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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절대로 엘리트 마라토너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으면 보통 마라토너는 다 할 수 있고 제가 못 해도 다른 마라토너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도 못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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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도 안 일어나네!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23-02-19 (일) 17:14:01


 


 

먼지도 안 일어나네!

 

힌두스탄 평원에 태양이 솟아오르면

전설의 강물 밑바닥을 흐르듯

역사의 뒷골목을 헤매듯

몽롱한 꿈에 취해서 몸을 뒤척이듯

수많은 전설과 찬란한 역사를 품었던 알라하바드

그곳으로 안개처럼 내 발걸음은 스며드네

 

부지런한 여인은 마당을 쓸어 먼지를 일으키고

목동은 소와 염소를 몰고 먼지를 일으키고

대형 화물차는 먼지 핵 버섯구름이 일으키는데

내 발걸음은 먼지도 안 일어나네!

 

나도 힌두스탄 대평야를 달리며 반얀 나무를 닮아간다.

다리가 뇌경색 후유증으로 절룩거리면

내 가슴 갚은 곳에서 다른 수많은 다리를 내리뻗어

그렇게 달리고 있노라.

불멸의 정신으로 서원(誓願)한 일

달리는 말은 말총을 휘날릴 뿐 뒤돌아보지 않는다.



 


어제오늘을 허리가 무척 아프다. 앉았다 일어날 수조차 없다. 그래도 달리는 동안은 괜찮다. 이리 고생하면서 달리는데 먼지조차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하다. 지난번 아시럽대륙을 달릴 때는 정말 큰 호응에 힘들어도 힘든지 모르고 달렸는데 이번엔 시선이 영 냉랭하다. 허리 아픈 건 참고 이기겠는데 마음이 무거운 건 힘들다. 많은 사람이 같이 먼지를 일으켜줘야 로마 교황님이 노구를 이끌고라도 판문점에 와서 감동의 평화의 미사를 집전하실 것 아니겠나?

 

한 성자가 힌두교 신인 나라야나에게 신의 권능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나라야나 신은 온 세상을 물로 범람시켰다. 다른 모든 생물은 물에 휩쓸려 내려갔거나 죽었지만 반얀 나무는 꼭대기만 나온 채 살아있었다. 이때부터 반얀 나무는 인도인들에 불멸(不滅)의 나무로 여겨진다. 뿌리가 시원치 않으니 가지를 축 늘어뜨려 그것이 땅에 닿으면 뿌리를 박고 다시 줄기가 되고 뿌리가 되어 바람이 심하게 불어도 홍수가 나도 제자리에 살아남는 것이다.




나도 힌두스탄 대평야를 달리며 반얀 나무를 닮아간다. 다리가 뇌경색 후유증으로 절룩거리면 내 가슴 갚은 곳에서 다른 수많은 다리를 내리뻗어 그렇게 달리고 있다. 그러니 냉랭한 반응에 기죽지 않고 불멸의 정신으로 서원한 일을 실천할 것이라고 다짐에 다짐을 더한다. 나는 강 건너에서 타는 불길을 보고 아직 이 여정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했다. 달리는 말은 말총을 휘날릴 뿐 뒤돌아보지 않는다.

 

알라하바드는 힌두스탄 대평야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갠지스 강과 야무나 강의 합류점에 있는 도시이다. 본래 바라나시와 함께 힌두교의 대표 도시였지만 16세기에 악바르 대제가 성벽을 짓고 "알라하바드"라는 이슬람식 이름을 붙여주었다. 힌두교에서도 의미가 깊은 장소이다 보니 이슬람 통치의 흔적을 지우려 2018년에 프라야그라지로 변경되었다. 알라하바드 성은 아쇼카 대왕 때 지어졌다고 하는데 현재의 성은 악바르 황제가 재건한 것이다.


인도인들은 이곳에서 세 개의 강이 만난다고 한다. 갠지스 강과 여무나 강 그리고 사라스와티 강이다. 사라스와티 강은 지하로 흐르는 강이라고 하는데 상상 속의 강이다. 그러니까 인도인들의 마음속에 흐르는 강인 셈이다. 강을 신성하게 여기는 힌두교도들에게 세계의 강이 만나는 곳이니 더없이 신성한 곳이리라.


신성한 강이 흐르는 인도의 성지 네 곳에서 쿰브 멜라(성스러운 항아리 축제)라는 축제가 열리는데 알라하바드에서 열리는 쿰브 멜라가 가장 성대하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규모이면서 평화로운 순례자들의 축제이다. 사람들은 성스러운 강물에 몸을 씻거나 적시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죄를 씻고 삶과 죽음의 윤회로부터 벗어나길 소원한다. 신화에 의하면 불사의 영약이 담긴 항아리를 신과 악귀가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다가 항아리 속 영약이 갠지스 강에 몇 방울 떨어졌다고 한다.



 


한 사두가 배움을 찾아 길을 떠났다. 발길이 닿는 곳을 따라 정처 없이 길을 가다 한 항아리 공방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한 노인이 흙을 반죽해서 아주 찰진 반죽을 만들고 있었다. 노인을 눈길도 돌리지 않고 사두에게 물었다. “여보게, 항아리가 뭔 줄 아는가?” 사두가 말끝을 흐리며 대답했다. “그야, 물이나 음식을 담는…….” 노인은 말했다. “항아리는 오대(五代)의 결정체이지. 흙과 물, 불과 바람 그리고 도공의 의도가 항아리의 운명을 결정한다네.”


이어서 노인은 말했다. “사람들은 항아리의 겉모습만 본다네. 그리고 거기에 무엇을 담을지를 생각하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항아리의 공간이라네. 이 공간이야말로 항아리의 영혼이지! 사람도 마찬가지지. 몸이라는 항아리에 어떤 마음의 내용물을 채우는가가 중요하지.” 사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한 건 말이지, 내용물을 더 담거나 바꾸려 하지 말고 공간을 보아야 한다네! 단지 자네가 성자로 칭송받기를 원한다면 내용물을 더 좋은 것으로 채우고 바꾸어야하겠지만, 신을 알고 참된 나를 알기를 원헌다면 내용물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어야 한다네. 지금까지 자네를 괴롭혔던 것이 내용물이 아닌가?”

 

나는 갠지스 강이 흐르는 옆길을 달리며 마음속에서 그 무엇이 오고 가더라도 내버려 두라!’는 가르침을 다시 한 번 음미(吟味)해 본다. 먼지가 일든지 말든지는 먼지의 일이요,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해서 가슴속에 든 깃발을 날리며 달릴 뿐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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