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여행을 떠난지 5개월이 되어간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중앙아메리카 7개국을 거쳐왔다.
7년 전에 갔던 남미도 다시 가보려고한다.
아마도 다시 이 먼 땅에 오기는 어려울걸 같아서다.
의도치 않게 북,중,남 아메리카 종단 여행이 되버렸다.
그리고 나서도 귀국할 마음은 일도 없다.
또 어느 대륙으로 날아가고 싶다.
지금까지 115개 나라를 가봤다.
가보고 싶은 나라가 아직도 많다.
3번째 세계 일주가 될것 같기도하다.

이번 여행에서도 순조로운 적이 별로 없었다.
항상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
이젠 그러려니한다.
놀라거나 당황하지도 않는다.
피할수 없으면 즐기면 된다.
'서바이벌 놀이'를 하는거라고 편하게 생각한다.
어려운 순간은 계속 있었지만 주저앉은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긍정의 마인드와 낙천적인 생각이면 어려울게 없다.
나에 대한 믿음만 있으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없다.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다.
여유만 있으면 된다.

한국에서 있으면 틀에 박힌 일상을 반복하며 산다.
모든게 익숙해서 문제 생길 일이 거의 없다.
발생한다해도 쉽게 풀수가 있다.
하지만 혼자서 오래 여행 하다보면 계속 생소하고 황당하고 이해하기 곤란한 상황과 마주하게된다.
그 때 마다 잘 대처해왔다.
다행히 항상 해피 앤딩이었다.
모든 난관들을 돌파하고 여기까지 왔다.
나혼배(나 홀로 자유 배낭 여행)를 한다는건 한국 사회에서 도매금으로 무시 당하고 손가락질 받는 꼰대 틀딱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내돈내산이 편하다.
사서 고생하는 여행길이 기쁘고 즐겁다.
한국을 떠나면 나이 같은건 따지지 않는다.
청춘이나 노땅이나 평등하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다.

나는 배낭을 메는 순간 바로 어벤저스가 된다.
상실했던 자존감(自存感)을 회복한다
성취의 쾌감을 만끽한다.
어제 일어났던 일이나 내일 일어날 일들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카르페 디엠이 절로 된다.
자기 기준으로 평가하고 무엇가를 가르치려고 안달하는 인간들과 상종하지 않아서 좋다.
나이 70이 넘은 나를 가르치려는 친구들이 있다.
미련없이 손절하고 독소(獨笑) 독락(獨樂)의 삶을 살기로했다.

나는 객사를 소원한다.
죽을 때 까지 멈추지 않고 지구별 유랑을 하며 글을 쓰다가 끝마치고 싶다.
(객사 소원에 대해 나를 타이르려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소원이나 꿈은 오로지 내 맘대로 빌고 꾸는거니까)
오늘은 심야 버스를 타고 15시간을 가야한다.
폭우는 쏟아지고 대기 시간이 길어서 그냥 노느니 염불을 외워봤다.
***************************************
<국경 에피소드와 해프닝>
중미에서 육로로 국경을 넘을 때는 항상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곤했다.
오늘은 니카라과에서 코스타리카로 넘어간다.
역시나 에피소드와 해프닝이 풍성하다ㅠㅠ
이젠 고생했다는 표현 대신 즐겼다고 말한다.
오늘은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기대감 마저 든다. ㅎ
긴 하루였다.
웃픈 경험들을 모아봤다.

1. 니카라과의 마나과에서 코스타리카 산호세까지 티카(Tica) 버스를 타고 갔다.(요금은 61달러)
7시간 걸린다고 하더니 12시간이나 걸렸다.
거리는 422km 정도다.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완행 버스처럼 중간 도시들에 들려서 승객들을 태우고 내려준다.
시간이 많이 걸릴수 밖에 없다.
휴게소에서 딱 한번 점심 먹을 시간을 준다.
돼지고기와 샐러드와 커피가 먹을만하다.(6불)
불만 따위는 없다.
여긴 센트로 아메리카니까.
휴게소의 함석지붕을 두들기는 요란한 빗소리가 듣기 좋다.
버스에 갇혀 답답했던게 말끔하게 씻겨 내려가는것 같다.

2. 니카라과 국경에서 코스타리카 화폐를 환전해준다.
공식 환율은 1달러에 513콜론이다.
환전상은 510콜론으로 바꿔준다.
나쁘지 않다.
20달러만 바꿨다.
코스타리카에 가서 보니 어디서든 달러를 쓴다.
신용카드 결재가 다 된다.
그러니까 굳이 환전(換錢)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였던거다.
3. 생수 제일 작은병 하나를 샀다.
1,000콜론(2,700원)씩이나 받는다.
비싸지만 너그럽게 이해하고 넘어간다.
경찰이 나타나면 철조망 개구멍으로 잽싸게 도망치는 모습에 마음이 짠했다.

