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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다가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됐다. 더 늦기 전에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출가하듯 비장한 각오로 한국을 떠났다. 무대뽀 정신으로 좌충우돌하며 627일간 5대양 6대주를 달팽이처럼 느리게 누비고 돌아왔다. 지금도 꿈을 꾸며 설레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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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멀미

나장배가 집으로 가는 법
글쓴이 : 안정훈 날짜 : 2023-10-09 (월) 17:37:33

나장배가 집으로 가는 법

 


 

몽골 우란바트로의 기온은 낮 17도, 밤 6도 정도다.

가을이 빠르게 온다.

난 이런 날씨에 몹시 취약하다.

가을을 탄다.

가을 멀미를 앓는다.

찬바람이 불면 가수 김 정호의 <날이 갈수록>노래가 저절로 떠오른다.

그는 나랑 용띠 동갑이다. 서른 셋의 나이에 요절(夭折)했다. 좋아했다.

"가을잎 찬바람에 흩어져 날리면

캠퍼스 잔디위엔 또다시 황금물결

잊을 수 없는 얼굴 얼굴 얼굴 얼굴 얼굴들 ~

꽃잎이 떨어지면 젊음도 곧 가겠지

머물수 없는 시절 시절 시절 우리들의 시절

우우우우 세월이 가네

우우우우 젊음도 가네"

대학교 4학년 마지막 졸업 시험을 마치고 걸어 나오는데 교내 스피커에서 이 노래가 흘러 나왔다.

광장의 누런 잔듸는 바람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내 마음을 그림으로 그려 놓은것 같은 캠퍼스풍경이었다.

4년 내내 계엄령, 휴교령, 데모, 막걸리,연애 등으로 보냈다.

강의 따위는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

강의실 대신 대학신문사 지하 골방에서 죽 때리며 시간을 죽였다.

암울 했지만 그래도 젊었다.

졸업하자 마자 머리 밀고 군인이 된다.

방황 반항 낭만 사랑 따위는 폐기해야한다.

루루루루 젊음도 가네~

매 년 가을 찬바람이 불면 몸과 마음은 어김없이 멀미를 한다.

치료약은 딱 한가지다.어디로든 낯선 땅으로 떠나는것 뿐이다.

추운 곳이 아니라 따뜻한 곳이 좋다.

어제는 노매드 랜드와 비포 썬라이즈 그리고 무기여 잘있거라를 밤 새워 다시 봤다.

나이만 먹었지

철이 덜 들었다. ㅉㅉ

아직 죽을 때가 된건 아닌것 같고

떠날 때가 된것 같다.

(앞에 멋진 사진 5장은 울란바토르 선진 호텔 한식 레스토랑 이석제 사장님의 따님이 찍은 몽골의 가을 풍경입니다)

 

******************************************

 

<설렘>- 몽골 85일 째

 

9월의 첫날이다.

몽골은 이미 가을이다.

몽골에 온지 어느새 85일이 지났다.

그동안 테를지, 고비, 쳉헤르, 훕스골 등등 유명하다는 명소는 다 가봤다.

시간만 부자이기에 가능했다.

곧 출간 할 <아프리카 종단여행> 원고도 마무리 했다.

노트북과 마주하며 몰두하는 시간이 해피해피했다.

즐겁게 빨리 마쳤다.

게으름에 익숙해지면서 생체 리듬이 바뀌었다.

종달새형에서 올빼미형으로 변했다.

이것도 나쁘지않다.

뭘해도 변하지 않는게 하나 있다.

항상 다음엔 어디로 떠날까를 궁리하는거다.

늘 자유를 꿈꾼다.

역마살을 타고난것 같다.

역마살은 신기(神氣) 같다.

내 의지와 노력으로 떨쳐 낼수가 없다.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에 늦바람이 났다.

혼자서 배낭을 메고 자유를 찾아 떠났다.



쿠바의 트럭버스


그리고 6년을 길 위에서 보냈다.

729일 그리고 585일 동안 지구별을 헤매고 다녔다.

