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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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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수리에 닷새를 허비하다니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8-10-09 (화) 22:3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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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날짜가 예상 보다 길어졌다. 월요일 아침 카페테리에서 글렌을 만났다. 수리가 다 됐느나는 물음에 오늘 부품이 온다고 답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다. 수리공은 오늘 수리를 할 수 있다고 했지 부품이 오늘 온다고 하지는 않았다. 글렌은 미소를 지으며 그러길 바래(hopely)라고 말했다. hopewish 보다는 희망적인 표현이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을 나타낸다. 글렌의 미소가 걸렸다.

 

오후가 되도록 샵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오전에 샵 서비스에 대한 설문 메시지가 들어온 것도 찜찜했다. 수리가 끝난 것으로 돼 있나? 4시 경 샵으로 찾아갔다. 내가 대기 명단에 있는 것은 맞나 확인했다. 사무실 직원 아주머니의 눈치를 보니 부품을 주문하지 않은 듯 했다. 토요일 새벽 수리를 했던 정비공이 신청을 하지 않고 퇴근한 모양이다. 직원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부품이 내일 도착한다고 했다. 언제쯤 오느냐? 정오 경에 올 것이다. 오자마자 바로 수리할 수 있나? 나는 오래 기다렸다. 도착 후 1시간 이내에 수리 가능하도록 신경 써서 챙기겠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회사 장비 고장으로 일을 못 할 경우 수당을 따로 챙겨주는 지 모르겠다. 잭 리처 소설은 다 읽어 간다.

 

다음날 (25) 오후 2시쯤 연락이 왔다. 에어백 교체는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 간단한 작업 때문에 너닷새를 허비했다니. 글렌에게 수리가 끝났다고 알렸다. 오후 4시쯤 문자가 들어왔다. 여느 때와 달랐다. 코드 2개를 주며 어떤 트레일러를 A에서 B로 옮기라는 주문이다. 보통은 작업 할당 형식으로 들어오며 여러 개의 문자 메시지와 함께 퀄컴 네비게이션과 스마트폰 프라임 앱에 업데이트된 내용이 뜬다. 이번 경우에는 트립넘버도 없다. 코드를 확인해보니 유틸리티(Utility) 공장이다. 유틸리티는 미국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 제조사다. 프레임의 컨테이너 대부분이 유틸리티 제품이다. 오래된 트레일러 중에는 가끔 와바시(Wabashi) 제품도 있다. 배달할 곳은 허쉬 초콜릿 공장이다. 얼마 전에 가봤던 곳이다. 화물이 들었나? 공장에서 나온 컨테이너라면 빈 컨테이너일 가능성이 높다. 새 제품이거나 수리를 마친 상태일 것이다.

 

밥테일로 가야 할 거리가 480마일이다. 9시간 운전 거리다. 코스는 간단했다. I-81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다른 도로는 타지 않는다. 출발할 무렵 글렌에게서 또 메시지가 왔다. 내가 운반할 트레일러가 3대였다. 뭐지? 3대 다 운반하라는 얘기냐고 물었다. 답장은 야간 디스패처에게서 왔다. 글렌은 퇴근한 모양이다. 그렇다고 했다. 한 대씩 왕복으로 배달하라는 얘기냐? 맞다고 했다. 버지니아에서 펜실베이니아까지 왕복 세 번이라. 며칠 걸릴 작업이다.

 

가민은 i-81 도로가 막혔다고 우회로를 안내했다. 무시하고 그냥 내려갔다. 중간에 도로를 막은 모양인데 내가 갈 즈음에는 열었나보다. 길이 막혀 30분 가량 도로에 서 있었지만 계속 81번 도로를 타고 갈 수 있었다.

 

연료를 넣어야 되는데 트레일러도 없고, 트립번호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휴게소에서 페이스북 프라임 그룹에 질문을 올렸다. 1분도 지나지 않아 열 개 정도의 답변이 달렸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트레일러 번호는 밥테일을 뜻하는 BT를 입력하고 트립넘버는 가장 최근 번호를 쓰라고 했다. 실제 주유소에 가니 그대로 됐다.

 

 

유틸리티 공장

 

 

 

0927 유틸러티공장.jpg

 

유틸리티 공장에는 새벽 2시쯤 도착했다. 교대시간인지 주차장에서 승용차들이 줄지어 나왔다. 3번 게이트 경비 초소로 가니 잘 못 왔다고 했다. 새 트레일러 픽업은 다른 장소라 했다. 알려주는 곳으로 찾아갔다. 체크인 하고 야드로 들어갔다. 수 백대 어쩌면 천 대 이상의 트레일러가 놓여 있는 곳에서 내가 가져갈 트레일러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야드에는 조명도 없어 달빛과 손전등을 이용해 번호를 확인했다. 1시간 가량 걸려 트레일러 3대를 확인했다. 모두 위치는 제각각이었다. 번호에 일관성을 갖고 트레일러가 놓여진 것이 아니었다. 그 중 가장 빠른 번호를 연결했다. 킹핀이 것이기는 하는데 잠기지는 않았다. 트레일러가 너무 높다. 에어백 수리했는데도 그러네. 랜딩기어를 낮췄다. 그제서야 잠겼다. 새 트레일러니 흠결이 없다. 손상되지 않도록 조심해 운전해야겠다. 서류를 받고 나왔다. 이때가 새벽 4시였다. 시계는 2시간이 채 안 남았다.

