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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요리하는 의사

글쓴이 : 최경자 날짜 : 2012-06-23 (토) 23:23:32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했다. 대구에 도착해 바로, 큰 언니가 있는 호스피스 병동을 찾아야 했다. 병원은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반갑지 않은 것 같다. 병원이란 두 글자는 여전히 나의 두 어깨위에 무거운 짐을 드리운다.

이번 고국 방문은 병 간호 겸 언니를 보기 위해서였다. 알코올 소독 냄새가 여전히 코를 진동할 것이고 암울한 분위기만이 나를 맞아줄 것 같았다. 희망과 삶의 의욕도 포기하고,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며 온 몸 여기저기에 주사 바늘을 꽂은 채 여느 환자들처럼 큰 언니도 나를 맞아 주겠지…, 생각하며 병원앞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3층 호스피스 병동 3501호.

그런데.. 이곳은 병원이 아니라 딴 세상에 온 듯한 착각을 들게 했다. 막 결혼한 신혼부부가 단 꿈을 가득 싣고 핑크빛의 밝은 미래를 약속하듯 온화하고 밝고 깨끗한 분위기였다.

분홍과 하얀 유니폼을 입고 천사의 미소를 띈 간호사는 물론, 호스피스, 자원 봉사자들까지도 밝은 얼굴 그 자체였다. 곳곳에 화사함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찡그린 얼굴은 어쩔 수 없는 아픔에 누워 있는 환자가 다였다.

병실을 장식한 꽃무늬와 향기로운 꽃들이 희망과 꿈을 심어주는듯 했다. 병실이 아닌… 마치 숲속에서 잠시 쉬었다 가고 싶은 오솔길 위에 나도 모르게 긴 의자에 앉아 자 버릴 것만 같았다.

그 분위기 덕분일까, 암환자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고 정열에 차 있는 큰 언니의 얼굴은 혈색이나 탄력은 나보다 훨씬 젊은 모습이었고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여전히 자신감에 넘치고 웅변하듯 오고가는 사람을 잡고 화기애애하게 화제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나를 본 언니는 “경자 왔어?” 외출했다가 돌아온 동생을 본 것처럼.. 가볍게 맞이하는 모습은 변함 없었다.

고국의 발전이 어두운 암환자들의 병실까지도 바뀌게 한 것일까..

호스피스 병동에 누군가의 아름다운 손길이 담긴 애정과 사랑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이틀이 지난 뒤에야 깨달을 수가 있었다. 병원을 안식처로, 평안관으로 꾸며 놓은 것이었다.

행복을 요리하는 여의사, 김 여환 선생님이 호스피스 병동을 사랑과 희망이 넘치는 곳으로 바꾸어 가고 있었다. 화장기 하나 없는 단정한 모습의 김여환 선생님은 첫 만남에도 마치 친청언니처럼 다정함을 물씬 풍겼다.

 

나이 들면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김여환 선생님은 암환자의 통증과 증상을 조절하는 가정의학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2009년 국가암관리평가대회 호스피스부문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았고, 매일신문에서 호스피스와 항암식품을 주제로 하는 <행복을 요리하는 의사> 컬럼을 연재 중이다.

 

1991년부터 2003년까지 13년 동안 전업주부로 생활한 것이 가정의학과 전문의 등의 의학지식보다 호스피스 활동에 더 도움이 된다며 호스피스 병동에 아름다운 색깔을 입히고 있다. 현재 고3과 중3 두 자녀를 키우는 바쁜 생활속에서도 대구의료원 평온관에서 암환자의 고통을 함께하는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센터를 책임지고 있다.


 

병원에서 언니를 간호하던 3주일은 그냥 모르고 스치고 지나 갈 일들을 알게 해주고 인생공부를 해준 참으로 좋은 시간이었다. 그 중 한가지가 자원봉사다.


