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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무덤(허광)’ 장기풍은 평화신문 미주지사 주간으로 15년 간 재직 후 은퇴하여 지금은 방랑여행과 글쓰기로 소일하고 있다. 미국 46개주와 캐나다 10개주 멕시코 쿠바 에콰도르 및 이탈리아 네덜란드를 배낭여행했다. 특히 원주민지역 문화와 생활상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14년 봄에 70일간 조국을 배낭여행했고 2017년 가을엔 45일간 울릉도와 남해안 도서를 배낭여행했다. 조국의 평화통일과 민족의 화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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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그날을 갈구합니다’

글쓴이 : 장기풍 날짜 : 2020-08-31 (월) 08:55:28

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스물여섯번째 편지

 

벗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확산 사태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124개국누적 확진자가 벌써 2,550만 명에 사망자도 855천명이 넘었습니다. 미국도 확진자 615만 명, 사망자 187천명을 넘겼습니다. 한국인구 40%인 뉴욕주도 연일 7백여 명 새로운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제가 사는 낫소 카운티는 인구 135만입니다. 대전시와 비슷한 규모에 확진자 45천명, 사망자는 2,200명으로 한국의 7배가 넘는다면 가히 코로나 지옥이라고할 수 있지 않을까요?

 

미국 감염병 전문가들은 겨울철 독감시즌 앞두고 제 2차 코로나 대유행 가능성을 매일 경고하고 있습니다. 독감과 코로나 초기증세가 비슷한 것도 효과적인 방역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입니다. 저도 일찌감치 독감 예방주사 접종을 끝냈습니다. 지금까지 대선을 코앞에 두고 코로나 방역실패로 지지율이 하락하던 트럼프는 세계적 대확산을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으로 여기는지 연일 방역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그동안 모범 방역국으로 알려져 온 대한민국을 거론합니다. 그는 한국과 뉴질랜드의 재확산을 거론하면서 "미국은 훌륭한 일을 해냈다."라며 자화자찬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제 끝났다고 외쳤습니다. 물론 방역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겠지만 초강대국 대통령으로 정말 체신머리없는 언동입니다. 그동안 K방역으로 세계의 모범으로 평가받던 우리나라가 어쩌다 한 순간 조롱감이 되었는지 동포들도 망연자실(茫然自失)하고 있습니다. 하루 속히 수습해 K방역의 위상을 되찾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85일 열대성 태풍 이사이아스가 할퀴고 떠난 뉴욕 롱아일랜드는 아직도 복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전력회사는 지역의회 청문회까지 불려 다닙니다. 지금도 정전이 계속되는 가구들이 있습니다. 저의 단골 산책길 밀림3주가 지나도록 곳곳에 커다란 나무들이 뿌리 채 뽑혀 길을 막고 있습니다. 곡예를 하면서 다니는 것이 힘들어 한동안 찾지 않다가 이틀 전 다시 찾았습니다. 큰길 나무들은 대충 톱질해 길을 터놓았지만 밀림 속은 여전히 곡예를 하듯 지나야 했습니다. 뿌리 뽑힌 큰 나무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덩치에 비해 뿌리가 길게 뻗어있지 않고 한데 모여 있습니다. 세상 이치가 그런 것 같습니다. 뿌리가 약한 나무는 아무리 자라도 바람에 쉽게 쓰러지는 것처럼 정치, 경제, 사회나 가정도 뿌리가 든든해야 환난에도 견디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과연 나 자신은 뿌리가 제대로 뻗은 나무인가 반성해봅니다.

 

중학교 때 배운 용비어천가 구절이 60년 지났는데 입에서 절로 나옵니다. “海東六龍이 나르샤 일마다 天福이시니, 古聖同符하시니,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씨 곶 됴코 여름하나니”(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려 꽃이 좋고 열매가 많으니) 옛날 암기식 교육 덕분입니다. 생각해보면 당시는 아무런 필요 없는 것을 달달 외우도록 강요당했던 것 같습니다. 늙은 나이에 지금도 태종태세문단세를 기억합니다. 이런 것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미국은 허리케인 라우라가 루이지애나 지역에 커다란 피해를 남기고 워싱턴 DC를 거쳐 뉴욕주 북쪽으로 사라졌습니다. ‘라우라4등급 허리케인으로 15년 전 2005824일 루이지아나주 주도 뉴올리언즈를 초토화 시킨 카트리나와 비슷한 시기, 비슷한 경로, 비슷한 강도로 상륙했지만 예상보다는 피해가 적었습니다.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뉴욕에서도 무척 긴장했었습니다. 한국 역시 같은 시기에 2000년대 최강 태풍이라는 바비가 서해안 따라 북한에 상륙했지만 예상보다는 피해가 적은 것 같습니다. 하늘도 코로나에 더해 설상가상 태풍의 고통까지 주기에는 측은하셨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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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이 반년이 지났습니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벗들과 가족도 마음 놓고 대면할 수 없는 것이 제일 고통스럽습니다. 지난주에는 모처럼 시간을 내어 7살 늦둥이 손자를 데리고 바닷가에 나갔습니다. 얕은 해변에 풀어놓으니 신이 나서 좀체 물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학교에도 못가고 집에서 화상수업만 하다 모처럼 바다에 나오니 해방감을 만끽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해방입니다. 모든 인류의 꿈입니다. 늙은이도 해방을 간절히 원하는데 한창 동무들과 뛰어놀아야 할 애들이야 어떻겠습니까. 코로나 질병에서 해방! 속박에서 해방! 공해에서 해방! 폭력과 부조리에서 해방! 전쟁위험에서 해방! 하늘에서 천사들의 해방의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는 그날을 갈구하면서 매일매일 걸으며 기도합니다. 부디 코로나 팬데믹이 인류 공동의 집인 지구가 인간의 탐욕에서 해방되고 인류를 속박했던 모든 억압의 사슬이 끊어지는 해방의 날을 불러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라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이사야예언서)

 

벗님 여러분, 희망을 가지고 우리 모두 어깨동무하면서 이 환난의 시기를 이겨 나갑시다.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

 

 

2020830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b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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