 필요한 부품과 소모품을 지급 받았다. 시동 키는 다시 복사했다. APU와 퀄컴 문제는 담당자가 없어 전화를 준다고 했다. 그 사이 사내 매장에 들러 필요한 물품을 샀다. 장갑, 점프케이블, 자물쇠 등을 구입하니 90달러가 넘게 나왔다. 매트리스 커버와 시트 등 살 것은 아직도 많다. 최소한도로만 구입했다. 공구세트나 에어커프락은 비싸서 안 샀다.

 

그 사이 전화가 두 통 와 있다. 전화벨이 잘 안 들린다. 음량을 최대한으로 키웠다. 정비장에 가서 전화 했냐고 물어보니 맞단다. 다시 전화할테니 트럭을 몰고 오라고 했다. 트럭 점검을 하는 중에 다시 전화가 왔는데 못 들었다. 그냥 트럭을 몰고 갔다.

 

퀄컴을 수리하고 APU도 손 봤다. APU가 안 켜진 것은 내가 사용법을 몰라서 그런 것이었다. 네이슨 트럭에 달린 것과 다른 회사 제품이다. APU 벨트 소음이 심해서 교체했다. 수리하는 막간을 이용해 드라이버 라인에 가서 퍼밋북과 몇 가지 서류 양식을 받았다.

 

글렌에게 거의 준비가 됐다고 했다. 사무실로 와서 로그 강의를 받으란다. 여직원이 몇 분 가량 얘기해줬다. 네이슨이랑 다니면서 다 배운 것들이다. 글렌에게 첫 운행은 스프링필드로 보내달라고 했다. 냉장고와 전자레인지가 거기 있다고. 글렌은 알았다면서 세일즈파트에 알아보고 화물을 주겠다했다.

 

얼마 후 메시지로 배달이 들어왔다. 그런데 스프링필드가 아니다. 30분 거리에서 짐을 받아 매릴랜드에 배달하는 건이다. 거리도 160마일 정도로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도 첫 배달이니 일단은 수락했다. 사실 컴패니 드라이버는 거절할 수 없다.

 

트레일러샵에 가서 빈 트레일러를 배정 받았다. 배운대로 연결하고 검사하고 퓨얼 베이(Fuel bay)에서 리퍼 주유하고 로드락 2개를 구입했다. 중고는 무료인데 없었다. 로드락은 개당 35달러였다.

 

오후 6시 경 드디어 길로 나섰다. 장난이 아니다. 수동 기어는 실기 시험볼 때 몇 번 타본 것이 전부다. 출발 전에 프리트립 인스펙션하는 것도 까먹었다. 포스트트립 인스펙션으로 해야 한다. 트럭은 운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서류와 보고 절차가 많고 시간이 걸린다. 수련 기간 중에는 네이슨이 주로 하고 나는 옆에서 도우며 방법만 익히는 정도였다. 막상 내가 다 하려니 복잡하다. 매뉴얼을 만든다 해놓고 아직도 그대로다.

 

수동 트럭 기어 변속하랴, 길 찾으랴 정신 없다. 전에는 후진이 문제였지, 운전은 별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은 운전이 가장 문제다. 후진은 나중 얘기다. 수동 변속기가 후진은 좀 더 편하다. 클러치와 브레이크를 이용해 속도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

 

탁송처에 도착했다. 드랍 앤 훅이다. 트레일러 내려 놓고 다른 트레일러를 연결했다. 트레일러를 주차할 때 옆 트레일러 모서리에 사이드를 살짝 긁었다. 흠집이 좀 났다. 심각하진 않다. 택시 처음 하던 날도 여러 실수하고 사고까지 냈는데 트럭도 마찬가지다. 액땜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내가 시간을 잘 못 선택했다. 내일 아침 8시에 배달하려면 더 늦게 출발했어야 했다. 6시에 출발했으니 14시간 후인 내일 오전 8시면 운전이 불가능하다. 배달지에는 야간 주차가 안 된다고 했다. 근처 트럭스탑에서 쉬면 최소 8시간이나 10시간을 쉬어야 한다. 밤에 주차할 곳도 없고, 휴식 시간 지나고 나면 배달에 늦는다. 이래저래 머리가 복잡했다. 트럭스탑에 들러 화장실 이용하고 간단히 요기했다. 아침 먹은 이후로 첫 식사다. 종일 신경이 곤두서 입맛도 없고 배도 고프지 않았다. 스마트폰 앱으로 배달 내역을 보니 야간 주차가 된다고 돼 있다. 일단 가기로 했다. 운전 가능 시간이 지나더라도 가까운 거리 이동은 가능하다. 회사 앞이나 내부에 있으면 배달은 가능하다.

