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쉰네 번째 편지
벗님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곳 뉴욕은 추수감사절 지나고 12월에 들어서자 첫 얼음과 첫 눈으로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오랜 만에 소식을 전합니다. 그동안 건강이 여의치 않아 간신히 의무적인 글에만 매달려 벗님들께 소식을 전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 가로수와 숲속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장식과 캐롤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겨울철과 함께 코로나 지옥도 남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에도 오미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은 연일 10여 만 명의 새로운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누적(累積) 확진자는 인구의 15.5%가 넘는 5천50만 명에 사망자도 81만5천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공원산책길에서 만난 백인청년과 벤치에 앉아 잡담하면서 코로나 재확산을 걱정하던 중 그가 ‘너의 나라’ 한국사정은 어떠냐고 묻습니다. 한국도 오미크론으로 난리라고 했더니 금방 휴대폰으로 한국 코로나 현황을 검색하고는 저에게 한국인구는 얼마냐고 묻습니다. 5200만 명이 조금 넘는다고 하니까 매우 놀라고 의아한 표정입니다.
“그럼 누적 감염자가 50만 명도 안 된다면 인구 1%도 안 되고, 사망자는 확진자의 1%도 안 되는데 사실이냐”고 묻습니다. 정부가 통계를 속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대답하니 ”코리아는 별천지“라고 합니다. 하긴 한국전체 코로나 확진자는 제가 사는 인구 250만 뉴욕주 롱아일랜드 2개 카운티 전체 확진자를 조금 웃도는 숫자입니다. 12월8일 현재 롱아일랜드 누적확진자 39만 4,500명, 사망자는 6,602명으로 한국전체 사망자 4,020명의 1.64배에 달합니다. 한국이 세계적 방역모범국가라는 말은 절대 과장이 아닙니다. 한국인구 37%에 불과한 1945만의 뉴욕주 전체 코로나 누적환자는 한국 6배에 달하는 290만 명에 이릅니다. 사망자는 5만9천 명으로 한국의 15배나 됩니다. 이곳 미국인이 놀라는 것은 무리가 아닙니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은 연일 코로나가 전국을 휩쓸고 방역이 실패했다고 보도합니다. 미국에 사는 동포로서 의아한 생각입니다.
설상가상 이번 오미크론은 특히 겨울철 더욱 맹렬히 확산(擴散) 될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오미크론이 인류에 대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독일 차기 보건장관에 유력한 유행병학자 칼 로터바흐 교수는 "오미크론이 현재까지처럼 덜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경우 팬데믹 종식을 앞당기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오미크론이 델타보다 2배나 많은 32개 스파이크 단백질을 가져 감염을 더 확산시키도록 변이된 것이지만 덜 치명적이며, 대부분 호흡기질환 진화방식과 일치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코로나가 감기처럼 심각하지 않은 전염병으로 토착화 된다는 말입니다. 미국 앤서니 파우치 전염병연구소장도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전제로 오미크론이 중증도가 높다는 징후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그는 오미크론으로 인한 여행제한이 ‘긴 기간 이어지지 않을 것’이며 추가적 제한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파우치 박사는 그러나 이럴수록 백신접종을 완료하고 부스터샷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델타의 경우에서 확인했듯이 항체수준이 높으면 다른 변이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있고 오미크론이 백신접종으로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믿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합니다. 오미크론을 처음 발견한 남아공 의사들도 오미크론은 이전 변이들과 달리 두통이나 피로 등 가벼운 증상만 야기하고 단 한 명도 입원치료 받거나 사망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과학자들도 코로나 변이바이러스가 잇달아 나오면서 사망률은 점점 약해져 결국 독감처럼 가볍게 걸리고 지나가는 풍토병이 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렇다면 독감 예방주사처럼 매년 코로나 백신접종이 인류의 새로운 풍속도가 될 것입니다. 나트잔 호로위츠 이스라엘 보건부 장관도 "6개월 내 2회 접종했거나 부스터샷 한 사람들은 오미크론에 잘 보호되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오미크론은 ‘우려의 대상이지, 공포의 원인은 아니며 백신을 접종하고 마스크를 쓰면 봉쇄는 필요 없고 검토대상도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아직 30% 가까운 미국인들이 백신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지지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가짜정보를 근거로 백신을 거부합니다. 가짜뉴스 신봉자들이 자신의 오도된 생각에 대한 확신으로 생명을 잃는 경우도 종종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달 초에는 미국의 대형 기독교방송국 설립자 마커스 램이 코로나에 감염돼 64세로 사망했습니다. 그는 숨은 ’악의 세력‘이 백신을 강요해 기독교인의 자유를 빼앗는다고 방송했습니다. 또 그는 전염병 대유행은 사탄의 공격으로 이를 백신으로 예방하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방송에는 백신 반대론자와 대체치료법 주장자들이 다수 출연해 같은 의견을 발표했습니다. 또 철인 3종경기와 보디빌더로 유명한 영국인 42세 존 마이어스도 백신의 ’실험쥐‘가 되지 않겠다며 백신반대 운동을 펼치다 코로나에 감염되어 입원 중 죽기직전 누이에게 “그들(의료진)이 나를 포기하지 않게 해줘"라고 마지막 문자를 보냈습니다. 결국 그도 가짜정보 희생자였던 것입니다. 현재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가짜정보와 뉴스는 이 시대 최악의 범죄로 특히 유튜브와 SNS를 통해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일부 언론도 이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염병이나 전쟁 등 사회가 혼란할수록 가짜뉴스는 활개를 칩니다. 그러나 가짜정보에 심취된 사람들은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나는 안다‘는 자부심을 갖고 더욱 확신해 다른 사람들에게 퍼 나르고 있습니다. 뉴스도 잘 분별해서 듣는 지혜가 요구되는 세상입니다.
연말연시 공연히 마음만 바쁩니다. 그렇다고 차분하게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습니다. 고국에 계신 벗님들의 얼굴을 한 사람씩 떠올리며 무언의 대화를 나눕니다. 속히 코로나가 진정되어야 고국산천도 돌아보고 내년에 계획하는 사회활동도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쫓기듯 떠밀려 온 해외 타향살이도 어느 듯 35년째로 접어듭니다. 기저귀를 차고 비행기에 올랐던 막내도 35살이 넘은 중년여인이 되었습니다. 남은 인생의 마지막 길은 조국산천에서 보낼 꿈도 꾸어봅니다. 지금은 제 인생에서도 기다림(待臨)의 시기입니다. 차분하게 저의 인생을 반추하면서 ‘待天命’하는 자세로 남은 인생을 살아갈 각오를 새롭게 다짐하는 연말입니다. 벗님 여러분들도 전염병 시기 건강 챙기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새해 벽두에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21년 12월10일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b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