 

트럭스탑 보다는 휴게소에 자리가 있을 확률이 높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달리다 가까운 휴게소로 갔다. 그다지 넓지 않은 곳이다. 사선 주차가 아니라 통로 따라 일직선 주차다. 공간이 한두 개 있지만 잠깐 시도하다 포기했다. 공연히 새 트레일러 옆면에 흠집이라도 낼까 염려스러웠다. 휴게소를 나오니 진입로 갓길에 공간이 있었다. 앞 뒤로 트럭이 주차해 있지만 거리가 멀어 중간에 댈 수 있었다. 차선을 넘지 않도록 여러 번 전후진을 반복했다. 아침 6. 오후 4시에 출발할 수 있다. 허쉬 공장에 도착하면 또 밤이다.

 

정오가 지나 글렌에게서 문자가 왔다. 어디냐고 묻기에 위치를 알려주니 다른 드라이버를 보내겠단다. 리파워링을 해 내일 메릴랜드 두 곳에 배달하고 다시 버지니아로 가라고 한다. 휴게소에서는 트레일러 맞교환이 힘들어 근처 트럭스탑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아직 10시간 휴식이 안 끝났지만 오프듀티 드라이브로 가장 가까운 트럭스탑으로 갔다. 위치, 시설, 주유소 브랜드 등 모두 마이너급이다. 하지만 자체 그릴을 운영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고칼로리 트럭스탑 음식들이다. 오늘의 스페셜 메뉴인 BBQ 샌드위치를 사 먹었다. 트럭에 오니 리파워링 계획이 취소되고 원래대로 돌아갔다. 나야 상관 없다.

 

출발해서 가다가 트럭스탑에 들렀다. 트레일러를 드랍하려면 연료를 가득 채워야 한다. 절반 정도 들어 있다. 야간 디스패처에게 연료 카드를 열어 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이 없다. 주유소는 엄청 붐볐다. 할 수 없이 트럭스탑 내부를 한 바퀴 돌았다. 트럭스탑도 트럭들이 엉켜 진로가 막혔다. 캄캄한 밤에 복잡한 트럭스탑에서 행여 트레일러를 긁기라도 할까 엄청 신경 쓰였다. 8시도 안 됐는데 이렇게 붐비다니. 다시 펌프로 갔다. 연료 부서로 직접 전화를 해 카드를 오픈했다. 리퍼 주유하는데 거의 1시간이 걸렸다.

 

출발해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뒤에서 달려오는 차량이 하이빔을 켰다. 가장 바깥쪽 차선으로 옮겼다. 그 차는 옆을 지나가면서 크략션을 울렸다. 이런 싸가지를 봤나. 앞으로 가서도 하이빙을 몇 번 깜박이다 가버렸다. 이상하다. 내가 특별히 운전을 잘 못 한게 없는데? 혹시나 해서 트레일러를 살펴봤다. 캄캄했다. 트레일러 불이 모조리 나갔다. 그 차는 내게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한 밤 중에 컴컴한 트레일러로 달리면 위험하다. 갓길에 세웠다. 나가서 트레일러로 연결되는 전선을 만져봤는데 소용 없었다. 삼각형 반사판 3개를 트럭 뒤로 설치했다. 맨날 갖고는 다니지만 외부에 세운 것은 처음이다. RA에 연락했다. 위치를 확인하고 사람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1시간 정도 지나 트럭이 왔다. 부부인지 애인인지 반바지 입은 여자도 있었다. 전기 케이블을 새 것으로 교체하니 해결했다. 비용은 3백 달러 넘게 청구됐다. 회사에서 지불했다. 전선 갈고 300달러라. ‘이지 머니. 밤에 출장을 왔으니 그 정도는 받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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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가 웨이스테이션 두 번 지났는데 프리패스에서 파란 불이 들어와 그냥 통과했다. 안으로 들어갔으면 티켓을 받을 수도 있었다. CB가 있으면 다른 트럭에서 지나가다 무선으로 알려주기도 하는데 나는 CB가 없다.

 

다시 출발했다. 중간에 시간을 많이 지체(遲滯)해 허쉬에 도착했을 때는 자정이 넘었다. 잘 찾아는 갔는데 경로가 낮에 가기는 어려울 듯한 코스다. 허쉬 파크 주변 관광지를 통과한다. 내일은 다른 경로를 시도해봐야겠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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