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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다가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됐다. 더 늦기 전에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출가하듯 비장한 각오로 한국을 떠났다. 무대뽀 정신으로 좌충우돌하며 627일간 5대양 6대주를 달팽이처럼 느리게 누비고 돌아왔다. 지금도 꿈을 꾸며 설레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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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게바라가 혁명을 잠시 내려놓은 아티틀란 호수

글쓴이 : 안정훈 날짜 : 2024-10-26 (토) 13:03:06

체 게바라가 혁명을 잠시 내려 놓았던 아티틀란 호수

 


 

아티틀란 호수는 과테말라에서 세번째로 큰 호수다.

그런데도 세계 3대 호수 중에 하나로 꼽힌다.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와 볼리비아와 페루에 걸쳐있는 티티카카호수는 너무 유명하다.

과테말라의 아티틀란 호수는 좀 생소하다.

3대 호수 중에 하나가 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아티틀란 호수는 해발 1562m에 자리잡고 있다.

화산 폭발로 생긴 칼데라 호수다.

폭이 30km나 된다.

(백두산의 분화구는 3km)

평균 수심은 220m다.

면적은 130평방 km로 백두산 천지의 14배 정도 크다.

여의도 면적의 44배 정도 된다.

바다 같은 호수다.

주변은 해발 3000m가 넓는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휴화산과 활화산도 가까이 있다.

원주민들은 신성한 호수라고 불렀다.

늘 안개에 싸여있다.

원시 신앙으로 보면 딱 신령(神靈)한 분위기다.

체 게바라가 "잠시 혁명을 잊고 쉬고 싶은 곳"이라고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사실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사실 호수가 그렇게 예쁘고 멋있지는 않다.

아마 그 때 체 게바라가 몹시 힘들고 지쳐있는 상태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호수 주변으로 11개의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중에 산 페드로 라 라구나와 파나하첼이 가장 크다.

마을과 마을은 호수 뱃길로 연결된다.

한 때 이 신성한 호수는 히피들의 소굴이었다.

도로가 험하고 교통이 불편해서 외부인의 접근이 힘들었다.

물가가 싸서 장기 체류하기 좋은 곳이었다. 그들만의 아지트로 딱 맞는 곳이었다.

내가 툭툭이를 타자 기사가 약을 사겠느냐고 물었다.

아직도 잔재(殘滓)가 남아있는것 같다.

지금은 히피는 보이지 않지만 서양 젊은이들이 대낮에 취해서 돌아다니는 모습은 자주 본다.

물론 호기심 많은 관광객들이 훨씬 많다.

마치 태국의 빠이랑 히스토리와 변화가 비슷하다.

나는 산페드로에서 6일, 파나하첼에서 하루를 보냈다.

딱히 좋아서라기 보다는 게으름에 빠져서 보냈다.

험한 산 길을 되돌아 가기도 힘든 탓에 체 게바라 처럼 그냥 푹 쉰다.

혹시 알아?

오래 있으면 금도끼 주는 산신령이라도 만날지.

돌아보니 미국 여행을 마치고 중미 여행을 하려고 샌프란시스코를 떠난지 한 달이 넘었다.

멕시코의 툴룸과 바클라르 그리고 벨리즈의 코커스 섬과 벨리즈 시티를 거쳐서 과테말라로 넘어 왔다.

과테말라에서는 플로레스, 티칼, 안티구아, 산 페드로, 과테말라 시티에 머문다.

다음은 엘살바도르로 간다.

너무 느리게 움직이는것 같기도하다.

하지만 내 여행은 자유다.

끌리는대로 머물다 떠난다.

쎈트로 아메리카는 인프라가 참 열악하다.

안전, 도로, 숙소, 교통편, 식당 등등 많이 불편하다.

불편을 이겨내고 낯선 곳으로 걸어 들어가는 여행도 나름 재미나다.

싼 페드로 라 라구나도 불편하면서 끌리는 묘한 동네다.

 


 

안티구아에서 아티틀란 호수가에서 제일 큰 마을인 산페드로까지 가는 여행자 버스.

거리는 138km 인데 4시간이 걸렸다.

산이 높고 길이 구불구불하고 좁아서 화물차를 만나면 굼뱅이 걸음으로 갈 수 밖에 없어서다.

요금은 130캐찰(22,700원). 여행사 마다 요금이 다르다(보통170~250캐찰을 부른다)

 


 

호수를 빙 둘러싸고 열 개 이상의 동네가 형성되어 있다.

해발 1,592m라서 늘 운무가 낀다. 날씨는 덥지 않다. 습도가 높고 비 오는 날이 많다.

마을 마다 모두 들르는 퍼블릭 보트 요금은 편도 5,200원(30캐찰). 왕복8,700 원(50캐찰).

바닥이 평평해서 잔잔한 호수를 달리는데도 엄청 튕겨서 사진을 찍을수 없을 정도다.

앞자리에 타면 훨씬 더 많이 튕긴다. 뒷자리가 그나마 덜 튕긴다.

 


산페드로 지도. 골목길은 미로다. 길이 막히고 끊긴 곳이 많다. 

각 선착장은 호수가로 연결되는 길이 없다. 가파른 언덕 위로 올라 갔다가 다시 내려가야한다.

 

 

******************************************

 

<개 같은 날의 오후>

 

살다보니 별 황당한 일을 다 겪는다.

미국과 캐나다 여행을 마치고 중앙 아메리카로 온지도 한 달이 다 되간다.

중미가 워낙 위험한 지역이라고 소문이 나있어서 늘 긴장하고 다녔다.

다행히 멕시코, 벨리즈, 과테말라에서 별 탈 없이 무사하게 잘 지냈다.

