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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무덤(허광)’ 장기풍은 평화신문 미주지사 주간으로 15년 간 재직 후 은퇴하여 지금은 방랑여행과 글쓰기로 소일하고 있다. 미국 46개주와 캐나다 10개주 멕시코 쿠바 에콰도르 및 이탈리아 네덜란드를 배낭여행했다. 특히 원주민지역 문화와 생활상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14년 봄에 70일간 조국을 배낭여행했고 2017년 가을엔 45일간 울릉도와 남해안 도서를 배낭여행했다. 조국의 평화통일과 민족의 화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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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거리두기가 없습니다”

글쓴이 : 장기풍 날짜 : 2020-09-12 (토) 23:29:24

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스물일곱 번째 편지


 

 

National_Park_Service_9-11_Statue_of_Liberty_and_WTC_fire.jpg


   

                                 

벗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9.11테러 19주년입니다. 지금도 2001911일아침 그날의 광경이 눈에 선합니다. 저는 당시 신문사 부근 던킨 도너스에서 지인과 커피를 나누고 있다 TV 화면에 CNN 긴급뉴스로 중계되는 세계무역센터 비행기 충돌광경을 처음에는 볼륨을 켜놓지 않아 타워링비슷한 영화 광고로 알았습니다. 그러다 846분쌍둥이건물 북쪽 충돌에 이어 17분 후 남쪽건물에 비행기가 접근해 충돌하는 장면과 자막을보고는 즉각 전쟁사태임을 깨닫고 사무실로 달려갔습니다. 당시 피츠버그 들판에 추락한 것을 포함해 4대 비행기가 뉴욕 무역센터와 워싱턴 팬타곤을 공격했습니다. 추락한 비행기는 백악관을 목표했던 것이라고 합니다. 모두 2,996명이사망했습니다. 뉴욕에서만 2,753명이 희생됐습니다. 매년 추도식에서는 희생자 이름을 장시간 일일이 호명합니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입니다. 경우는 다르지만 이번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 희생된 미국인은 20만 명에 근접합니다. 9.11 희생자 67배에 달합니다. 뉴욕만 해도 33천명넘게 사망해 9,11 전체 희생자의 11배가 넘습니다. 만일 훗날 코로나 팬데믹 사망자 추도식을 거행한다고 상상한다면 희생자 이름만 한 달을 호명해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8월 폭염(暴炎)과 허리케인이 물러간 9월 하늘은 유난히 맑고 파랗습니다. 며칠 전 모처럼 해변을 걸으면서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를흥얼거립니다. 좀 떨어진 백사장에 새하얀 면사포가 보입니다. 해변의 결혼식입니다. 넥타이 차림에 가운을 걸치고 영대를 두른 주례목사 앞에 신부신랑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목사는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주례합니다. 모래밭에는 휴대용 의자에 양가부모와 하객 20여 명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앉았습니다. 저는 멀찌감치 뒤에서 구경했습니다. 짧은 주례사와 반지교환, 성혼선언 뒤 신랑신부가 키스를 나눕니다. 이때 젊은 하객들이 시위현장처럼 일제히 구호를 연호합니다. “social distancing!” 해변에 폭소가 터집니다. 주례목사가 뭐라고 합니다. 멀리서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더 요란한 웃음과 휘파람이 터집니다. 재미있는 결혼식입니다. 사진촬영 마치고 하객들은 각자 휴대용 의자를 챙겨 퇴장합니다. 신랑신부 친구인 듯한 젊은 커플 여성이 남자에게 매달리며 목사님이 사랑에는 거리가 없다고 했잖아하면서기습키스를 합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청춘입니다. 전쟁터에서도 사랑은 피어난다고 합니다. 이렇듯 코로나 와중에도 젊은이들은 여전히 사랑을 꽃피우고 일상은 변함없이 계속됩니다.

 

전 세계 코로나 감염자가 3천만, 사망자는 백만 명을 앞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계속될지 기약조차 없습니다, 미국도 확진자 660. 사망자 20만 명에 바짝 접근했습니다.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는 4천만 인구에 확진 752천명, 사망 14천명이며, 미국의 동북삼성(東北三省) 격인 뉴욕, 뉴저지, 코네티것 3개주는 3,170만 인구에 확진자 80만명, 사망은 무려 54천명을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코로나와의 싸움은 3차 세계대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내년 중순 지나야 백신이 일반에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문제는 장기적 고립생활을 버텨낼 수 있는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런 현상을 재앙이라고표현합니다. 한국에는 8월 중순 코로나가 재유행하면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60% 이상 증가했다는 보도입니다. 특히 2~30대젊은 여성들 우울증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우울증은 어떤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일상생활 제한이 장기화된 탓입니다. 미국은 더 심각합니다. 경제적 피해와 함께 고립생활 장기화로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이겨낼 수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젊은이들이 엄격한 통제에 반발, 거리로 몰려나와 총기까지 휘둘러대고 있다는 뉴스가 낯설지 않습니다.

 

세계 각국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냐, 경제냐 하는 선택의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국민생계를 위해서는 경제를 살려야 하지만 상당한 인명손실을 각오해야 합니다. 정부의 명쾌한 선택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과 빈곤층 희생은 불가피한 것으로 여기고 경제를 살리느냐, 경제적 희생보다 국민생명 지키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는 국민의 공감과 지도자의 선택이겠지만 솔로몬 재판보다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북남미를 대표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브라질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인명보다 경제에 방점을 둔 결과 미국은 660만 확진자와 사망 20, 브라질은 425만 확진에 사망 13만 명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일본 아베정권 코로나 정책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트럼프는 오늘도 뉴욕주에 셧다운 해제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대선 50여일남겨두고 코로나도 정치싸움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 방역실패로 지지율 하락을 경험한 프럼프는 최근에는 코로나는 아예 포기하고 경제와 다른 이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조국 대한민국은 코로나 재확산에 겹쳐 설상가상(雪上加霜) 일주일 간격으로 대형 태풍이 몰아쳐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자연재해는 미국도 다르지 않습니다. 캘리포니아와 서부지역은 수백 곳 대형산불로 TV 화면은 화산폭발 같은 광경을 보여줍니다. 이미 대한민국 면적 10배 가까이 불타버렸고 샌프란시스코는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들고 어두워 대낮에도 가로등이 켜집니다. CNN은 이 같은 모습을 화성 같다고 표현합니다. 산불현장과 가까운 마을에 사는 친지는 아마겟돈같다며 언제든 피난할 각오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가하면 콜로라도는 전날까지 섭씨 40도 오르내리던 날씨가 밤중에 갑자기 곤두박질쳐 영하 2도에 눈까지 쌓이는 기상이변도 보여주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종 말씀처럼 그동안 인류공동의 집인지구를 경제적 탐욕으로 학대(虐待)한 것에 대한 지구의 반응이라고 생각됩니다. 부디 인류가 코로나이후 보다 정의롭고 자연에 순응(順應)하는 세상으로 바뀔 수 있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벗님 여러분, 가족모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20911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b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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