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마흔 번째 편지
벗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뉴욕의 날씨도 무척 추워졌습니다. 평년보다 유난히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더니 29일 체감온도는 섭씨로 환산하면 영하 20도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큰 눈도 내리지 않고 비교적 온화한 겨울을 지냈습니다. 2월에도 큰 추위는 없다는 장기예보입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연말 크리스마스와 신년모임에 따른 최악의 코로나 확산 시나리오는 일단 피한 것으로 보이지만 전파력이 강한 신종바이러스가 백신접종의 속도를 앞지르면서 새로운 유행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뉴욕타임스도 비슷한 논조로 보도했습니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미국이 새로운 코로나 변종바이러스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매일 10만 명이상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새로운 변이가 계속될 것이라는 추정입니다. 존스 홉킨스대 감염병학 교수는 "미국은 현재 새로운 변이가 나올 수 있는 가장 큰 번식지로 바이러스 감염경로를 추적하고 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더 많은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현재 미국은 2,700만 명 확진자에 사망도 45만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롱아일랜드 2개 카운티는 250만 인구에 확진자 27만, 사망 5,500명에 달합니다. 충격적인 것은 한인동포가 가장 많은 L.A의 경우는 397만 인구에 확진자가 무려 112만 명에 달해 한 세대 한 명 꼴로 감염된 셈입니다. 물론 이는 누적 수자로 완쾌된 사람도 포함되지만 L.A는 이미 1만6천 명이 사망했습니다. 백신접종은 시작되었지만 원활하게 공급이 되지 않아 저 같은 경우에도 접종순서는 지났지만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그러나 저는 직장인들이 먼저 접종하고 은퇴노인들은 천천히 접종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방역을 새 정부시책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삼고 트럼프의 잘못된 방향을 계속 바로잡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또한 트럼프의 대선불복과 의사당 폭동 후유증 뒤처리도 큰 과제입니다. 폭동 가담자 150여 명이 기소되고 수백 명이 조사받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임기만료 직전 하원에서 통과된 탄핵안이 상원에 상정되어 심의 중입니다. 임기가 끝난 전임 대통령의 탄핵은 사상초유이지만 일단 상원에서 그의 유죄가 결의되면 훗날 공직선거에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민주당 측이 추진하는 것입니다.
새 대통령 취임식 참석대신 플로리다 별장으로 날아간 트럼프는 현재 사면초가(四面楚歌)에 휩싸여 있습니다. 의사당 폭동으로 체포된 사람들은 한결같이 FBI 수사에서 “대통령 공격명령에 따라 임무 수행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검찰은 공소장에서 극우 음모론 단체 큐아난(QAnon) 회원으로 의사당에 난입했던 제이컵 챈슬리가 수사과정에서 "대통령 요청에 애리조나주 다른 ‘애국자’들과 함께 워싱턴 DC로 갔다"고 진술했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변호인도 "챈슬리는 당시 자신이 대통령 명령에 응답하는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FBI 수사를 받는 트럼프 추종자들 다수가 대통령 명령에 따라 행동했다고 진술했다는 보도입니다. 대선결과 공표하는 상하원 합동회의 날에도 트럼프가 연설을 통해 의사당 공격을 부추겼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증언들은 트럼프가 의사당 폭동 명령자임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 사업체에 대한 탈세, 뇌물, 여배우 강간합의금 불법조달 등 범죄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에 착수했으며 조지아 검찰은 개표결과 뒤집기 지시 선거법위반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자칫 트럼프는 정치적 몰락뿐 아니라 사업체 몰락과 함께 사상최초로 형사처벌을 받는 전직 대통령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 수습과 함께 트럼프가 저질러 놓은 온갖 뒤처리에 골몰하는 중입니다.
현재 모든 주 경찰이 의사당 폭동 영상에 나타난 사람들을 특정하고 속속 체포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낫소 카운티에서도 의회폭동에 가담한 몇 명이 체포되었다는 보도입니다. 그날 TV 화면에는 태극기를 들고 가담한 한인들도 보였는데 그분들이 은근히 걱정되는 것은 같은 핏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분들도 가까이는 뉴욕에서 왕복 열 시간 이상 자동차로 달려왔을 것이고 멀리서는 비싼 돈 써가며 전국에서 비행기 타고 모인 분들로 비록 잘못된 신념으로 오도(誤導)되기는 했지만 나름대로는 열렬한 애국자들일 것입니다. 지금도 이들을 오도하는 가짜뉴스와 음모론은 특히 유튜브를 통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현재 상황을 ‘빛과 어둠의 싸움’으로 규정하면서 알루미니티에 의한 세계단일정부 음모론을 비롯해 조 바이든은 물론 빌 게이츠 등 많은 인사들이 외계 행성의 후손 ‘아눈나키족’이라는 황당한 가짜정보를 창세기 몇 구절과 UFO와 피라밋과 안데스 산맥 등의 거대한 고대문명의 흔적을 교묘히 짜깁기해 순진한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속는 사람들도 나름대로 종교적 신앙 안에서 경건하게 살기 위해 기도하고 노력하는 순진한 ‘애국자’들입니다. 이들에게 교묘한 가짜정보를 제공하는 사람과 이를 열심히 전파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악의 추종자’들인 셈입니다. 구독자 수에 따른 유튜브 광고 돈벌이가 가짜정보의 홍수를 이루는 ‘원흉’인 것입니다.
머리를 식히려고 추운 날씨에 해변을 피해 숲속을 걸으려고 집을 나섰는데 어느 새 제 차는 김유신의 말(馬)처럼 관성의 법칙에 따라 해변을 향하고 있습니다. 차에게는 해변이 마치 김유신의 애첩 ‘天官女’의 집으로 기억된 것 같아 슬며시 웃음이 나옵니다. 텅 비다시피 한 해변 주차장에는 하얀 갈매기와 까맣게 보이는 비둘기들이 따로 무리를 지어 멀리서보면 태극 문양처럼 보입니다. 누가 뿌려놓았는지 새 모이들이 넓게 흩어져 있습니다. 주로 생선 등 육식을 즐기는 갈매기들은 거의 거들떠보지 않고 비둘기와 참새들만 바쁘게 모이를 쪼고 있습니다. 이때 무슨 심술이 생겼는지 커다란 갈매기 한 마리가 이들을 물리치고 먹이를 쪼는 시늉을 하더니 자신의 먹을거리가 아닌지 갈매기 떼 사이로 날아갑니다. 불과 며칠 새 해변의 풍경이 많이 변했습니다. 지금은 한 겨울 풍경이지만 머지않아 따뜻한 봄날과 함께 온갖 야생화들이 해변을 장식할 것입니다. 추운겨울과 함께 하루 속히 코로나도 물러나 새롭게 변화된 새 세상이 도래하기만을 학수고대하며 기도드립니다. 벗님 여러분 막바지 겨울철 건강에 특히 유념하십시오. 또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21년 1월 30일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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