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웨이(武威)에서 하루 쉬었다. 이곳도 실크로드의 중요도시이고 역사도 깊어서 유적지도 많지만 나가서 구경할 기력이 없다. 하루 종일 잠자리에 누워있어도 도무지 몸이 상쾌하지 않다. 푹 하루 종일 자고나면 좋겠는데 온 몸이 각성(覺醒)이 된 상태라 잠도 깊이 안 든다. 나가서 밥 사먹는 것도 귀찮아서 호텔방에서 아침은 라면 점심은 지난번 교무님들이 사온 곰탕국물을 데워 먹었다. 한 일주일 쉬면 좀 나으려나 모르겠다. 아마도 석 달 열흘은 쉬어야 좀 피로가 가실 것 같다.
우웨이는 하서회랑(河西回廊)의 주요길목이다. 이 길목을 장악하는 민족이 서역과 실크로드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된다. 전쟁 끝난 뒤에는 이긴 쪽의 문화와 종교가 이곳에 펼쳐진다, 그래서 이곳은 인종과 문화와 종교의 전시장이 되었다. 서방 문화와 북방문화, 중화와 혼합되어 실크로드의 문화를 역사적으로 잘 보전하고 있는 곳이 우웨이 지역이다.
'뢰대한묘(雷台汉墓)'는 원래 천둥의 신에게 제사지낸 곳이었다는데 1969년 뢰대고묘(雷台古墓)에서 동한 시기 청동 천리마 형상의 문물인 마답비연(马踏飞燕)이 출토되었다. 후한의 땅 무위의 북쪽 레이타이(雷臺) 지역의 묘에서 1969년 공사를 하던 중 청동마상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선두의 말이 제비를 뒷발로 밟고 나르는 모양의 마답비연(馬踏飛鳶)상이다, 이 비마(飛馬)가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라는 국가전략 아래 웅비하는 현대 중국의 상징이 된다.
말은 오늘날 지구를 하나의 마을처럼 만든 정보 통신 혁명과 같은 것이었으며 전쟁을 승리로 이끌 대륙간탄도비사일 급 무기였다. 몽골은 800년 전에 인터넷 네트워크대신 말이 달리는 그물망 같은 네트워크를 완성해 유라시아를 하나의 세계로 통합하였다. 장건은 서역을 여행한 후 천리마라고 하는 한혈마(汗血馬)를 발견하고 한 무제에게 보고했다. 한혈마는 키가 크고 힘이 센 말로서 천마(天馬)라고도 하는데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우수한 말인데, 흉노에게 시달리던 한의 무제는 이 한혈마를 탐낼 수밖에 없었다.
이후 한 무제는 한혈마를 얻기 위해 대완에 특사를 파견하지만, 한의 사신들의 오만한 태도에 대완국의 왕은 대노하여 제의를 거절하고 되돌아가는 사신을 습격해 참살하고 대완마를 사기 위해 보냈던 보물도 빼앗아버렸다. 한 무제는 이에 기원전 104년 이사장군 이광리가 지휘하는 원정군을 보내 대완을 정벌하고 마침내 한혈마를 얻게 되었다. 한 무제는 한혈마를 얻은 후, 감탄하여 서극천마가(西極天馬歌)를 짓게 하였으며, 한혈마를 천마(天馬)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뢰대한묘(雷台漢墓)에서 나온 청동으로 된 마답비연(馬踏飛燕)은 이 한혈마를 모델로 만들었다. 말이 제비를 밟고 하늘을 나는 듯하다고 마답비연이다. 소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관우의 명마 적토마(赤兎馬)도 이 한혈마의 일종이다. 삼국지나 옛 중국영화를 보면 전면전이 벌어졌을 때 쌍방의 처참한 피해를 피하기 위하여 장수끼리 일합을 겨루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때 무술이 우수한 장수보다 훌륭한 말을 탄 장수가 백번 유리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우웨이는 고구려 출신 당의 장군 고선지(高仙芝)가 자란 곳이기도 하다. 그는 고구려 유민 출신의 당(唐)나라 장군이다. 고선지는 스무 살 때 장군이 되었다. 고구려는 결국 당나라에 의해 AD 668년 패망하고 만다. 당은 고구려의 지배층과 백성 3만여 명을 포로로 잡아 사막 지역 우웨이로 강제 이주시켜 버린다. 소련이 1937년에 연해주에 살던 고려인 20만 명을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시킨 것과 동일하다.
고선지의 아버지 고사계(高舍鷄)는 고구려가 멸망한 뒤 당나라군에 편입되어 하서군의 4진에서 장군으로 복무했다. 어려서부터 사막 지역에서 자란 고선지는 당 나라에서 사막전과 고산 전투의 최고 전략가가 된다. 서역 원정에서 보여준 고선지의 뛰어난 군사 전략은 후대에도 높이 평가되었다. 그리고 고선지의 서역 원정은 이슬람을 거쳐 서구 세계에 제지 기술과 나침반 등을 전하는 계기가 되어 동서 문화 교류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741년 톈산 산맥 아래에 위치한 달해부(達奚部)에서 반란이 일어났을 때 고선지는 2천여 명의 군사를 이끌고 반란을 성공적으로 진압하였다. 그 공으로 그는 비단길과 서역 지역을 관리하던 안서도호부에서 두 번째로 지위가 높은 장군이 된다. 그는 서역을 경략(經略)하고 지금의 우즈벡키스탄 아프가니스탄까지 두 번씩이나 진출한 당나라의 중앙아시아 최고사령관이 된다.
고선지는 가는 곳마다 승리하였다. 그는 이 마침내 파미르를 넘어 지금의 파키스탄 소발률국은 물론 서역 일흔두 개 나라에서 항복을 받아 내었다. 고선지의 승전 소식에 당나라의 현종은 크게 기뻐하며 그를 대장군으로 임명하였다. 그는 군대를 이끌고 천축국(天竺國)까지 진출한 최초의 사람이 되었다. 그가 당대 최고의 전략가이며 용장이었겠지만 그가 탄 말이 한혈마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내가 얼마 전까지 밀고 다니던 유모차의 이름도 나는 한혈마라고 붙였다.
내가 떠나기 직전 2017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전 세계가 지금껏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중장거리 전략 탄도미사일 화성 12형으로 괌도 주변에 대한 포위 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一觸卽發)의 공포 속에서 남북한 시민들은 살아야했다. 그것이 어떻게 남북한 시민뿐이었겠는가?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소름이 확 끼친다.
이때 나는 두 지도자가 전면전이 야기할 쌍방의 처참한 피해를 피하기 위해 말을 타고 무림의 결투를 하던지 황야의 결투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치사하게 서로의 시민들의 등 뒤에서 변죽만 올리면서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지 말고 무림의 대결을 한다면 관우의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나 여포의 방천화극(方天畵戟)을 들고 일합을 벌이던지 황야의 결투를 벌이려면 스미스&웨건 M66 권총을 하나씩 나누어 가지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면 세계적인 이벤트로 오히려 환호를 받았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기면 북한이 핵 폐기 먼저하고 평화협정 조인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이기면 평화협정 먼저하고 미군철수하고 핵 폐기하면 될 것이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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