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캐나다 4번째 이야기 벤쿠버를 소개해 볼까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캐나다는 밴쿠버'라는 공식이 성립 할 정도로 이 도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의 얼굴마담이라고 할 수 있다.
수도도 경제 중심지도 아니면서 캐나다 전체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도시가 된 것이 의심스럽다는 생각과 함께 여행을 시작했지만 3박4일 동안 양손 엄지손가락 치켜들어 네가 짱이야를 수도 없이 외쳐 댔다.
벤쿠버의 첫 인사는 알싸하면서 상큼한 공기가 담당하고 있다. 공항 밖으로 나오자마자 우리가 예상하는 여느 대도시들과는 차원이 다른 공기가 목캔디 같이 목을 뻥 뚫어 준다. 그리고 어딜 둘러봐도 깨끗하고 관리가 잘된 공항 주변은 이방인(異邦人)의 마을을 편하게 만들고 있었다. 비행의 피곤함은 어디론가 금새 사라지고 빨리 밴쿠버를 파헤치고 싶어졌다.
공항에서 밴쿠버 다운타운까지의 접근은 아주 간단하다. 스카이트레인(Skytrain)이 연결되어 있는데 경전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승차권 발매기 앞에는 안내원이 하나하나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에 처음인 사람도 어렵지 않게 발권 후 탑승을 할 수가 있다.
스카이트레인은 총 4개의 호선으로 광역 벤쿠버(Greater Vancouver)를 연결하고 있고 풍력발전(風力發電)으로 생산된 전기가 동력원 이라고 한다. 역시 캐나다 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바로 선한 이미지 캐나다의 두 얼굴을 보는 듯했다. 친환경 에너지 이용한 기차운행 반면에는 오일샌드 채굴로 인한 심각한 오염이라는 오명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옅은 하늘색 빌딩들과 새하얀 커튼들, 밴쿠버에는 커튼 색 선택의 자유가 없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다운타운에 들어서면 유리도시에 왔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투명유리로 지어진 옅은 하늘색의 고층 아파트들과 새하얀 커튼만을 사용하여 도시 전체가 상쾌하면서 맑은 이미지를 뿜어 내고 있었다. 유리도시를 더욱더 빛나게 하는 북쪽에 병풍처럼 둘러있는 녹음이 짙은 산과 서쪽으로 펼쳐지는 맑은 바다는 날 거대한 정원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어학연수 다녀온 친구들의 밴쿠버에 대한 예찬(禮讚)이 이제야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스탠리 파크 산을 타고 넘어가는 구름과 인간이 만들 셔스팬션 브리지가 한몸이 되었다.
벤쿠버의 여행은 스탠리파크(Stanley Park) 산책으로 시동을 걸었다. 이 공원은 자연이 도시 인간에게 선물한 보물(寶物)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았다.
스탠리파크의 산책로. 누가 이곳을 마다하랴..
인간에 의해 꾸며진 공원과는 비교가 안되는 살림과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공원을 감싸고 있는 태평양 바다로 부터의 살짝 비릿한 향과 나무들의 푸른 내음은 코의 안쪽 간지러움을 긁어주듯 나에게 쾌락을 주었다.
동생 발자국이 왜 이래...
잉글리시 베이
스텐리파크의 향기에 중독되어 헤매고 있을 때쯤 잉글리쉬 베이(English Bay)가 눈앞에 들어 왔다. 다운타운과 스탠리파크 사이에 있는 작은 해수욕장이다. 잉글리시베이의 모래 사장에는 버려진 통나무가 시민들의 쉼터를 제공하고 있고 선박 부품으로 보이는 거대한 강철 구조물들은 내가 태어나 처음 느낌는 이색적인 해변 정취(情趣)를 느끼게 해주었다. 뭔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조합이 만나 이국적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있어 한참 동안 떠날 수가 없었던 장소였다.
