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와트가 있는 시엠립 시내로부터 30여km를 가면 그리 높지 않은 산인 프놈 쿨렌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찬란하게 빛나던 앙코르 제국 시대에 바위를 그대로 깎은 와불상(臥佛像)과 물속의 바위를 조각한 천 개의 링가(Linga)가 있습니다. 크메르 3대 성지(聖地)중의 하나로 연중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는 캄보디아 어느 곳에도 없고, 오직 이곳에만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빨간 바나나입니다.
미얀마, 태국, 필리핀 그리고 남미지역에도 빨간 바나나는 있다고 합니다만, 캄보디아에는 오직 프놈 쿨렌에만 있고 산 밑 마을에도 전혀 없다고 하는데, 시내 중심지인 시엠립에 사는 주민들도 빨간 바나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색깔은 새빨간 정도는 아니고, 속살도 보통의 바나나와 같은 하얀색입니다. 맛은 아주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더 부드럽고 단 맛이 더한 듯하였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바나나는 아주 흔하지만, 어릴 적에 바나나는 참 귀하고 비싼 과일이었지요. 하나를 여러 조각으로 잘라 먹던 거의 유일한 민족(?)이었다고 하는데, 바나나라는 길쭉한 과일을 처음 보았을 때, 달나라에서 암스트롱씨가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을 동네에 몇 없는 흑백 TV에서 본 것보다 더 신기해하며 한 조각을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아 들고 차마 먹지는 못하던 그 때가, 빨간 바나나를 처음 보았을 때, 불현듯 떠오르며 왜 그렇게 그리워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