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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마라톤문학
저는 절대로 엘리트 마라토너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으면 보통 마라토너는 다 할 수 있고 제가 못 해도 다른 마라토너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도 못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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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다리아 강의 눈물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72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18-04-10 (화) 13: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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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크메니스탄의 마지막 도시 투르크메나바트를 지나고 아무다리아 강을 건너는 나그네의 발걸음은 바빠졌다. 몸과 마음은 지쳐있었지만 한 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외부와 차단된 폐쇄된 환경이 사람을 거의 질식(窒息)시킬 지경이었고, 경찰들의 감시의 눈초리가 부담스러웠다. 경직된 사회의 국민들이 일상에서 보여주는 밋밋한 표정들이 그랬고 어제 호텔에서 당한 사기가 치명타를 안겼다. 나는 절대로 모래바람을 뚫고 하루 42km씩 달리고 차로 때론 몇 백km를 숙소를 찾아 이동하는 것이 힘들다고 투정하지 않았다.

 

이 나라는 호텔 요금을 외국인들에게는 달러로만 받으면서 내국인들보다 몇 곱절 더 받는다. 시내에 45달러짜리 호텔에 갔다가 좀 더 싼 곳을 찾아서 30달러 두명에 60불 이틀 치 120달러를 계산했는데 아침에 나오는데 엊저녁에도 안 끊어주던 영수증을 끊어준다. 그리고 저녁에 들어가는데 돈을 더 달라고 해서 영수증을 보여줬더니 그건 하루치란다. 방 하나에 60달러니 120달러는 하루치란다. 점잖은 입에서 그만 욕이 튀어나오고 바로 방에 올라가 짐을 다시 챙겨 나와 어제 갔던 시내의 호텔로 다시 갔다.

 

아무다리아 강은 유라시아를 제패하고자 하는 영웅들이 필시 건너야했던 강이다. 그 옛날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이강에 피 묻은 칼을 씻었고 칭기즈 칸이 또 이 강에 칼을 씻었다. 오스만 제국의 셀렘 1세가 또 그랬다. 내가 오늘 그 강을 건너며 내려다 본 모습이 처량했다. 푸른 하늘 아래 적토 빛 물을 힘차게 흘려보내던 강은 바닥을 다 드러낸 채 슬픈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저 멀리 양떼를 몰고 가는 목동의 발걸음도 왠지 쓸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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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샨 산맥에서 발원해서 힌두쿠시 산맥을 빠져나와 아랄 해로 들어가던 강이었다. 눈 녹은 물이 불어나는 봄이면 갑작스러운 홍수가 나기도 하지만 이젠 주변의 사막지역의 면화 밭으로 들어가는 관계용수로 물을 다 빼앗겨 다리를 건너며 내려다 본 이 강은 바닥이 다 드러날 지경이었다. 이렇게 힘을 다 뺀 강은 더 이상 아랄 해로 들어가지 못하고 중간의 사막에서 사라져버리고 만다. 아무다리아 강물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랄 해는 염도가 높아져 더 이상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바다가 되었고 그나마 물은 말라 금세기 최고의 환경문제가 되고 말았다.

 

