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여행

먼저 밝혀둔다.
난 불법 체류자가 아니다.
단지 오버 스테이 한것 뿐이다. ㅠㅠ
엘살바도르로 가는 버스표를 예매하러 갔다.
여권을 확인하더니 비자 기간이 지나서 표를 팔수 없단다.
국경에서 통과가 안되고 자기들에게도 책임이 돌아온다는거다.
혼자 갔으면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몰라서 엄청 당황했을거다.
현지에서 20년이 넘게 산 다니엘 신 사장님 차로 함께 갔기에 상황을 빨리 이해했다.
벨리즈에서 과테말라로 올 때 육로로 국경을 넘었다.
이민국 직원이 "얼마나 있을꺼냐?"고 묻기에 대충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라고 대답했다.
별 말 없이 스탬프를 찍어주었다.
원래 과테말라는 90일 무비자 국가다.
당연히 90일이 찍혔을거라 생각하고 무심히 받아 넣었다.
버스표 예매를 하면서 비로소 30일이라고 적힌걸 알게 되었다.
이민국을 탓 할 마음은 일도 없다.
내가 꼼꼼하게 챙기지 못했으니까~
내가 과테말라에 40일 씩이나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으니까~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신선 놀음에 빠져서 지냈으니까~
다 내 탓이다.
돌아오자마자 누가 이민국 업무에 밝은지 수배(手配)에 들어갔다.
마당발 엄성봉 사장님이 당첨됐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엄 사장님이 찾아와 깨운다.
시간이 많이 걸리니 이민국 업무 시작 시간에 맞춰서 가야한다고 재촉한다.
아침 식사도 걸렀다.
(한번 걸른 끼니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데 아쉽 아쉽~ 쩝쩝)
출근 시간대라서 교통 체증이 장난 아니다.
암튼 바쁘게 서둘렀는데도 4시간이나 걸렸다.

엄사장님이 서류를 들고 1층과 4층을 몇 번씩 오르내렸다.
오버 스테이 페널티가 150캐찰(약 26,000원)이다.
그리고 나서 새로운 20일 비자를 받아야한단다. 250캐찰(약43,000원)이다.
내일 나간다고 했지만 그건 상관이 없단다.
무조건 20일 피를 내야한단다.
깨갱 ~ 넹~ 알겠씁니다요~
가지고 있던 캐찰이 모자란다.
엄사장님이 내주었다.

배고플꺼라며 중국집에 가서 짬뽕도 사준다.
입가심으로 스타 벅스 아아까지 사준다.
다음 날 새벽 버스를 타러가는데 다니엘 신 사장님이 태우러 왔다.
우버를 불러서 타고 가면 된다고 했지만 막무가내다.
새벽 5시에 혼자서 캐리어 끌고 차 타는건 위험하다는거다.
결국 내가 버스 타고 떠나는것 까지 확인하고 돌아갔다.
어쩌다 나는 민폐충이 되어버렸다. 흑흑~
주는건 없고 도움만 받는 독거노인이 되어버렸다.
눈물나게 고맙다.
한국에 있을 때는 거의 매일 많은 사람들과 만나서 웃고 떠들며 어울렸다.
그러나 돌아 올 때는 늘 가슴 한구석이 허전했다. 쓸쓸했다.
과테말라에서는 매일 교민들과 만나서 주로 그들의 얘기를 많이 들었다.
새롭고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가득 채워진 느낌이었다.
환송회를 매일 벌였다.
사람들이 좋아서 행복한 여행이 되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어떻게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꼭 다시 만나길 바란다.
내 여행은 사람 여행이다.
인연과 만나는 여행이다.
감사의 여행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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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송 파뤼-정과 인연>

어쩌다보니 과테말라에서 40일을 보냈다.
수도인 과테말라 시티에는 15일을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있을줄이야.
떠나기가 싫다.
아예 눌러 앉아서 살라고 꼬신다.
착한 여자도 구해준단다.
농담인줄 알면서도 흔들린다.
매정(?)하게 자르고 지금은 엘살바도르에 와있다.
ㅎㅎㅎㅎㅎ
떠난다니 그동안 매일 만나며 친해진 교민들이 송별자리를 만들어주었다.
3명이서 작당모의(作黨謀議)를 하더니 즉석에서 추렴을 한다.
참돔 활어회 4kg을 주문한다.
이역 땅에서 언감생심 활어회라니 코가 막힌다.
(이 날 식후 2시간 혈당 체크하니 99가 나온다. OMG! 이거 실화임? 앞으로는 생선만 먹고 살아야할듯 ㅋ)
다음 날은 참돔 송별 회식에 참석하지 못한 아우가 방어회를 사들고 왔다.
회에는 정종이라며 백화수복 큰 병까지 구해서 왔다.
이 곳 교민들은 모두 20년 넘게 타국살이를 했다. 국내에서만 산 사람들 보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다.
판단과 결정이 정확하다.
그런데 감성은 20~30년 전 한국을 떠날 때랑 똑같다.
정이 철철 넘친다.
이역만리에서 21세기를 잘 살아내고 있지만,
가슴 속에는 20세기의 올드한 정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것 같다.

