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에 20개월 간의 세계 일주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차분히 앉아서 여행을 정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오랫만에 고국에 왔다고 가족 여행 , 친구들 모임 등등으로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자연히 술도 자주 마셨다.
이젠 술을 마시면 2-3일 동안 몸이 힘들어 한다.
무엇 보다도 나를 힘들게 한 건 적응 장애 였다.
동창, 동기, 예전 직장 동료들과의 만남은 주로 당구 , 등산 , 회식 , 골프 , 바둑 ,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등 이었다.
만남을 통해서 소통하고 성장하는게 아니라 시간을 죽이는 것 같았다..
대화의 주제는 남의 이야기거나 옛날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단톡방도 경조사 소식이나 모임 소식 그리고 남들이 쓴 좋은 글 퍼 날라온 것 투성이였다.
자신들의 콘텐츠는 아예 없었다.
점점 꼰대가 되는게 싫었다.
적응해 보려고 노력 해봤지만 잘 안되었다.
적응 장애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귀국 한지 한 달 만에 따뜻한 곳을 찾아 세부로 떠났다.
추운 한국에서의 공허한 분주함 보다는 따뜻한 겨울의 고독이 좋았다.
정말 구름 먹고 바람 똥 싸듯 지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돌아 왔다.
그러나 또다시 한국에 있기가 힘들었다.
일주일 만에 급 발권해서 다시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세부로 떠났다.
일단 이주일 정도 있을 생각으로 갔는데 연장 연장해서 석 달을 보냈다.
막상 지내다 보니 다시 한국 가기 싫어졌다.
그렇게 세부에서 모두 4개월을 보냈다..
필리핀의 진짜 여름은 5월이다.
맞짱 떠볼까 했지만 자신이 없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금년에 한국의 봄과 여름은 환상적으로 좋았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남해안 작은 섬에서 보내고 있다.
새벽에는 전기장판을 켜야 하는 바닷가 날씨가 좋다.
20개월에 플러스 4개월 해서 24개월 간의 유랑을 접고 바닷가 작은 고택/古宅에서 영혼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내년에 유라시아 대륙 횡단 계획을 세웠다.
내 생애 마지막 긴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자동차를 타고 대장정을 떠난다는 게 가슴 뛰게 한다.
지금은 횡단 여행 준비도 하고 건강도 점검하고 2년간의 세계 유랑도 정리해서 책으로 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나름 바쁘게 사니 불필요한 만남을 가질 시간이 없다.
나이 들어 은퇴하면 외국 나가서 살겠다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여행이 아니라 외국에서 살게 되면 얼마나 힘든지는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분은 잘 모른다.
만약 외국에 나가서 여유로롭게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이민이 아니라 여행으로 나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무튼 나의 경우는 역마살이 끼었으니 팔자대로 살려고 한다.
지금와서 돈 벌 것도 아니고 그냥 능력 범위에서 아껴 쓰면서 외국에서 여유있게 지내려 한다.
지난 번에는 비행기표는 왕복 28만원 - 지난 번 보다 2만원 더 올랐다.
하루에 15000원 정도 하는 방에서 지냈다..
교통편은 주로 걷고 먼 곳은 오토바이 콜을 이용 했다.
밥은 길거리 식당에서 사 와서 한국에서 싸가지고 온 밑반찬을 챙겨서 해결 했다..
항공권 비용과 외국에서의 생활비는 내가 한국에서 쓰는 비용이랑 비슷하게 맞추려고 노력 했다.
경험상 거의 비슷하게 쓰는거 같다.
가성비도 중요하지만 가심비가 더 중요 하다.
나의 여행은 가심비가 만족의 우선 조건이다.
세부에 있을 때는 매일 새벽이나 저녁에 나가서 만보 이상 걸었다.
하루 한번 정도는 인터넷 잘되는 대학 근처 카페에 가서 검색하고 글 쓰고 시간 보냈다.
숙소도 인터넷 잘 되서 매일 한국의 가족들과 보이스 톡으로 통화했다.
한국에 있을 때 보다 가족들과의 대화를 더 많이 했다.
유심을 사서 넣었는데 한 달 무제한이 23000원 정도 였다.
아무데서나 와이파이가 터져서 검색도 가능했다.
와이파이가 안되는 곳에서 노트북을 쓸 때는 핸드폰의 모바일 핫스팟을 연결해서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사용했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게 생각만 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냥 하고 싶으면 남에게 피해 주는게 아니면 바로 행동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세부의 기온이 26도 ~ 34도 정도 되었는데 에어컨 안켜고 지냈다..
적당히 땀 흘리고 찬 물로 샤워하고 나면 몸이 날아 갈듯 가벼워졌다.
체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추운거 보다는 더운게 더 잘 맞는거 같다.
마치 저온 사우나에 들어 온 느낌의 날씨라서 몸이 편했다..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으니 마음도 편했다.
많은 분들이 혼자 여행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홀로 라는게 고독, 외로움, 소외, 단절이라고 생각했다..
홀로 라는게 성숙, 성찰, 충만, 비움, 깊어짐, 깨달음이라는 걸 아는 분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런 경험이 없으니 당연하다고 생각 한다..
어차피 죽을 때 친구나 가족이랑 동반해서 가는게 아니다..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거다.
물론 내 생각이 맞고 다른 생각이 틀렸다는게 아니다.
단지 다르게 사는 삶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다.
그리고 다른 방식의 삶에서 만족을 얻는 사람도 있다는 거다.
나의 역마살을 합리화 하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 놓은 것 같다.
그냥 지하철 공짜로 타는 지공선사 중에도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하고 가볍게 봐주면 좋겠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혼자서 지구한바퀴’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