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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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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힘이 있다

선언의 힘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8-10-08 (월) 03:44:29


말은 힘이4.jpg

 

예측불허. 에어백이 찢어졌다. 며칠 됐다. 근데도 나는 몰랐다.

 

오늘은 새벽 3시 출발이다. 중간에 주유소에 들러 리퍼 연료 채우고 갔다. 510분쯤 도착했다. 13번 닥을 배정받았다. 여명이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한다. 지금이 딱 그 시각이다. 조명 시설이 별로 좋지 않다. 흐릿한 조명은 그나마 양쪽의 트레일러에 가려 13번 닥은 칠흑이다. 여긴 쉽지 않군. 양쪽에 트럭도 있고, 공간도 타이트 하고, 게다가 어둡다. 어려운 후진이 되겠는데. 그러다 퍼뜩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여긴 까다롭지만 나는 한 번에 정확히 후진할 것이야. 스스로에게 선언했다. 한쪽 트럭이 프라임 트럭이다. 다가가 그에게 어두우니 뒤를 좀 봐달라고 했다. 그리고 셋업 후 후진을 시도했다. 약간 각도가 빗나간 듯 했다. 조금 앞으로 전진 후 다시 후진을 시도했다. 결과는 정확히 빈 공간으로 들어갔다. 내 선언대로 됐다. 그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여긴 어려운 곳이야 하며 힘든 상황을 만들었다. 그걸 깨닫고 내가 원하는 상황을 선언하자 그대로 됐다. 말은 힘이 있다.

 

뒤를 봐준다고 나와 있던 프라임 드라이버가 들어가지 않고 내 트레일러를 유심히 봤다. 손전등까지 켜고 살펴봤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내 에어백이 괜찮냐고 묻는다. 내 트레일러가 너무 내려 앉았다고 했다. 듣고 보니 그랬다. 다른 트럭보다 내 트레일러는 눈에 띄게 낮다. 며칠 전부터 드라이버 타이어 게이지가 작동하지 않았는데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그저께 트레일러 연결할 때는 트레일러가 너무 높아 랜딩기어를 내리느라 고생했는데, 지금 보니 트레일러는 정상이었고 내 트럭이 낮았다. 그걸 왜 몰랐을까? 바보 같다. 그 상태로 며칠을 다녔으니 승차감도 나쁘고, 차체와 화물에도 무리가 갔다.


 

RA에 연락했다. 짐 다 내리면 사람을 보내주겠다 했다. 공기 레벨 조절하는 스위치 문제일 것이라 했다. 수리공이 왔다. 확인 결과 에어백 4개 중 하나가 찢어졌다. 한 곳에서 공기가 새니 연결된 다른 에어백 모두 내려 앉았다. 교체는 어렵지 않다고 했다. 글렌에게 상황을 알렸다. 글렌은 곧바로 내 다음 화물을 취소했다. 금방 끝날텐데 그럴 것까지 있나 싶었다. 잠시후 정비공이 내게 왔다. 월요일까지 수리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맞는 교체품이 없단다. 이런 낭패가 있나. RA와 의논 후 터진 에어백 밸브만 격리시키고 나머지 에어백을 부풀리기로 했다. 밥테일로 핏스톤 터미널로 가서 수리하라고 했다. 글렌은 여기 트레일러를 떼어 놓고 갈 수는 없다고 다른 장소를 알아본다고 했다. 나는 7시간 남았다. 핏스톤까지는 최소 6시간은 걸린다. 얼마간 지난 후 FEDPIT에 트레일러를 내려 놓으라는 메시지가 왔다. 퀄컴에 이 코드를 넣으니 애리조나가 뜬다. 가끔 퀄컴이 코드를 인식 못 할 때가 있다. 매크로 19으로 경로 조회를 하니 주소가 나왔다. 피츠버그 공항 카고 로드에 있는 페덱스다. 그런데 퀄컴은 이 주소도 인식 못했다. 아 이거 곤란하다. 구글맵은 정확한 위치를 인식했다. 가민도 정확한 주소는 안 나와 가장 근접한 주소로 설정했다. 그러니 가민은 정확한 곳인지 확실치 않다. 가민은 경로를 따라 가다 공항 근처에 이르면 구글맵을 따르기로 했다. 매크로 19이 알려준 방향도 머리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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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백과 경로에 신경 쓰느라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다. 앞서 가는 트럭들이 출구로 쭉 빠진다. 저긴 어느 쪽인데 트럭들이 대거 나가나? 승용차는 없네? 저긴 진출로가 아닌데? 막 지나치려는 순간 깨달았다. 웨이 스테이션이다.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돌렸다. 침대에 올려 놓은 짐이 앞으로 쏟아졌다. 내 뒤에 오던 차가 받지 않은 게 다행이다. 간신히 웨이 스테이션으로 들어갔다. 그냥 갔으면 티켓 받을 뻔했다. 그 웨이스테이션은 건물도 없고 그냥 바닥에 간이 저울만 있었다. 경찰관은 승합차에 앉아 있었다. 무선으로 무게라도 보는 것인가?

