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교통사고

과테말라 시티에서 스페인의 마드리드까지는 17시간이 걸렸다.
몸 컨디션이 팥죽이다.
시차적응(時差適應)이 안된다.
머리는 몽롱하고 몸은 물 먹은 솜처럼 무겁다.
스페인은 3번 째다.
덤덤하다.
충동적으로 빌바오를 가보고 싶어졌다.

빌바오는 제철과 화학과 조선업으로 유명했던 항구 도시였다.
1970년대 경제 위기로 쇠락한 도시가 됐다.
이후 침체된 도시를 살리기 위해 문화 산업에 눈을 돌렸다.
<구겐하임 미술관>을 건립했다.
1997년 미술관이 개관한 이후 매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
엄청난 경제 효과를 거두었다.
도시가 부흥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도시 재건의 모범 사례가 되었다
이를 빌바오 효과라고 부른다.
문화 예술이 효자 산업이 된다는게 흥미를 끌었다.


나는 변화를 사랑한다.
늘 알을 깨고 일상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어한다.
변화의 색다른 모델을 직접 체험하고 싶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바로 랜트카를 받아서 빌바오로 떠났다.
마드리드에서 차로 4시간 정도 걸린다.
길이 너무 잘되어있다.
목가적인 풍경이 함께 달린다.
무인 속도 단속기도 없다.
쬐끄만 시트로엥이 160km를 태연하게 달린다.
2박 3일 동안 여유롭게 다녔다.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같은 도시와는 완젼히 다른 분위기다.
소박하고 편안하고 안정감있고 온화하고 여유로웠다.
마드리드로 돌아간다.
호텔 조식도 먹지않고 새벽에 서둘러 출발했다.
아무래도 교통혼잡이 생기기 전에 도착해서 차를 반납하는게 좋을것 같아서였다.
마드리드 시내를 50km 정도 앞두고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눈 앞에 휴게소가 보인다.
속도를 제대로 줄이지 못한채 진입로로 들어섰다.
오메메~ 아뿔싸~
우리나라 처럼 진입로가 길고 완만한게 아니었다.
짧고 급하게 길이 휘어진다.
속도를 후다닥 줄었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콘크리트 벽에 차량 앞부분이 드드드득~ 긁혀버리고 말았다.
휴게소에 들어가 심호흡을 크게하고 내려서 차를 확인해보았다.

운전석 쪽 앞 부분이 아주 예술적으로 찌그러져있다.
그래도 사람은 다치지 않았으니 천만 다행이다.
여행지 마다 골 때리는 사고를 골고루 겪었었다.
이골이 나있다.
그런데 이번 건 아주 결장판이다.
대박 사고다.
남이 아니라 내가 저지른 사고다.
제대로 스펙타클 하일 라이트구만. ㅠㅠ

마드리드로 돌아와 차량을 반납하면서 사고 친걸 자수했다.
핸드폰으로 찍으니 수리 견적이 자동으로 나온다.
스페인어로 뭐라뭐라 설명하는데 도대체 귀에 들어오지않는다.
나는 몰라요~ 정말 몰라요~
구워먹든 삶아먹든 너 님이 알아서하세요---
대형 사고를 치고나니 오히려 대범해지는 기분이다.
액땜한 셈 치기로 했다.
기억력 나쁜 나지만 빌바오는 절대 안 잊어버릴것 같다.
어쨋든 감사하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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