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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마라톤문학
저는 절대로 엘리트 마라토너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으면 보통 마라토너는 다 할 수 있고 제가 못 해도 다른 마라토너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도 못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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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풍댐 ‘강 건너 등불’을 안타깝게 바라보다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125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18-11-02 (금) 00:07:08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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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걸음을 유혹해서 14000km를 달려오게 한 푸른 강물은 묘한 여운(餘韻)을 머금고 시치미를 딱 떼고 흘러 흘러간다. 한번만 더 내게 살가운 미소를 보내준다면 난 그대로 뛰어들려고 했었다.

 

압록(鴨綠)은 아침이면 푸른 안개 피어올라 새 신부인 양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태가 신비스럽고, 햇살이 비치면 푸른 정장을 갈아입은 여성처럼 당당하다가 붉은 노을 속에서는 이브닝 가운을 입은 여인처럼 매혹적이다. 압록은 사랑스런 여인처럼 아침, 점심, 저녁, 어제도 오늘도 다른 모습으로 아름답고 또 내일도 다른 모습으로 아름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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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가을을 품은 푸른 강물 한가운데서 여성 저음의 음색이 흘러나오는 듯했다. 잃어버리고 살았던 아련한 정겨움 같은 저 깊은 곳으로 나도 모르게 걸어 들어가 보고픈 미망(未忘)에 빠지게 한다. 천둥오리 머리 빛처럼 푸른 강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라졌던 모든 것의 재탄생을 바라는 강렬한 염원으로 끓어오르게 한다. 뛰어들면 바로 붉은 가을을 품은 푸른빛으로 물들 것 같다.

단절된 두 곳을 이으려는 인간의 의지는 집요했다. 사람들은 나루를 만들어 뱃길을 연결했다. 험한 물결 위에 다리를 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사무친 그리움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 다리를 놓았다. 끊겨진 다리 옆에 또 다리를 놓았다. 애타게 그리던 소식이 오는 곳도 결국 강 건너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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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아시아 최대의 수력발전소 수풍댐은 남한까지 전력을 공급하던 곳이다. 수풍댐으로 가는 압록강에는 연어와 잉어 등을 기르는 '가두리양식장'이 많다. 거의가 한국으로 수출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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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는 장어 양식을 하던 곳이라고 함께 동행한 조선족 박 여사는 설명한다. 할아버지 때 경상도 안동에서 만주로 넘어왔다고 한다. 그녀는 중국 최대 규모의 안산철강에서 일하다가 은퇴했다고 자랑한다. 은퇴해서도 퇴직할 때의 봉급을 죽을 때까지 받는다는 그녀는 얼굴에 자부심이 많이 배어 있었다.

 

강 밖 언덕에는 주먹보다 큰 빨간 사과들이 주렁주렁 열린 과수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이곳 사과는 서리를 맞아야 제 맛이 든다고 아직 가지에 매달려있다. 봄이면 사과꽃과 복숭아꽃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복숭아꽃을 보러온 사람들이 인파가 또 꽃무리를 이룬다고 한다. 바로 몇 십 미터 앞이 우리가 즐겨 암송하던 진달래의 시인 김소월과 장준하의 고향인 삭주(朔州). 소월은 꽃피는 봄이면 온 산을 분홍으로 물들이는 진달래로 피어나는데 장준하가 뿌린 민주통일의 꽃은 언제나 피어나려나?

 

중국 사람들은 돈만 내면 비교적 자유롭게 당일 여행으로 북한 땅을 오갈 수 있는데, 같은 피를 나눈 우리는 서로 다른 정치이념과 체제, 국제정세 때문에 오고가질 못한다. 등 돌리고 떠난 여인의 뒷모습 같은 북녘 땅을 바라만 보니 새삼 냉엄한 분단현실이 가슴을 메이게 한다. 분단의 현실이 얼마나 모질기에 14000km를 달려와도 선뜻 문을 열어줄 수가 없는지 답답한 마음 그지없다. 끊어진 두 곳을 잇는 다리가 되고픈 내 달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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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커우(河口)에는 압록강의 두 번째 단교와 마오쩌둥(毛澤東)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의 동상이 서 있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한국전에 참전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중국이 마오안잉 동상에 그가 러시아어 통역관으로 일하다가 폭사했다고 새겨 놓은 것을 보니 소련 공군의 한국전쟁 참전이 맞는 것 같다.