아무다리아 강과 사르다리아 강 유역은 예로부터 과수원과 견과류 나무, 포도밭, 목화밭으로 울창하고 비옥한 땅이다. 이곳은 황폐한 사막과 비옥한 땅, 아열대 계곡과 눈 덮인 산맥이 결합되어 있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자연이 존재한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즈음이면 광활한 대지에 흰 목화 꽃이 만발한다. 그때쯤이면 미인들이 많다는 이 지역 여인들의 목화 따는 손길이 바빠진다. 실 잣는 여인의 가녀린 손끝에서 나오는 면사(綿絲)는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우주의 근원의 끈이다. 날실과 씨실이 만나며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만들어내는 직물은 삶의 해답이 담겨있는 듯 오묘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털을 스스로 벗어내고 추위에 떨어야했던 인류에게 목화(木花)는 오래 전부터 가장 중요한 직물재료 중 하나이다.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던 인도의 면직물은 일찍부터 먼 지역으로 수출되던 상품이었다. 면제품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옷의 재료로 사용되는 소재이기도 하며 작물 중 가장 많은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작물이어서 언제나 환경문제가 대두되기도 한다. 이 목화 농사가 미국의 흑인 노예무역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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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크메니스탄은 들어가기도 힘들었지만 나오기도 힘들었다. 공무원들은 느렸지만 꼼꼼했다. 짐은 다시 샅샅이 뒤져졌다. 이곳의 수속을 어렵사리 마치고 우즈베키스탄의 국경을 넘는 기분은 천국의 문을 넘는 기분이었다. 간혹 이곳 사람들이 투르크메니스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 나는 솔직할 수밖에 없었다. 물어보는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사는 나라를 좋게 평가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알면서도 그랬다. 이 나라는 이번 여행의 열두 번째 나라였는데 나머지 11개국을 지나면서 나는 그 나라에 사랑에 빠져서 헤어나질 못할 지경이었는데 이 나라에서는 그러질 못했다. 사랑이 없으니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모른다. 내게 사랑은 힘의 원천이다.

 

어렵사리 국경을 넘어 아랏이라는 국경마을에서 호텔도 구하고 무엇보다도 전화기의 유심카드를 사야했다. 그러려면 환전소에서 달러를 바꾸어야 해서 마을 사거리의 번화한 곳에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는 곳에 차를 세웠다. 바로 한 사나이가 유창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그러더니 금방 몇 사람 더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며 다가오는 것에 놀랐다. 아주 작은 마을인데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그들은 부산에 있었다고 했고 거제에도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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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잠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진짜 한국사람 둘이 지나가다가 차를 세웠다. 이들은 이곳 현지의 가스액화 시설 건설현장에 파견 나온 사람들이다. 이들의 도움으로 먼저 유심카드부터 해서 한국과 소통을 먼저하고 우리의 입국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환전을 하고 그들이 장기 투숙하는 호텔로 이동하였다. 그곳에서 현지인 아주머니가 준비한 한국식 만찬(晩餐)을 하고 여장(旅裝)을 풀었다.

 

우즈베키스탄은 그야말로 인종전시장이다. 주로 몽골, 투르크계와 이란계의 혼혈이지만 현재 1225개 민족이 공존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인도아리안계 언어를 사용하는 백인종이 살던 우즈베키스탄은 910세기 알타이계 언어를 사용하는 황인종이 들어오면서 인종 지도가 한층 복잡해졌다. 거기에 구소련 스탈린 통치 시절 고려인, 체첸인, 유대인, 타타르인의 우즈베키스탄 집단 이주 같은 정치적 이유도 민족 다양성에 기여했다. 구 소련시절 중앙아시아를 개간하기 위해 여러 민족을 이 지역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고려인도 약 18만 명 정도 정착한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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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은 유라시아의 교통의 중심지이며 문화, 역사,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이다. 세계를 제패하려는 자 이곳을 지나갔고, 거상이 되려는 자 이곳을 지나갔다. 또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자 이곳을 지나갔다. 옛날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포함하는 지역을 페르가나 혹은 월지국(月支國)이라고 불렀다.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가 중국, 한국으로 건너가는 연결고리로 종교 및 다양한 문화의 전파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테리미즈지역은 쿠샨 시대 불교문화의 중심지로 도시 유적과 초기 불교 유적이 집중적으로 분포한다. 테레미즈의 카레테파 유적은 중앙아시아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석굴사원이다.

 

나는 오늘 유라시아평화마라톤도 이제 거의 반환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 평화마라톤의 중요한 변곡점(變曲點)을 이룰 아무다리아 강을 건너면서 이 강이 다시 살아나 도도히 아랄 해를 향해 흘러들어가는 생명의 강이 되기를 희망한다. 옛 영웅들의 피 묻은 칼을 씻던 강이 분쟁을 일으켜서 자신과 자신이 속한 작은 집단의 이득을 얻으려는 자들의 마음을 씻는 평화의 강이 되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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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g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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