코로나 기간에는 제주도에서 1년, 국내 자동차 여행 1년을 하며 보냈다.

집에 있으면 답답했다. 여행을 떠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몸과 맘이 춤을 춘다. 체질이다.

여행을 떠날 때는 전 날에 알람을 맞추어 놓는다.

그러나 늘 먼저 눈이 떠진다.

설렘 때문이다.

낯선 미지의 땅으로 떠날 때는 떨림과 함께 두려움을 느낀다.

첫 데이트에 나갈 때 처럼 두근두근하다.

스무살 첫 미팅에 나갈 때의 느낌이 되살아난다.

오늘 같이 한가할 때는 내가 얼마나 더 오래 여행하며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답은 누구도 알수가 없다.

107개 나라면 됐다.

이젠 천천히 힐링하면서 가는데 까지 가보는거다.

여행은 기록경기도 아니고 승부 경기도 아니다.

내 스타일 대로 나만의 스텝을 유지하며 만족하면 그만이다.

가슴에 설렘이 사라지지 않을 때 까지 나의 여행은 멈추지 않을거라 믿는다.

 


*************************************

 

<나장배가 집으로 가는 법>

 

몽골에서 비자 기간인 3개월을 꽉 채우고 돌아왔다.

몽골~인천 뱅기표를 검색하니 미친 가격이다.

편도 요금이 60만원 정도다.

비행 시간이 비슷하게걸리는 동남아 국가들 보다 2~3배가 비싸다.호갱님이 되긴 싫다.

나장배(나 홀로 장기 배낭 여행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싼 뱅기표를 찾는것이다.

폭풍검색을 하다보니 울란바토르~대구 199,900원 짜리 좌석이떴다. 빛의 속도로 질러버렸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조상님들도 말씀 하셨다.

기체가 귀엽게 작은 저가 항공사다.

기상 요란 때는 신나게 흔들려 주신다. 상황에 따라 놀이공원 기분을 낼 수도 있다.

밤 2시 출발 새벽 6시 도착이다. 참 꼬지다.

기내식은 커녕 물 한잔도 안준다.

대구에서 내려 다시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야한다.

그래도 이 몸땡이 하나 고생하면 40만원을 벌수가 있다.

흐흐 백수가 돈을 버는건 이런 방법 밖에는 없다. 만족이다.

내가 아는 엄청 부자인 사장님이 한 말이 떠오른다.

"나는 누가 돈 만원 받으러 오라고하면 오밤중에 십리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었다"

이러다가 나도 부자되는거 아닐까 ? ㅎㅎ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 롯지에서


게다가 대구에는 여친이 살고 있다. 1년 4개월 만에 여친을 만날수가 있겠구나. 기대에 부푼 귀국 길이다.

여친이 새벽에 차를 가지고 대구 공항에 픽업을 나왔다.

얼싸안고 감격의 해후를 했다.

시내로 가서 해장국을 먹고 자리를 옮겨 커피 마시며 수다를 풀었다.

동대구역 까지 태워다 주고 대합실 까지 따라와 배웅을 해준다.

여전히 변하지않고 착한 여친이다.

KTX 요금도 노땅이라고 30%를 할인 해준다. 4만2천원이데 3만원 정도로 깍아준다.

이런거 좋아라해서 요즘 머리가 부쩍 빠지는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한다.ㅠㅠ

호갱님이 되기 싫고

여친도 만나고 싶어서 무리했다.

집에 와서 한 이틀은 몽롱하게 지냈다.

쉽게 말하자면 몸뚱이가 뒤지게 피곤했다는거다.

그래도 기분 좋고 뿌듯뿌듯한 헤롱헤롱의 시간이었다.




PS: 제 여친을 공개 합니다.

아프리카의 케냐를 저랑 겨레와 함께 여행한 연주입니다.

이집트 다합에서 셋이서 만나 여친(여행 친구.여자 친구가 아님)이 되었답니다.

(제 책에 30대 멋진 여친들 여럿이 진심 담긴 추천사도 써줬다요~ 자랑질 맞고요.)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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