우리 딸은 남아공의 학교에서 이수해야 하는 일정시간의 자원 봉사를 적십자 아동병원에서 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가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시간과 공부에 쫒기면서도 봉사를 하고 싶어 하는 딸을 가끔 구박을 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자발적이 아닌, 의무적으로만 생각했던 퇴색된 나의 머릿속이 컬러플하게 바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자원 봉사의 종류도 그토록 많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컬러플 호스피스, 환자 한 명을 위해 음악회를 열어 주는 아름다운 음악가 18명, 어르신들이 매일 같이 모여 짜는 컬러플 수세미의 판매 수익금 전액은 암환자들을 위해 쓰여진다. 정성이 담긴 행복한 라벤다 발맛사지를 안락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황철한 봉사자님도 계셨다.

한번씩 병실을 청소해주는 학생과 쿠키를 만들어 봉사하는 여학생, 행복한 체조교실, 그 중에서도 즐거운 것은 노래교실이 있어서 노래방을 옮겨 놓은 것처럼 보기가 좋았다. 또한 음악봉사, 차 (마시는)봉사, 목욕봉사, 생신잔치 봉사 등등 정말 다양한 봉사들이 줄을 이었다.

덕분에 병원에 있는 3주간 지루하기는 커녕 재미가 쏠쏠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노후(老後)에 나도 저렇게 환자들을 위하여 아름답게 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물론 남아공에서도 자원봉사 시스템은 잘 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별 감동이 오지 않았던 내가 아니었던가. 나의 가족이 있는 병원에서 받아 본 자원봉사자들의 정성과 사랑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너무 고마운 나머지, 식사 값 정도를 담아서 호스피스 네분에게 전달하려고 했지만 손만 부끄러웠다. 아무도 받지 않은 것이다.

병원에 있는 동안, 많은 환자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도 느끼는 바가 많았다. 언니는 암(癌)이 오히려 감사하다고 했다. 암을 통해서 자신이 겸손해지고,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항상 건강하리라 이렇게 병에 걸리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자신이었는데 아픈 환자들의 마음을 알게 되었고 천국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기에.. 오히려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했다.

다음에 한국에 와서 언니를 또 만날 수 있을까하는 염려로 그 동안 언니에게 미안했던 일들을 말하고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날 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네가 오늘 말한 것을 곰곰히 생각을 많이 했다고. 오히려, 내가 너에게 미안한 면이 더 많다고.. 그리고 오히려 용서를 해달라고 한다. 사실, 크게 용서를 받을 것도 줄 것도 별로 없는데.. 외국에 있는 나에게 언니는 특별했던 것 같다. 아니면 이렇게 작은 표현이 심금을 울리게 한 것일까.

 

▲ 모방송국에서 인터뷰하는 큰 언니

김여환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여느 가족들도 저마다 많은 사연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것들을 죽음 앞에서 감출 것이 아니라, 다 풀어야 살아가는 사람, 가는 사람에게도 좋다고 조언을 해준다.

병원 있는 동안, 같은 병실에서 많은 사연을 안고 있던 아가씨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것을 가까이에서 보았고 김여환 선생님 모친의 별세(別世)도 그곳에서 전해 들었다. 모든이의 인생은 이렇게 혼자서 왔다가 혼자서 떠나는 모습을 본다. 어느 누구도 평생 함께 했던 사람도 함께 갈 수 없는 자기만의 길이 있다. 그 길은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것이다.

병원에서의 많은 이야기꺼리덕분에 남아공에 돌아와서, “맺힌 한을 풀어야 영혼이 살 수 있다”라는 책의 주제로 생생한 경험을 발표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동감을 할 수 있었던 경험을 하게 해 준 언니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항상 밝은 얼굴로 간호하는 간호사님과 호스피스, 자원 봉사자님들에게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 그중에서도 큰언니에게 끊임없는 사랑으로 보살펴 주시는 김여환 선생님에게 이 글을 통해 진정 감사를 드린다.

 

▲ 김여환선생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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