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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이 뒤엉킨 강 갠지스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23-02-12 (일) 18:23:09



 

콜카타를 떠난 지 21일 만에 갠지스 강을 건넜다. 왠지 모르지만 아련한 마음의 고향에 긴 세월 방랑하다 돌아온 느낌이다. 이 강물은 생과 사의 사이를 흐른다. 만일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생과 사의 강을 건너서 지금 내가 여기에 서 있는가? 저 멀리 아름드리 고목 밑의 공터에서 노는 어린아이들에게서 먼 추억이 만난다. 강렬한 꿈을 꾸고, 뼈저리게 실패하고, 부정하며 방황하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고야 마는 인간의 오랜 운명을 되새겨 본다. 장작불에 타다만 죽은 자의 발 하나가 정처 없이 강물 위를 걸어가는 착시(錯視) 현상이 난다.

 

꿈꾸는 활기찬 삶과 꿈마저 꿀 수 없는 견디고 버티는 피할 수 없는 삶을 바라나시로 오는 길에 수없이 보았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고 말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BC 2000년경 아리아인들이 이 땅에 정착해 살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을 삶이다. 오히려 그때의 움막보다도 못한 찢어진 비닐 움막에서 길 위를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외제차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 왜 무표정 할 수밖에 없는지를 헤아려본다. 더 가질 것도 바랄 것도 더 버릴 것도 없는 무력감. ‘무력감과 좌절감의 예방하는 방법은 잃어버리기 전에 한발 앞서 포기하고 폐기하는 것이리라.’

 

아무리 평화를 향한 여정이지만 그 유명한 바라나시까지 와서 속살을 안 들여다보고 호기심과 궁금증을 짊어지고 가기엔 마음이 무거울 것 같아 녹야원과 강가나트는 둘러보고 가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질 것 같았다. 그에 앞서서 환전과 머리를 깎아야 했다. 그런데 인도에는 관광객들이 많아 환전이 쉬울 줄 알았다. 웬만한 도시에는 환전할 만한 곳이 없었다. 환전하느라 반나절이 다 가고 말았다.




급히 강가나트 쪽으로 발길을 옮겨 보았으나 사람과 사람이 엉키고 그 위에 락샤와 툭툭과 자동차가 엉킨데다가 소와 염소와 개들까지 엉킨다. 개는 가랑이 사이를 빠져나가고 락셔와 툭툭과 자동차는 살갗을 스치며 지나간다. 툭툭 운전수는 인디언 헬리콥터 툭툭을 타고가라며 바쁜 내 발걸음을 잡아 세운다. 강가나트로 향하는 순례객들의 행진은 마치 하메른의 피리소리에 따라 강가로 몰려가는 쥐 떼들의 행진 같이 끝이 없다.


파도에 떠밀려서 강가나트 입구까지는 왔는데 안으로 들어가려면 휴대폰은 맡기고 들어가란다. 고인이 저세상으로 가는 것을 카메라에 담으면 저세상에 가지 못하고 카메라에 갇혀버린다는 것이다. 담 넘어 저쪽에는 시신을 불태우는 장작불이 성스럽게 타오르고 있다. 저 시신도 한때는 불꽃같은 정염에 휩싸인 적이 있으리라! 불꽃을 바라보며 보이는 불꽃보다 보이지 않는 불꽃인 기도에 마음을 태운다.




시간도 많이 지체되고 절차도 번거롭고 하여 바라나시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것은 포기하고 포기할 수 없는 평화의 여정만 계속하기로 하였다. ‘무력감과 좌절감을 예방하는 방법은 잃어버리기 전에 한발 앞서 포기하고 폐기하는 것이리라.’

 

그동안 인도의 거친 벌판을 혼자서 유모차에 의지하여 달려왔는데 현대 자동차가 산타페를 지원하고 인도한인회가 운전기사와 경비를 지원하여 어제 바라나시에서 만났다. 덕분에 바라나시의 속살을 살짝이나마 구경하려는 계획은 여지없이 산산조각 났다. 발걸음을 돌려 운전기사가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으나 BC 2000년부터 이어져 오던 도시의 좁은 미로(迷路)와 같은 골목길을 찾는 건 애당초 불가능해 보였다. 구글맵도 뱅글뱅글 돌기는 마찬가지니 내 기억력만 탓할 일은 아니었다.

 



갠지스 강은 어머니 강이라고 불릴 만큼 인도인들에게 성스러운 강이다. 바라나시는 3,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힌두교 최대의 성지이며, 동시에 예로부터 시바 신의 성스러운 도시이며 인도 문화의 중심지이다. 인도인들은 갠지스 강에서 몸을 씻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인도인의 처음부터 끝이 이루어지고 있다. 죽은 사람을 태워 뼛가루를 추린 다음 강물에 뿌리기도 한다. 힌두교인들은 그것이 대단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 강물에서 죄를 씻어 내기 위해 목욕을 하고, 그 물을 마시며 갠지스 강의 축복을 기원한다.


힌두교는 신석기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인도인들의 신앙에서, 또 신화에서 그리고 결혼과 장례 같은 중요한 의식에 다 녹아 있다. 교리도 다양하기 때문에 힌두교에서는 자기들과 다르다고 싸우지도 미워하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힌두교는 인도 사회에서 오랜 역사를 두고 만들어진 인도인들의 생각과 철학을 담은 삶의 방식인 셈이다.


삶과 죽음이 뒤엉겨 흐르는 강 갠지스. 죽음을 삶의 끝이자 또 다른 삶의 출발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중요할 리가 없다. “목숨은 태어날 때부터 죽음의 기저귀를 차고 나온다고 했다. 이질적인 문화가 섞여 하나의 독특한 문화가 존재하는 곳이다. 그래서 문화적 충격에 자주 휩싸인다. 이런 상황들이 발생할 때 혹여 당황할 지라도 놀라지 말 것이며 오히려 미로를 스릴있게 빠져나가 듯 즐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자만이 인도의 여행자가 될 수 있다. 인도 여정 동안 팔이 여러 개가 있는 신이 어떤 팔을 내밀 지는 자못 흥미진진하다.

 

그 옛날 혜초 선배가 녹야원이 있는 피라날사국 (현 바라나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힌두교의 성지로 자리를 굳히고 있었다. 중천축국 불교는 쇠퇴의 길을 걷고 있었고 북천축국과 남천축국의 불교는 아직 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가 이곳에 왔을 때 힌두교도들이 온몸에 재를 바르고 시바 신에게 경배하고 있었다.



 


태어난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단 말인가? 나도 이대로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인가?”

싯다르타는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찾아야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따뜻하고 안락한 왕궁을 떠나 고행의 수행 길을 나섰다. 그는 고행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숲으로 찾아가 보리수 아래에서 6년 동안 수행하여 마침내 깨달음을 얻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 반드시 나이 들고 병들고 죽게 된다. 그러나 누구나 그것을 받아들이고 자비로 서로 돕고 살면 마음의 평화가 깃든다.’ 결국 싯다르타가 얻은 깨달음이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삶이 켜켜이 녹아있는 문화도 마찬가지이다. 나와 달라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또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것. 그런 마음을 가지면 모든 것이 포용되고 아름다워 보이는 법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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