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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마라톤문학
저는 절대로 엘리트 마라토너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으면 보통 마라토너는 다 할 수 있고 제가 못 해도 다른 마라토너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도 못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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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내 발바닥으로부터 온다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65)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18-03-05 (월) 13:56:06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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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맑은 햇살과 함께 경이롭게 다가오고 있다. 카스피해 연안의 봄은 한국의 봄보다 훨씬 이르다. 아직도 벌거벗은 나무가 봄을 맞으러 기지개를 펴는 소리가 들린다. 대지에 뿌리를 박고 봄의 수액(樹液)을 끌어올리는 나무들의 분주한 소리가 들린다. 봄 대지를 통통통 달리며 대지와 내가 합일을 이루면 나도 나무처럼 봄의 생명의 수액이 발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봄은 내 발바닥으로부터 온다.

 

대지 밑에서 꿈틀거리는 미물들의 생명의 소리가 또 그렇게 아름답게 들린다. 달리면서 단전(丹田)에 힘을 모으고 깊은 호흡을 계속하면 그 소리는 더욱 경쾌하게 들린다. 오렌지나무 가로수길이 이채로운 봄 길을 달리는 내 발자국 소리는 이 봄 바쁘게 뛰는 심장박동 소리와 환상적으로 리듬이 잘 맞는다. 봄에는 뭔가 활기차고 빠른 리듬이 좋다. 새 봄을 맞는 생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봄을 향하여 달려가는 내 마음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봄이 오면 새로운 일들이 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듯이 멋지게 피어날 것만 같다.

 

봄기운에는 오묘한 생명의 조화가 숨어 있다. 그러나 자연의 이치에도 어김없이 공짜는 없다. 이 계절 뭇 생명들은 봄의 복락(福樂)을 더 누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 적당한 경쟁을 통해 자연과 사람들은 더욱 건강해진다. 자연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상생의 지혜를 갖는다. 생명의 본래의 모습은 상생과 평화이다. 긴 겨울을 이겨낸 나무들은 용하게 봄의 기운을 빨아들인다.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도 상큼하다. 새들도 지저귀며 솟구쳐 올라 암수가 서로 희롱을 하면서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간다. 나도 오늘 카스피 해 연안의 바볼이라는 도시에 떠도는 봄의 기운을 온 몸으로 받아들여 봄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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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면서 몸속에 묵고 낡은 기운은 다 날려 보내고 우주에 떠도는 봄기운을 폐 속 아주 미세한 기공(氣孔)까지 큰 호흡으로 가득 채우니 신선이 된 것 같다. 나는 이렇게 끝없이 달리는 것이 좋다. 마라톤을 빙자하여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는 것도 좋다. 마라톤이라는 깃발에 평화를 새겨서 들고 세계 구석구석 다니면서 인심이 다른 사람을 만나고, 기후와 토양이 다른 자연의 기를 온몸으로 내려 받고, 맛이 다른 음식들을 먹는 것은 멋진 일일 것이다.

 

발바닥으로 전해져오는 봄의 수액을 혼신의 힘을 다해 빨아올리며 달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한 남자가 차를 세우고 내 모습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는다. 오늘도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꺼내 내 모습을 담아서 그런 사람 중에 하나로 생각하며 손을 흔들어 주며 달려가는데 어느새 다시 앞에 차를 세우고 사진 촬영하기를 몇 번을 반복한다. 오늘의 목적지인 바볼까지 달리기를 마친 다음에야 자신이 신문사 기자라고 소개를 하고 인터뷰를 요청한다. 어느새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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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 한 학생이 나하고 같이 기념사진을 찍자고 하더니 오늘 숙소가 정해지지 않았으면 자기 집에 가서 자자고 한다. 이란 사람의 가족들의 살 냄새가 나는 집에 가서 자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고맙다고 하고 쫒아갔다. 무스타파라는 대학원 학생의 집에는 실망스럽게도 내가 기대했던 가족은 없었다. 자기 가족은 테헤란에 살고 자기는 학교 때문에 어머니의 고향집에서 지낸다고 한다. 그 집에는 사람의 살 냄새대신 오렌지 향이 가득했다. 마당 가득 오렌지 나무와 레몬트리에 열매가 가득 열려서 누가 따먹지를 안아 반을 떨어져서 바닥에 뒹굴고 있다.

 

나는 나무에 매달린 오렌지가 얼마나 맛있는지 안다. 사먹는 오렌지는 운송 중에 어느 정도 말라서 즙이 덜나온다. 나무에서 큼직한 놈으로 하나 따서 껍질을 벗겨 한 조각을 입속에 덥석 넣는다. 입속에서 오렌지 알들이 터지며 함성(喊聲)을 지른다. 나도 함께 탄성(歎聲)을 지른다. 바로 이 맛이다. 상큼하고 달콤한 즙이 목줄기를 타고 폭포수처럼 흘러내린다. 하루 종일 달린 피로와 갈증이 한방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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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쯤 잠자리를 펴려고 할 때 바볼 시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마 아까 그 기자가 시장에게 나에 대한 보고를 한 모양이다. 나하고 꼭 통화를 하고 싶은 모양이었는데 영어가 잘 안되는지 11시쯤 통역을 불러 다시 통화하자는 것을 내가 공손하게 거절하였다 10시 전에는 자야하는데 잠잘 시간을 놓치면 생체리듬이 깨져서 밤 새 잠을 못잘 수 있어서 이다. 대신 아침에 시장실에 꼭 와달라는 것도 내가 8시 전에는 출발을 해야 한다고 하니 7시에 보자고 한다.

 

바볼은 카스피 해 연안의 도시 중에 가장 큰 도시이다. 이 도시의 상징은 오렌지이며 오렌지 꽃은 평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한국의 평화마라토너가 평화의 도시 바볼에 방문하여 주어서 고맙다고 화환과 기념패를 시장이 주었다. 각 부처 국장들과 함께 내 일정을 감안하여 이른 새벽 7시에 출근하여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나도 준비해간 우리 장고 모형이 들어간 열쇠고리 몇 개를 나누어주고, 한반도기에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로 평화를 새긴 티셔츠를 주며 시장실에 걸어 한국의 평화를 지원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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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내게 어제 무스타파 학생 집에서 잠자리는 편했냐고 물어보더니, 저녁에 자기 집에 초대하면 와서 자겠냐고 물어서 그러겠다고 했더니 그건 너무 번거로우니 다음 도착지인 사리의 운동선수들 합숙시설에 전화를 해서 숙소를 마련해 주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만나고 교류하면 유라시아의 봄도 머지않은 걸 느낀다. 봄은 달리는 내 발바닥으로부터 온다. 평화는 우리들 마음으로부터 온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 문학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g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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