개스타운 증기시계
다운타운 중심에는 현대적 빌딩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벤쿠버의 다운타운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개스타운(Gastown)은 아주 부티크 하면서 세련된 느낌을 가지고 있다. 개스타운의 랜드마크는 높거나 화려한 건물이 아닌 오래되 건물들 중심에 증기(蒸氣)를 솔솔 뿜어내고 있는 작은 시계탑이다. 이 아담한 증기 시계는 작은 거인이었다. 많은 관광객들은 작지만 개스타운의 분위기을 대표하는 증기시계를 보기 위해 모여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랜드마크는 꼭 초고층 빌딩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캐나다 플레이스(Canada Place)도 관광객들로 항상 붐비는 장소 중 하나이다 .이곳은 항구이면서 컨벤션 센터인데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와 많이 비교가 되거나 4대 미항이 있다면 이곳을 뽑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고 한다.
난 호주를 가보지를 못해서 비교는 할 수 없겠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캐나다 플레이스에 한표 던지기로 했다.
거대한 크루즈 접안 시설과 다운타운 전경 그리고 바다 건너로 보이는 산, 중턱의 아기자기한 집들이 하나의 파노라마 사진처럼 펼쳐진다. 도시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니 밴쿠버레이트(Vancouverite)들이 너무 부러웠다. 도시인들의 쉼터가 곳곳에 있어 지친 마음을 언제라도 달랠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서 밴쿠버 자랑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대중교통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그라우스 산 (Grouse Mountain)은 입구부터 케이블카 설치되어 쉽게 올라가 트래킹, 스키 등을 즐길 수가 있다.
4월에 방문했지만 산 위로 올라가니 아직도 눈이 쌓여 있어 많은 사람들이 스키를 즐기고 있었고 눈신발들을 신고 트래킹에서 돌아오는 벤쿠버레이트들을 볼 수가 있었다.
도심에서 30분 거리에 자연설(自然雪) 스키장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바다면 바다, 산이면 산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었다. 음, 너무 칭송만 늘어놓았더니 민망하군. 케이블카 왕복 탑승비가 약 4만원 정도인데 아무리 캐나다 최고 부자 도시라지만 이 가격은 너무 한 것 같다.
그랜빌 아일랜드(Granville Island)로 밴쿠버 자랑을 마무리 짓자. 그랜빌 아일랜드는 다운타운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섬이 아닌 섬이다. 지도상으로 볼 때 이 곳은 절대 섬이 아닌데 왜 섬이라고 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랜빌 아일랜드의 아기자기한 샵들
차, 도보 그리고 수상택시(Aquabus Ferries)로 다운타운에서 갈 수 있는데 많은 관광객들은 수상택시를 많이 이용 하고 있었다. 그랜빌 아일랜드는 예전에 공장과 창고 지역 이었으나 완전 재개발이 아닌 내부 개조만 하여 시장, 레스토랑과 샵들을 유치하면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하게 되었다.
그랜빌 아일랜드 마켓의 신선한 과일들. 오른쪽은 체육관으로 변신한 공장건물
그리고 섬 동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조성되어 있는 도그 파크(Dog Park), 찰슨 파크 (Charleson Park)는 마리나(Marina)와 함께 좀 이상하지만 귀여웠다 라고 표현을 하고 싶다. 꼭 한번 걸어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이곳에 어울리는 단어를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영국분위기가 나는 찰슨 파크
개인적으로 그랜빌 아일랜드 같은 구 건물 붕괴(崩壞) 없이 새로운 도시 분위기를 만들고 살려내는 것을 좋아 해서 관심이 많이 가는 지역이었다.
앞은 바다, 뒤는 산 그리고 다양한 색의 사람들로부터의 새로움은 밴쿠버를 더욱더 특별한 도시로 만들고 있는 듯 했다.
산책로 의자가 기부금으로 운영되는듯 하다. 'Thanks to Vancouver. For Some Wonderful Memories.' 이 글귀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너무나도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잘 조성되어 있는 도시는 첫 사랑에 빠졌을 때 처럼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백옥 같은 피부, 맑은 눈 그리고 그녀의 은은한 향기는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