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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마라톤문학
저는 절대로 엘리트 마라토너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으면 보통 마라토너는 다 할 수 있고 제가 못 해도 다른 마라토너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도 못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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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플랜B는 없었다

조국의 울혈을 풀어주는 길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18-09-03 (월) 09:48:57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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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내 머릿속에는 제 2안은 없었다. 오로지 하나, 그것은 북을 통과해서 신의주(新義州)에서 시작해서 평양(平壤)을 거쳐 판문점(板門店)을 통과하여 남으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하여 이 고난의 여정을 시작했다. 이제 딱 1년이 되었다. 1년 동안 나는 13km를 달려서 이제 중국의 심장 베이징(北京)을 코앞에 두고 있다. 단지 남북의 막혀버린 체증을 뚫고자하는 열망으로 시시때때로 닥쳐오는 고난도 두 눈 부릅뜨고 맞서서 이겨냈다. 그런 내게 처음부터 제 2안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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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사진 2017년 9월 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대장정에 오르던 모습

 

내 거침없는 발걸음은 이제 산시 성의 마지막 도시 광린에 도착하였다. 산시 성과 허베이 성을 나누는 타이항 산맥을 넘어 이제 내일이면 베이징을 품은 허베이 성에 진입하게 된다. 이제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는 나의 마음은 지금 바람보다도 빨리 한반도의 평화의 봄을 향해 질주해간다. 나의 뜀박질은 호기심을 채우는 두레박이다. 새로운 길을 찾아다니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심을 채운다. 무엇보다 축복은 달리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 안으로 달려가는 내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다.

 

유라시아대륙을 달리면서도 내 모든 사고의 두레박은 내 안에 깊은 샘 속에 흐르는 그 신비한 생명수를 길어 올린다. 처음엔 건강을 위해서 달렸지만 이젠 삶에 더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 몸과 마음의 근육을 만들려고 달리고, 자신감을 더 얻고, 지혜를 얻으려고 달린다. 매일매일 혼신(渾身)의 힘을 다해 달리는 것은 그렇게 열정적으로 살아가겠다는 마음의 다짐이기도 하다.

 

아주 멀리 가고 싶은 욕망은 아마도 아주 어린 소년소녀시절부터의 모든 이의 막연한 꿈인지도 모르겠다. 아주 멀리가면 아직 만나지 못한 귀한 그리움을 만나리란 막연한 상상과, 아직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만나리란 기대. 그래서 13km를 달리면서 더 깊은 호수의 전설과, 더 오래된 숲속의 이야기와,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신비와 꿈자락처럼 펼쳐진 드넓은 초원과 더 푸른 하늘의 아름다움을 만나보았다. 그런들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내 아버지의 고향, 내 마음 속의 고향땅을 밟지 못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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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네이메이겐에서

 

1년을 새벽 4시면 일어나 준비하고 6시부터 달리기 시작하여 하루 42km를 꾸준히 달려왔다. 지난 91일 네덜란드의 헤이그를 출발하여 낙엽이 뒹구는 독일의 시골길을 달려왔고 눈 내리는 불가리아의 소피아를 가까스로 피해왔지만 터키와 그루지아의 코카서스 산악지역을 지날 때 손과 귀가 어는듯한 추위도 이겨내고, 투르크메니스탄과 중국의 신장위구르의 사막에 달릴 때 정수리에서 한여름의 이글거리는 태양에 넌더리를 치며 헤쳐 나왔다.

 

가슴 속에서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 흑해와 카스피 연안을 지나 사막과 사막으로 이어지는 중앙아시아를 다 지나 텐산 산맥을 넘어 신장위구르 지역의 중국공안의 장벽도 넘어서 된장냄새, 고추장냄새 푹푹 풍기는 나의 땀방울들을 유라시아를 가로지르고 쏟아내며 체증(滯症)처럼 막혀있는 남과 북의 길을 뚫어보려 달려왔다. 그러니 처음부터 나의 길은 압록강을 건너는 길 이외에 우회하는 길이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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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땅끝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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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산을 통과하며

 

아버지는 평생 위장병을 달고 사셨다. 나도 위가 별로 안 좋은 편이었다. 그러던 것이 달리면서 위장도 튼튼해지고 오장육부(五臟六腑)가 다 튼튼해졌다. 체했을 때 아무리 좋은 약을 먹어도 듣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면 어머니는 어깨 쪽부터 손으로 쭉쭉 훑어서 마사지를 하며 손까지 피를 모은다. 그리고 실로 엄지손가락 피를 안통하게 해준 다음 바늘을 촛불에 달구어 소독을 한 다음 아랫부분을 감아 엄지손톱 모서리 끝부분을 바늘로 콕 따주셨다. 그러면 검은 피 한 방울이 솟구쳐 오르고 막혔던 울혈(鬱血)이 풀려 체증이 거짓말처럼 풀렸다.

 

어깨 쪽부터 손으로 쭉쭉 훑어서 마사지를 하며 손까지 피를 모은들 무슨 소용 있으랴? 엄지손가락을 바늘로 따서 막혔던 울혈을 풀어주지 않으면. 유라시아대륙을 힘들여 뛰어온들 무슨 소용 있으랴? 내가 압록강을 건너지 못한다면. 피 한 방울 뽑아냄으로서 막혔던 체증을 풀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간단하고 편리한 민간요법인가. 내 유라시아 달리기가 한반도의 73년 묵은 체증을 뚫어내는 민간요법이 될 수 있다면 이렇게 간단한 방법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어떤 명의도 치유하지 못한 한반도의 체증을 치료하는 화타(華佗)가 되는 일인데 여기에 멈출 수가 없는 이유이다.

 

화타는 주나라 때의 전설적인 의사 편작과 더불어 명의(名醫)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약물 처방뿐 아니라 외과 수술에도 정통한 그는 최초의 외과의사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마비산(麻沸散)이라는 마취제를 만들어 사용했다고도 전해진다. 화타는 약과 침, 뜸 등에 모두 정통했고, 침과 약만으로 치료할 수 없을 경우에는 환자를 마취시키고 환부를 절개했는데, 창자에 질병이 있는 경우에도 창자를 잘라 씻어내고 봉합해 고약을 붙이면 45일 만에 고통이 없어지고, 한 달이면 완쾌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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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반도를 73년 동안 시름시름 않게 한 병은 다른 병도 아니고 체증이다. 돌팔이 축에도 못 끼는 내가 한반도의 끝부분에 피 한 방울 내고 울혈을 풀어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는데 내가 그 정도 결기도 없이 이 험한 길을 나섰을 리가 없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좋아지면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의 강이 흐르고 남과 북이 만나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며 그리워하면 그 사이에 평화의 물길이 트인다. 그 물길을 따라 온갖 생명이 자라고 번성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기필코 압록강을 넘어 평양을 거쳐 광화문으로 들어가는 일은 나쁜 피 한 방울 뽑아 우리나라의 울혈을 풀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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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대장정 출발점이었던 헤이그의 땅끝마을에서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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