사실 여기 처음 왔을 때 부터 과분한 환대를 받았다.
일면식도 없는 분들인데 좋은 인연으로 연결됐다.
과테말라 사시는 유경숙님 부부, 이성수 이사님, 엄성봉 사장님, 다니엘 신 사장님, 이석태님, 나 보다 훨씬 경험과 생각이 깊은 아우님들....
그리고 한국에 있으면서도 좋은 분들을 소개해준 임택 작가님, 이초은 사무총장님.
세상이 넓은것 같아도 인연의 끈이 이어지면 무척이나 좁다.
인연과 정을 제대로 느낀 사람 여행이었다.
구경하고 사진 찍는 여행 보다 천배 만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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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로 이동, 국경 통과>
과테말라 시티에서 엘살바도르의 수도인 산살바도르로 간다.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기로했다.
비행기보다 가성비가 더 좋기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본다.
자유 여행 경험담이 몇 개 보인다.
젊은 배낭 여행자들이 올린거였다.
로컬 버스를 타고 국경까지 간다.
국경을 통과한 다음 다시 다른 로컬 버스를 갈아타고 간다고 했다.
나도 예전에 세계 일주를 할 때는 이런 식으로 다녔다.
돈은 절약할 수 있지만 몸이 고달프다.
사양하기로 했다.
이젠 돈이 좀 더 들더라도 몸땡이 편한게 좋다.
나이 든 자유 배낭자의 경험담은 거의 없었다.
여행사의 중미 상품 광고는 드물게 보인다.
아마도 중장년은 패키지를 주로 이용하는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중미 7개국은 TICA라는 고급 버스로 모두 연결된다.
직접 몇 군데 버스를 알아보았다.
1. 교민들이 PULLMANTUR를 추천했다.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다.
과테말라 시티의 풀만 호텔에서 아침 6시에 출발한다.
국경 통과하는데 30분 정도 밖에 안걸렸다.
버스회사 직원이 외국인 승객 3명만 인솔해 가서 안내해주니 빠르다.
현지인들은 이민국 직원이 버스에 올라와 확인하고 끝낸다.
입국심사나 스탬프 날인 같은건 따로 안한다.
개인 짐은 내리지 않아도 된다.
화물칸을 둘러보고 끝이다.
산살바도르 도착하니 11시 30분이다.
쉐라톤 프레지던트 호텔과 붙어있는 정류장에 내려준다.
5시간 반이 걸렸다.
픽업 나온 최사장님이 예정보다 빨리 도착했다고 놀란다.

2층의 일반석은 37달러다.
아랫층의 1등석은 58달러다.
조금 망설이다가 1등석 티켓을 샀다.
1등석은 좌석이 12개 뿐이다.
의자가 비행기 비지니스석 보다 넓고 안락하다.
서빙하는 직원이 아침 식사로 햄버거와 커피를 준다.
스낵과 쥬스 콜라 같은 음료수를 계속 제공한다.
영화를 틀어준다.
화장실도 있다.
버스를 5시간 반이나 탔는데도 전혀 지루하거나 피곤하지 않다.
돈 값을 한다.

2. 원래 내가 타려고 했던건 CRISTOBAL COLON BUS였다.
역시 2층형 고급 버스다.
하루에 4편이 있다.
아침 5시30분과 6시30분 그리고 오후 2시 30분과 4시 30분에 있다.
요금은 첫번째와 세번째 버스는 35달러다.
2번째와 4번째 버스는 20달러다.
호텔 산티아고에서 출발한다.
사람마다 여행 스타일과 취향이 다르다.
정답은 없다.
자기에 맞는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과거에는 중미의 치안이 최악이었다.
최근에 많이 좋아졌다.
나도 6년 전에 남미를 여행 할 때 중미도 가려다가 포기했었다.
가족과 지인들의 너무 걱정하고 말렸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지의 위험한 땅이었던 센트로 아메리카를 찾는 여행자가 점차 늘어날것 같다.
생소한 땅에 가슴 설레고 도전욕이 뿜뿜 솟는 분도 있을것 같다.
여행 정보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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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여행>

엘살바드로에서 집밥여행 중이다.
매일 집밥을 먹으며 살이 토실토실 찌고있다.
산살바도르에 27년을 살고 계신 최사장님 집에서 머물고있다.
은퇴하고 두 부부가 산다.
사모님의 음식은 고향의 맛이다.
매끼 다른 메뉴를 준비해준다.
사실 엘살바도르는 볼게 별로 없다.
사흘만 있다가 온두라스로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집밥이 발목을 잡는다.
연장 또 연장을 했다.
혈당과 혈압을 체크해보니 매우 안정적이다.
이런 환경에서 한 달 살이를 해보고 싶어진다.
나는 Carpe diem을 외우며 다닌다.
내일은 모른다.
오늘 행복하려고 용을 쓴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
오늘이 가장 건강한 날이라고 믿는다.
엘살바도르가 내 생애 111번째로 처음 방문하는 나라다.
이젠 구경하고 사진 찍는 여행은 땡기지 않는다.
현지인의 삶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여행이 좋다.
바쁜 여행이 아니라 여유로운 여행이 나에게 맞다.
재래 시장에 갔다.
현지 서민들의 삶을 엿볼수있었다.
대형 쇼핑 몰과 스타벅스에 갔다.
중산층과 청춘의 모습을 보고 느꼈다.
한인 교회에 갔다.
교민들의 성공 스토리와 애환(哀歡)을 알게된다.

부촌인 산타 엘레나의 빌리지 안에 있는 공원을 산책한다.
부자들의 여유를 느낀다.
아마도 중남미에 다시 오기는 힘들것 같다.
이번이 마지막 유랑(流浪)이 될것 같다.
집밥 여행에 감사한다.
느린 여행, 휴식 여행이지만 오래 오래 계속하고 싶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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