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깨치고 햇살이 떠오를 때 무수한 전설(傳說)이 새벽안개 속 이슬로 초원의 고목 잎사귀 타고 흐를 때면 만물이 기지개를 편다. 끝없이 펼쳐진 밀밭에 신선한 바람이 불면 유채꽃 향기 코끝에 스치고 화창하고 찬란한 노랑의 하루가 열린다. 부지런한 여인은 마당을 쓸고, 모닥불 앞에선 어른 아이가 옹기종기 불을 조이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의 발걸음은 급하고, 소와 염소와 개들은 쓰레기 더미를 찾아 주린 배를 채운다.
학교에 가는 아이들은 낯선 나그네를 보고 손을 흔들고, 그중 넉살이 좋은 녀석은 다가와 어느 나라에서 왔냐? 어디로 가느냐? 무엇 때문에 달리느냐? 고 묻고 셀피를 찍자고 한다. 산적한 난제가 수북이 쌓인 인도의 미래를 등에 지고 갈 어린이들의 요구를 감히 거역할 수가 없다. 다 들어주고도 무언가 아쉽다. 부디 평화로운 세상에서 마음껏 꿈을 펼쳐라! 이 아저씨는 그런 미래를 향해 달린다꾸나!
젊은 무슬림 소녀가 부르카로 얼굴을 가리고 눈만 내놓고 내게 다가와 인도에서 한국 국기는 처음 본다며 다가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네며 자기는 한국 드라마와 노래를 좋아한다며 사진 촬영을 부탁한다. 사진 찍을 때는 얼굴을 가렸던 부르카를 내리는 센스를 보이기에 나도 햇볕을 가리기 위해 썼던 마스크를 벗으며 장단을 맞췄다.
늙은 목동이 소와 양을 몰고 벌판으로 짙푸른 풀빛 잉크로 텅 빈 하루의 원고지를 반쯤 채우면, 햇살은 길 위에 배를 채우고 늘어지게 드러누운 소와 개들 옆으로 눕고, 내 배꼽시계도 시간을 알린다. 식당을 찾아가 야외 자리에 앉으니 주인은 원숭이들이 밥을 채가니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으라고 한다. 조금 더 깊숙한 안 자리에 앉아야했는데 조금 바깥쪽으로 앉았더니 일이 벌어졌다. 운전기사의 파니어 프라타를 접시채 순식간에 채간다. 원숭이 신 하누만에게 보시(報施)를 제대로 했다.
하누만은 신 중에서 가장 지위가 낮은 신이지만 가장 기도를 잘 들어주는 신이기에 일반 서민들은 하누만에게 기도하면 기도발이 잘 먹힌다는 믿음이 있다. 기도만 잘 들어준다면 그깟 파니어 프라타 한 접시쯤이야 상관없다. 원숭이야, 원숭이야! 파니어 프리타 많이 먹고 이 땅위에 평화를 새벽안개처럼 자욱하게 내려다오! 남북한의 구원(舊怨)을 갠지스 강에 죄를 씻듯이 깨끗이 씻어다오!
하누만은 바람의 신 바유의 아들로 뛰어난 기민함과 하늘을 날아다니는 재주, 모습과 크기를 바꾸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누만의 신화는 중국으로 전해져 명나라 때 작가 오승은이 영감을 얻어 손오공이라는 캐릭터를 창조했다. 그러나 아무리 재주가 많다고 해도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었고 삼장법사가 함께 인도 여행을 하자며 오공(悟空)이라는 법명을 지어줬다. 오공은 대승불교의 핵심인 ‘빈 마음을 깨친다.’는 의미이다.
우리 고조선 문화의 발원이 송화 강가의 부여이다. 원시인들이 수렵과 채취로 식량을 얻다가 그 인구가 불어남에 식량을 효율적으로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하여 목축과 농사를 짓기 시작하였다. 이를 위하여 초지와 농지를 확보하기 위하여 초목을 태워서 들을 개척하였는데 불로서 얻어진 벌판이라 하여 '불'이라 하였다. 부여는 고조선 민족이 최초로 개척한 벌판이요 곧 불(火)이다.