 

수동 운전이 익숙치 않아 다운시프팅할 때 몇 번이나 기어를 갈아 먹었다. 드르륵 드르륵. 업시프팅은 그런대로 되는데 다운시프팅은 어떨 때는 기어가 안 들어갔다. 이건 언제나 적응되려나. 운전이 힘드니까 트럭일을 왜 시작했나 살짝 후회도 됐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GPS와 퀄컴의 도움을 받아 길을 잃지 않고 제대로 찾아 왔다. 새벽 1시가 넘었다. 드럭스토어 체인인 라이트 애이드 물류센터다. 회사 입구 경비실에 트럭을 댔더니 밤에는 출입이 안 된다며 후진헤서 길가에 주차하라고 했다. 그거라도 어디냐. 내일 아침 내가 가장 빨리 들어가는 트럭이 될 것이다. 라이트 애이드 트럭들은 쉴 새 없이 오갔다. 밤에는 자체 트럭들이 짐을 싣고 나가는 모양이다.

 

간밤에 5시간 잤다. 몇 시간이라도 눈을 붙여야겠다. 내일도 바쁜 하루가 되겠지. 스프링필드에는 언제 가려나.

 

 

 

0703솔로1.jpg


 

솔로 이틀째

 

 

정문 초소 경비가 차 문을 두드렸다. 6시 반이다. 일단 체크인부터 하란다. 서류 작성 후 사무실에서 연락 올 때까지 기다렸다. 8시가 넘어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20분 정도 후 경비가 오더니 닥이 배정되었다고 번호를 알려주며 트럭을 몰고 들어가라 했다.

 

38번 닥에 후진해 트레일러를 대고 사무실로 갔다. 여러 회사가 쓰는 지 이리저리 다녔다. 이곳은 럼퍼피(Lumper Fee, 하역작업비)를 내는 곳이다. 하역 작업이 끝나고도 한참 있다 전화가 왔다. 372달러를 수표로 가져오라는 것이다. 플릿매니저에게 연락해 내 컴테이터 계좌로 금액을 넣어 달라고 하고, 컴데이터에 전화 해 수표 번호를 입력하고 금액을 이체(移替) 해달라고 해야 한다. 적는 것도 많고 절차가 복잡하다. 다행히 이 부분은 전에 네이슨이 할 때 순서대로 노트에 적어 놓았다. 문제는 내 핀 번호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담원과 어렵게 통화해 간신히 핀 번호를 리셋했다. 럼퍼피 수표 주고 배달 서류 받아서 나오니 거의 12시다. 덕분에 내 10시간 휴식시간이 다 충족돼 업무시간이 리셋됐다. 이제 트레일러를 세척해야 한다. 근처에 트럭 세차장이 있나 찾아 봤다.

 

그 사이 다음 작업이 들어왔다. 뉴저지에서 받아서 오하이오로 배달한다. 그래 스프링필드로 조금씩 가까워 지는구나. 오후 7시가 픽업 타임이다. 솔로로 뛸 때는 시간관리를 잘 해야 한다. 일단 오후 2시에 발송처로 출발했다. 중간에 트럭세차장에 들렀다. 줄이 길었다. 1시간도 넘게 걸렸다. 발송처에 좀 일찍 가도 되냐고 전화했더니 오후 10시까지는 물건 싣는 작업이 없단다. 그러면서도 일단 와보라 했다.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도로가 침수(浸水)된 탓인지 엄청 막혔다. 수동 기어로 트럭을 몰고 막히는 길을 기어서 가는 일은 끔찍하다. 발송지에 도착해 발주 번호를 알려줬더니 이 배달은 취소됐단다. 이런 기껏 갔더니. 디스패처에게 연락했더니 다른 배달을 주겠단다. 나는 여기서 나가는 물건인 줄 알고 기다렸다.

 