4. 니카라과 출국장 앞에서 코스타리카 유심을 판다.
이걸 장착하면 무지 편해진다. 심심하지 않다.
얼마냐고 물었더니 2달러란다.
오메 싼거! 대박이다.
바로 유심을 끼워서 개통해달라고했다.
막상 유심을 끼고 나서는 20달러라고 말을 바꾼다.
ㅋㅋ
(코스타리카에 가서 5달러 주고 유심 사서 개통했다)
안사겠다며 유심을 다시 빼달라고 했다.
그 때 버스가 떠나려고 움직인다.
버스를 놓치면 큰 일이다.
스톱을 외치며 바쁘게 달려갔다.
심카드 상인이 더 당황해하며 핸드폰을 낚아챈다.
아주 재빠르게 심카드를 빼내서 간다.
나가리된거다. ㅎ
5. 니카라과 출국장으로 이동했다.
건물로 들어가려는데 거구의 여성이 막아선다.
1달러를 내야 들어갈수가 있단다.
당신은 누구냐?고 물었다.
무닌시팔리티(시,군 구,동)에서 나왔단다.
난 달러도 없고 니카라과 돈도 없다고 지갑을 보여줬다.
코스타리카 콜론 밖에 없다고하니 그건 안받는다고한다.
한참을 버텼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그냥 들어가라고 한다.
1달러 벌었다.
6. 이미그레이션에서는
출국세 3달러를 내라고한다.
입국할 때도 3달러를 냈었다.
뒤져보니 100달러 짜리 밖에 없다.
100불 짜리를 냈더니 거슬러줄 잔돈이 없단다.
기다리라고 하더니 사무실로 가서 잔돈을 바꿔와서 내준다.
확인 검사는 필수다.
95달러였다.
이야기했더니 아무말 없이 바로 2달러를 내준다.
고의가 분명하다.
그래도 웃으면서 그라시아스(고마워용!)를 외쳐주었다.
들고 날 때 마다 푼 돈을 내면서 왠지 삥 뜯기는 느낌이 들었다.(영수증을 주는걸 보면 삥은 아닌게 분명하다)

7.코스타리카 입국 심사장으로 갔다.
엄청 깐깐하다.
숙소는 예약했느냐?
돈은 얼마나 가지고 왔느냐?
여행 목적이 뭐냐?
얼마나 있을거냐?
다음은 어디로 갈거냐?
출국 비행기표나 버스표를 보여달라고 한다.
당당하게 그 딴거는
없다고 대답했다.
지금까지 버스로 국경을 통과하면서 한번도 출국 교통편 티켓이나 예약증을 요구한 적이 없다.
그래서 중미 국가는 출국 티켓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아웃 바운드 티켓이 없으면 입국 허가를 해줄수 없다고 완강하게 나온다.
다행히 직원이 영어를 쪼깨 한다.
긴급상황이다.
짧은 영어로 사자후를 토해냈다.
사실은 아무 말 대잔치였다.
침이 튀겨서 더러버서 그랬는지 오래 스테이 하지말고 다음 국가로 떠나라고 한다.
체류 기간을 5일만 찍어준다.
아랏슈!
나도 오래 있고 싶지 않거든~
원래 한국인은 90일 무비자인데 일주일도 아니고 겨우 5일을 찍어서 준다.
재수없이 깐깐한 직원을 만났다고 속으로 투덜거렸다.
하지만 나중에 알았다.
코스타리카는 입국할 때 출국 교통편 예약증이나 티켓을 필수로 제시해야한단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개뿔도 모르면서 게거품을 물은거였다.
안일하게 생각하고 미리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이다.
부끄럽고 미안하다.
오히려 그 직원이 규정을 벗어나 융통성(融通性)을 발휘한 것임을 뒤늦게 알았다.
고마운 직원이었던거다.
미안하고 감사하다.
다음번 목적지인 파나마도 출국 교통편 제시가 필수란다.
내가 다른 나라 국경을 넘어서 가는걸 너무 띄엄띄엄 봤구나.
진심 반성했다.

8. 코스타리카의 수도 산 호세에 도착하니 밤 9시다.
우버를 불러야한다.
내 폰은 인터넷이 안된다.
비는 계속 내리고 시간은 늦었고 마음이 급해졌다.
택시 기사에게 물으니 10달러를 부른다.
다시 터미널로 들어왔다.
둘러보니 터미널 벽에 와이파이와 비번이 적혀있다.
바로 우버를 불렀다.
딱 절반인 5달러다.
돈 번것 같아 기분이 조아졌다.
호텔에 잘 도착해서 저녁 부터 시켜서 먹었다.
늘 곡절이 있지만
언제나 해피 앤딩이다.
피할수 없으면 즐긴다.
이젠 두근두근 긴장하지 않는다.
놀라거나 당황하거나 화가 나지도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어차피 늘 해피 앤딩이니까.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