 

페덱스 집하장은 예상 보다 쉽게 찾았다. 들어가니 빈 트레일러는 옆 UPS 쪽에다 내려 놓으란다. 매크로 19에 적힌 대로다. 여기도 후진하기 쉽지 않은 공간이다. 나는 다시 선언했다. 여기서도 한 번에 쉽게 후진한다. 그대로 됐다. 뭔가 깨달았다.

 

피츠버그에 들르느라 핏스톤에 갈 시간이 촉박하다. 오프듀티 드라이브까지 써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길이 국도로 한참 간다. 제한 속도도 느리고, 중간에 공사도 많다. 오늘 중에 가기는 텄다. 국도변이니 괜찮은 식당 나오면 들러서 밥 먹고 가야겠다. 밥테일이니 문제 없다. 밥테일로 이렇게 먼 거리를 가긴 처음이다. 트레일러를 달지 않으니 뭔가 허전하다. 몸은 가볍지만 안정감이 떨어진다. 제동거리도 더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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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중국식당이 나왔다. 오랜만에 중국식을 먹어봐? 식당에 들어가니 텅빈 가게에 어린 아이 두 명만 카운터 너머에 있었다. 어른 없냐? 아이들이 안으로 들어가 사람을 부르니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나왔다. 치킨 브로콜리 콤보를 시켰다. 벽에 걸린 메뉴판은 사진이 다 바랬다. 실제 나온 음식은 비주얼이 괜찮았다. 맛도 엄청났다. 엄청 짰다. 도저히 다 못 먹고 박스에 담아 나왔다. 나중에 밥 지어 반찬으로 먹어야겠다.

 

두 블락 더 가니 월마트가 나왔다. 트레일러 끌고는 못 들어갈 공간이다. 식초와 계란을 살 겸 들렀다. 어차피 오늘은 급할 게 없다.

 

계속되는 공사와 지체로 예정한 트럭스탑까지 못 갔다. 밥테일이니 굳이 트럭스탑이 아니어도 되지만 마땅히 세울 곳도 없다. 경로에서 약간 벗어나지만 가장 가까운 트럭스탑으로 향했다. 16분 가량 오프듀티 드라이브를 써야 했다. 8시간 쉬고 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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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휴가

       

      

추석 휴가를 받았다. 월요일까지 쭈욱 쉬게됐다.

 

새벽 3, 트럭스탑을 출발했다. 몇 시간 잤는데도 운전이 피곤했다. 530분 경 핏스톤 터미널에 도착했다. 인 앤 아웃 바운드 베이에 아무도 없다. 이런 일은 처음이네. 그냥 통과했다. 밥테일 파킹장에 갔다. 자리는 몇 곳 있다. 주로 안쪽으로 남아 있어 주차가 용이하지는 않다.(처음부터 후진으로 들어갔으면 쉬웠을텐데) 캄캄한 밤이라 뒤가 잘 안 보였다.

 

트랙터샵에 가니 오후 9시 약속을 잡아 준다. 오늘 하루는 공쳤다. 그래 하루 쉬자. 트럭에 돌아와 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 샤워하고, 면도했다. 오랜만에 밥도 지어 먹었다. 바빠서 못 읽었던 잭 리처 소설도 이어 읽었다. 3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영상도 몇 개 봤다. 종일 판도라로 음악을 들었다. 주로 명상음악, 재즈, 클래식이다.

 

저녁 9시가 넘어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예상했던 바다.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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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가 넘어 연락이 왔다. 트랙터 샵으로 갔다. 후드 미러 덜렁거리던 것 단단히 고정했다. 타이어 압력 센서 에러도 바로 잡았다. 6개의 타이어가 공기압이 제각각이다. 기온이 떨어져 공기압도 낮아졌다. 100psi 수준으로 모두 조정했다. (전문용어로는 쇼바라고 한다) 한 곳에서 오일이 새는 것을 발견하고 교체했다. 트럭에 많은 개선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이곳에 온 이유인 에어백은 월요일에 교체 가능하단다. 부품이 없다. 내가 그렇게 희귀 모델을 타고 있나? 배달처에서 부품을 못 구해 여기까지 왔는데 말이다.

 

보너스 없는 추석 휴가를 받았다. 내일도 시간을 알차게 보내자.

 

하루 사이에 기온이 크게 떨어졌다. 다행히 벙커 히터가 잘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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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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