다음 배달은 저지 시티에서 펜실베이니아로 가는 건이다. 저녁이라 글렌은 퇴근했을 것이고 지금 디스패처는 야간 담당일 것이다. 스프링필드로 가는 물건이 없냐고 물어봤다. 일단 이 배달 이후에 그쪽으로 보내주겠다고 한다. 저지 시티, 만만찮은 곳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일단 픽업이 오전 8시니 어디 가서 하룻밤 자며 휴식 시간을 채워야 한다. 뉴저지 쪽은 트럭스탑이 큰 곳이 별로 없는데다 늘 복잡하다. 앱으로 찾아 보니 가는 길목에 큰 트럭스탑이 있었다. 북동부에서 보기 드문 규모다. 100대도 넘게 주차 가능하다. 해지기 전에 도착했다. 그런데 입구에서 주차권을 뽑게 돼있다. 2시간은 무료 주차, 24시간 주차는 15달러, 주유 60갤런 이상 하거나, 20달러 이상 사용한 영수증을 내야 주차비가 면제다. 공간 여유는 있었다. 그런데 특이하게 주차선이 사선(斜線)으로 그어져 있다. 그것도 우측으로 난 사선이라 블라인드 사이드 후진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돼 있다. 가급적 금해야 할 것이 블라인드 사이드 후진이다. 운전석 방향으로 후진이 되는 지 시도해 봤다가 다른 트럭 받을 뻔하고는 포기했다. 낭패다. 쉽게 주차 가능한 스팟이 있나 계속 넓은 주차장을 빙빙 돌았다. 돌다보니 뭔가 와당탕 소리가 나길래 뒤를 봤다. 아뿔싸. 트레일러 바퀴 밑으로 커다란 바윗돌이 들어가 있다. 내가 주차 공간 찾는데 몰두한 나머지 너무 좁은 각도로 회전을 해 트레일러가 오프트랙이 된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주차장에 바윗돌은 너무 심하지 않나. 일단 우측으로 핸들을 돌리면서 빠져 나오는데 에어 스커트가 찢어졌다. 으아~ 어제는 트레일러에 스크래치를 내더니 오늘은 기물 파손까지. 이런 일이 자주 있는 지 견인차가 와서 바윗돌을 한쪽으로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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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을 한 쪽에 주차하고 트레일러에 가 봤다. 에어 스커트는 나무 합판 재질이었다. 이전에도 이런 사고가 있었는지 봉합한 부분이 있었다. 마침 그 부분의 볼트가 떨어져 나갔다. 손으로 대충 끼워 맞추니 그럭저럭 사용에는 지장이 없을 듯 했다. 이걸 보고를 해야 하나? 트레일러 드랍할 때 검사 보고 하도록 돼 있으니 그때 해야겠다. 네이슨이 그토록 주차장에서 넓게 돌라고 주의를 줬건만.

 

변명을 하자면 원래는 전동 사이드 미러 아래에 볼록 거울이 있어 턴할 때 어느 정도 트레일러 후면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받은 트럭은 볼록 거울이 트럭 쪽으로 상당 부분 틀어져 있어 조금만 각도가 꺾여도 트레일러 후미(後尾)가 보이지 않았다. 손으로 밀어 봐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니 좌회전 할 때 마다 어려움이 있었다. 다시 주차장을 한 바퀴 돈 다음 블라인드 사이드 후진이라도 감행하려고 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 빈 공간 옆에 주차한 트럭에 가 문을 두드렸다. 운전자가 타고 있었다. 후진할 때 뒤를 좀 봐달라고 했다. 네이슨은 후진할 때 도움 요청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했다. 기꺼이 도와줄 것이라면서. 과연 그는 선선히 내려 뒤를 봐줬다. 봐주는 정도가 아니라 어디로 어떻게 꺾으라고 지도까지 해줬다. 그 덕분에 무사히 후진했다. 그는 말했다. 차체를 직선으로 만들어 후진하라고. 웬만하면 블라인드 사이드 후진은 하지 말라고 했다. 네이슨도 말한 것이지만, 실전에서 하나 배웠다.

 

화물도 취소되고 까다로운 저지시티로 가다가 트레일러를 파손시켰으니 엄청 재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바윗돌이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시설물이나 트럭이었다면 어떡할 뻔 했나. 이것이야 말로 액땜이다. 다시는 주차장에서 좁은 각도로 회전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주유소 건물로 갔는데 마땅한 식사 거리가 없었다. 20달러는 써야 하니 눈에 보이는 음식을 담았다. 트럭에 와서 먹는데 엄청 맛이 없었다. 이런 것을 음식이라고 팔다니. 가격도 식당에서 먹는 것과 별 다르지 않았다. 식사 후 머리가 아팠다. 엄지와 검지 사이 합곡을 눌러 보니 뭉쳐 있고 아팠다. 체했나 보다. 이때는 자는 것이 최고다. 비타민과 애드빌 한 알 씩 먹고는 침대에 누워 잤다.

 

에어컨을 틀면 춥고, 끄면 더웠다. 침낭에 들어가 때론 땀을 흘리다 때론 추위에 떨었다. 그래도 트럭에서 정식으로 자는 것은 처음이다. 어제는 회사 정문 앞에 세워 두고 쪽잠을 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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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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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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