 

그는 한국전 참가 지원 1호라고 한다. 중국식 노블리스 오블리제다. 마오안잉의 묘는 북한에 있다. 마오쩌둥은 며느리가 그렇게 울부짖으며 애원했어도 아들의 묘를 중국에 옮기지 않았다. 아마도 북한에 오래도록 부채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유람선 나루에는 민물고기 요리 음식점이 늘어서 있다. 오랜만에 조선족이 하는 매운탕이 입에 당겼지만 이진숙 교수와 박 여사가 바리바리 싸온 점심을 먹어야했다. 수풍댐 아래에서 소풍 나온 사람처럼 음식을 바닥에 펼쳐놓고 한가하게 먹는 맛도 일품이다. 강 건너 저편에 오토바이가 하나 지나가고, 버스가 지나가니 먼지가 구름처럼 일어난다. 송인엽 교수가 정말 붉은 가을을 머금은 푸른 강물에 물들고 싶었는지 여자분들 고개를 돌리라고 하더니 홀딱 벗고 강물로 뛰어든다. 10월 중순의 만주벌판의 날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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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풍댐까지 가는 유람선인 줄 알고 탔는데 중간까지 돌고 뱃머리를 돌린다. 끊어진 다리를 지나간다. 이 다리가 중국군의 주력부대가 넘어가던 다리이다. 맞은편에 초소가 보이지만 초병은 보이지 않는다. 이쪽 산은 숲이 우거졌는데 저쪽 너머의 산은 민둥산이다. 간혹 밭을 일구는 사람과 뛰어다니는 어린 아이가 보이고 자전거와 전동자전거가 교차로 지나간다. 저 땅이 할머니와 아버지, 나로 이어지는 대를 이어서 그리워한 땅이다. 바로 옆으로 노를 저어가는 고기잡이 배 한 척이 무심히 지나간다.

 

배로 수풍댐까지 가지 못했으므로 다시 차로 수풍댐까지 간다. 1952500여 대 이상의 미군기들이 북한 지역 전력 공급의 90% 이상을 차지했던 수풍댐을 폭격했다. 한 시간 남짓 되는 시간에 900여 톤에 달하는 폭탄이 거의 무방비 상태의 수풍댐에 떨어졌다. 한국전쟁 중 최대 규모였던 이날 공습에 동원된 항공모함만도 네 척에 달했다. 연 이틀간의 폭격으로 댐과 발전설비의 70% 이상이 파괴되었다. 미군은 지지부진하던 휴전회담을 속개시킬 속셈으로 그동안 폭격의 피해를 입지 않고 있었던 수풍댐을 폭격하는 등의 강경책을 택하게 된 것이다.

 

수풍댐 옆에는 몇 년 전부터 재가동되어 큰 굴뚝에서 연기를 뿜는 공장이 보인다. 규소와 철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북한경제의 재건은 이제 동북아 경제의 큰 화두이다. 그를 위해서 전력생산을 늘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며 특히 노후상태에 있는 수풍댐을 현대적인 시설로 정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현재 기본생산능력의 3040%밖에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수풍댐을 현대식으로 개조하면 3배 이상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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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40년 전 중국이 국제무역기구에 가입할 때 이상으로 무한한 잠재력(潛在力)을 갖고 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제재가 풀리면 압록강, 두만강에서 경제협력이 급물살을 탈 것이다. 북한 투자에 관심 있는 중국이나 해외 기업은 많다. 물론 한국과 러시아, 미국과 유럽도 대기하고 있다. 가장 급한 건 서울에서 중국 단둥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직행할 수 있는 철도망이다. 그러면 압록강 하구와 두만강 하구는 동북아 경제지도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남북이 동, 서해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착공식을 12월 초에 하기로 한 것은 잘한 것이다.

 

바람처럼 유라시아를 달리며 내면에서 들려오는 진솔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신과 인간의 경계를 바라보았다. 보이는 풍요와 보이지 않는 평화, 들리는 생명의 소리와 들리지 않는 미물의 흔들림,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는 우정과 그리움으로만 남은 등 돌린 사랑,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 사색 그리고 명상과 행동 등 영원히 모순되는 것들을 하나로 조화를 이루는 내적 갈등의 추출물들을 얻어내려 부단히 노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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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반도 전역을 불 밝히던 수풍발전소에 서서 내 마음에 불을 밝히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어둑어둑한 '강 건너 등불'을 바라보며 님 소식을 기다린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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