불을 이용하면 손쉽게 땅을 개간할 수 있었고 음식도 익히고 가죽을 가공하여 옷과 신발도 만들며 진흙을 구워 집과 성벽도 쌓을 수 있었다. 불의 발견은 인류의 혁명이요 신앙이 되었다. 불로서 얻은 벌판을 '불'이라고 부르다가 부루, 품리, 부여, 부리, 불내, 불이, 벌, 발 등으로 불렀는데 이 보든 것이 불의 음역이라고 한다.
고대 어휘 중에서 우리 민족의 뿌리를 밝히는데 가장 확실한 것 중 하나가 옛 지명이다. 이 지명은 한족들이 살았던 지역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지명이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서도 신라의 모든 ‘벌’들도 불(火)로서 표기를 하고 있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지명이 우리 민족의 발자취를 따라 이어지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한반도를 비롯한 그 북부와 만주일대, 그리고 시베리아 동남부 해안까지 존재하며 그 지역은 곧 우리 민족이 거주했거나 영향을 끼친 지역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인도대륙을 가로지르다 보니 인도 중북부에는 칸푸르, 자발푸르, 고락푸르, 가락푸르 등 푸르로 끝나는 지명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런데 뭔가 냄새가 모락모락 나서 더 공부해보니 태국의 지명도 촌부리, 칸차나부리, 펫차부리, 푸라친부리, 산티부리 등 부리로 끝나는 지명이 있다. 그리고 터키의 유명한 이스탄불, 또한 스칸디나비아에는 “베리, 부리, 보리” 따위의 지명이 많이 남아 있다. 이 같은 표기가 독일 계통의 민족은 성(城)을 뜻하거나 도시를 뜻하는 ‘-보르크(-borg), -베르크(-berg), -부르크(-burg, -bruck)”로 바뀌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이델베르크(Heidelberg), 함부르크(Hamburg), 잘츠부르크(Salzburg) 등이 그러하다.
인도에는 국어가 없다. 워낙 다양한 민족이 섞여 살기 때문이다. 영어가 공용어이고 힌디어가 주요 언어이지만 힌디어의 역사는 짧다. 드라비다 어가 역사가 길다. 그런데 한국어와 드라비다어가 유사성이 많다. 한국어 속에 쌀, 벼, 풀, 씨 같은 농업용어는 모두 인도 토착어(土着語)인 드라비다어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인체 부분 명칭, 친족 호칭 등이 비슷한 단어가 많다.
북으로 연결 됐을까? 남으로 연결 됐을까? 신라와 가야의 역사 기록에도 인도계로 보이는 바다를 건너서 온 석탈해와 허 왕후가 있다. 결국 이들의 영향으로 드라비다족의 타밀어가 신라어와 가야어에 영향을 주고 현재의 한국어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인도를 식민지화 시킨 것은 영국 정부나 군대가 아니라 동인도회사였다. 동인도회사는 인도를 지배하기 위해 현지인 용병을 고용했다. 이들은 힌두교, 무슬림, 시크교도들로 구성되었다. 이들을 가리켜 ‘세포이’라고 불렀다. 이들이 세포이 항쟁을 일으킴으로써 영국은 큰 혼란에 빠졌고 식민지배에 큰 차질이 생겼다.
항쟁의 시작은 세포이들 에게는 소총이 지급되었는데 병기 및 탄약통의 녹을 방지하기 위하여 지급 되는 기름이 소의 기름, 돼지의 기름을 사용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힌두교도들은 소를 신성시하고, 무슬림들은 돼지를 부정한 것으로 여겼으며, 세포이 용병 대부분 이 두 종교 중 어느 한 쪽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세포이가 발칵 뒤집힌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것은 종교 문제의 민감성이나 폭발성에 안이하게 대처한 대표적인 문화충돌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항쟁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농민과 시민도 가세하여 영국의 식민지배는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이들은 과격해져서 영국인을 보기만 하면 다 죽였다. 특히 칸푸르에선 항복한 영국 군인들과 민간인들을 학살했는데 남자들은 전부 죽이고, 여자들을 강간한 다음 아이들과 같이 고기 자르는 칼로 토막 살인을 해 시신(屍身)을 우물에 던져버렸다.
세포이 항쟁은 진압 되었고 영국은 동인도회사를 채체하고 직접통치로 전환했다. 빅토리아 여왕이 인도 황제를 겸했다.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종교에 대한 깊은 이해가,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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