생각 보다 치안이 안정되있고 사람들이 친절하다.

긴장이 조금씩 풀어진다.

지금은 과테말라의 아티틀란 호수 주변에서 제일 큰 마을인 산 페드로에 있다.

평화로운 호반(湖畔) 도시다.

그래도 밤에는 외출을 삼가한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가로등이 환하고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큰 길로만 다닌다.

오늘 점심 먹고 숙소로 돌아 오는 길에 사건이 벌어졌다.

대낮이라서 마음 놓고 지름길인 골목길로 왔다.

갑자기 집도 없고 인적도 없는 오솔길이 나타난다.

기분이 쌔해서 되돌아 갈까하는 순간 개들이 짖으면서 달려든다.

세계 여행을 오래했지만 개들이 이렇게 위협적으로 공격하는건 처음이다.

막 돌아서는 순간 대 여섯 마리의 개들이 전후좌후에서 달려들어서 내 다리를 문다.

이런 개이쉐이들~

돌맹이를 집어들어서 던지려고 하니 잽싸게 도망을 친다.

그 때 개 떼들이 요란하게 짖는 소리를 들었나보다. 어디선가 현지인 한 명이 달려 나온다.

그도 돌을 들어서 개들이 다시 덤벼들지 못하게 위협을 한다.

개들을 쫒고나서 나를 안전한 길까지 안내해주었다.

청바지를 입고 입었다.

골목을 나와서 살펴보니 바지가 찢기거나 구멍이 난 곳이 없다.

크게 물리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숙소에 와서 살펴보니 다리 3군데에 개의 이빨자국이 나있다.

긁힌것 처럼 이빨자국이 보인다.

피도 약간 비친다.

일단 알코올로 소독을 했다.

오른쪽 장딴지 부분과 왼쪽 허벅지는 그나마 자국이 살짝 났다.

오른쪽 허벅지에는 제법 큰 이빨자국이 나있다.

예리한 물체로 베인듯 제법 크게 상처가 났다.

피가 상처 위를 덮었다.

괜찮겠지하고 넘기려는데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거의 들개들인데 예방주사 같은걸 맞았으리는 없다.

은근 불안해진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지만 병원을 찾아 나섰다.

일주일간 복욕할 약과 상처에 뿌리는 약을 준다.

62,000원(356캐찰)이 들었다.

아침 부터 날씨가 흐리고 음산해서 기분이 꿀꿀했었다.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결국 개 같은 날의 오후를 맞았다.

하지만 액땜했다고 생각하고 넘기기로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앞으로 더 조심하고 주의하라는 경고로 받아 들인다.

긍정의 마인드를 되살려 감사하기로 했다.

 

***********************************

<아티틀란 호수에서 한국 청년들이 운영하는 카페 로코>

 



아티틀란 호수가에 자리 잡고있는 파나하첼은 인구가 14,000명 쯤 되는 제법 큰 마을이다.

나는 묵고있는 산페드로에서 작정하고 파나하첼을 찾아갔다.

마을 마다 들리는 퍼블릭 보트로 40분이 걸린다.

요금은 편도 25캐찰, 왕복 50캐찰(약 8,700원)이다.

올 때는 직행 보트를 타니 20분 정도 걸렸다.

요금은 30캐찰이다.

보트는 바닥이 편편해서 호수를 달리는데도 바다에서 모터 보트가 거친 파도를 가르고 달리는 것처럼 널뛰기를 한다.

정신이 얼얼하다.




내가 머물고 있는 싼페드로와 크게 다를게 없는 파나하첼을 찾아간 것은 딱 한가지 이유 때문이다.

그 곳에 제대로 된 최고의 과테말라 커피를 맛 볼수 있는 카페 로코(Loco)가 있기 때문이다.

6년 전 내가 멕시코의 산 크리스토발에 석달간 머물 때부터 명성을 들었다.

그 때 과테말라에서 멕시코로 넘어온 한국 여행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카페 로코의 얘기를 했었다.

여행 왔다가 과테말라 커피에 홀딱 빠진 한국 청년들이 눌러 앉아서 운영하는 카페다.

오리지널 프레미엄 커피 맛을 볼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이었지만 개의치 않고 달려갔다.




가게는 작고 아담했다.

궂은 날이었지만 아아를 주문했다.

과테말라에 와서 보름이 넘었지만 커피다운 커피를 마시지 못했다.

특히 아아는 거의 참사 수준의 맛이었다.

여행 하면서 제일 그리운게 한국에서 마시던 아아였다.

여행 100일이 넘었지만 아아 같은 아아를 마셔 보지 못했다.

카페 로코에서 아아의

첫 모금을 넘기는 순간 찌리리 전기가 왔다.

진하면서 신선하다.

산 맛과 함께 뒷끝이 고소하다.

바로 이거다.

행복의 커피 맛이다.

한국 청춘 직원들과의 폭풍 수다도 맛났다.

오랜만에 한쿡말로 많이 웃고 떠들었다.




11년 전에 문을 열었단다.

한 때는 11명의 한국 청춘들이 함께 일을 했다.

현재는 7명이 함께 일을 한다.

지금은 카페 로코의 매장 보다는 각지의 커피 농장과 협업하여 최고 품질의 커피를 구매하여 공급하는 비지니스를 키우고 있단다.

모두 잘 생겼다.

친절하고 예절 바르고 사근사근하다.

맛 난 커피도 마시고

멋진 청춘들과 만나서 독특하게 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기분이 좋아졌다.

진짜 최고의 과테말라 커피를 마시려면 파나하첼의 카페 로코에 가야한다.

맛난 커피와 멋진 청춘들을 만나서 행복한 하루였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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