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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는 고담준론(高談浚論)이 아닙니다. 칠십 노인이 된 등촌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변잡담(爐邊雜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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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멋쟁이 글쟁이

‘예수쟁이 김삿갓’ 출판이야기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5-10-27 (화) 13:36:44

 

예수쟁이 김삿갓을 쓴 등촌의 둘째딸 은범입니다. 28년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이민왔습니다. 아빠가 뉴욕에서 알아주는 글쟁이지만 한국에서는 제가 잘 나가는 글쟁이였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를 써서 발표하곤 했으니까요.

 

한국에 있을때 아빠는 글쟁이 보다는 말쟁이로 더 유명했습니다. 부흥사(復興師)로 잘나가는 목사님이셨거든요. 특히 저에게는 옛날이야기를 잘해주는 최고의 말쟁이셨습니다. 아빠는 다 아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각색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청개구리 이야기는 하루에 다섯 번 이나 들은 적도 있습니다. 앙앙 울면서 말입니다.

 

1988년에 뉴욕으로 이민온후 저는 알키택처 공부하느라 글쟁이 일을 버렸습니다. 그 대신 아빠가 글쟁이가 됐습니다. 뉴욕 퀸즈의 변방 릿지우드에서 목회를 하면서 신문에 칼럼을 쓰셨지요. 미주한국일보 5, 미주중앙일보 510년동안 매주 실었는데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라디오와 TV에도 자주 나오는 명사가 됐습니다.

 

대학교 다니는 어느날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은범씨죠? 여기는 LA 광야잡지사입니다. 이번에 은범씨작품 글갱이 사람들이이 제1회 광야신인문학상 소설부분 당선작으로 당선됐습니다. 등단을 축하합니다

 

저는 그런 거 보낸적 없는데요

 

그래요....???”

 

알고 보니 아빠의 연극이었습니다. 누가 신문에 기고한 아빠의 칼럼을 책으로 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책이 멀고먼 알라바마입니다. 좀 긴 글이 필요하여 고향이야기를 단편으로 쓰셨습니다. 생전 처음 써본 단편소설이라 이게 소설인지 르뽀인지 간증인지 궁금했습니다. 마침 LA 월간광야에서 신인문학상을 모집하는데 심사위원들이 맘에 들었습니다. 당대최고 이문열 이호철 김지연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몰래 제 이름으로 보내신 겁니다. 소설을 쓰면서 아빠는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한인밀집지역 후러싱으로 아빠와 같이 나가면 초면인 독자들이 달려와 인사하곤 했지요. 후러싱에서 교회를 하면 많이 모일거라고 주위분들이 권했읍니다. 아빠의 대답은, 내글을 2만명이 읽으면 2만명 앞에서 설교하는 셈인데 (헌금이 안 들어와서 그렇지) 왜 그렇게 쉬운 목회를 버리고 생고생 하느냐고 웃으셨습니다.

 

뉴욕 어느 교회에서 아빠의 소설을 읽고 담임목사가 돼달라고 청빙(請聘)이 왔습니다.

 

속지 마세요. 소설은 거짓말입니다라고 사양하셨지요. 또 한번은 뉴저지에서 아빠를 청빙하는 전화가 왔는데 마침 제가 받았습니다.

 

뜻은 고마우나 우리 아버지는 안 가실거예요.”

 

우리도 그러실줄 생각했습니다.”

 

아빠는 위선(僞善)을 싫어하십니다. 악한척 바보인척, 위악(僞惡)을 좋아하십니다.

 

당신생일을 못 세게 하지요. 우리 삼남매는 물론 엄마의 생일도 기억 못하십니다. 큰딸인 제 언니가 시집가는데도 청첩장을 안 돌렸습니다. 예식장이 아닌 보타니칼가든 귀퉁이에서 예식을 올렸습니다.

 

자녀들의 성적표를 보자고 하신적이 없어요. 무관심에 화가 나서 제가 아빠에게 성적표를 들이민 적도 있답니다. 일등을 했으니까요.

 

얘야, 너희들이 공부 잘할게 뻔 한데 일부러 볼께 뭐냐? 혹시 성적이 잘못 나와도 다음에 잘하면 될 것을 그걸 봐서 너희들 기죽이면 안 되지.”

 

아빠는 남이 버린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분입니다. 도시탐험가(Urban Explorer)이시지요.

 

친구 김영효목사님이 돌아가시자 그가 신던 구두를 마르고 닳도록 신고 다녔습니다. 지난겨울에 아빠가 즐겨 입은 두벌 양복자켓은 누가 입던 것들입니다.

 

한일월드컵 때 고티가 죽었습니다. 악명높은 마피아 두목이라 가톨릭 신부의 집례(執禮)도 거부 당한채 쓸쓸하게 묻혔습니다. 아빠는 목사의 명복이라도 빌어줘야겠다고 나섰습니다. 저를 데리고 고티의 무덤을 찾아 릿지우드 공동묘지를 헤매이셨습니다.

 

부롱스에 있는 페허된 빌딩을 탐험한적이 있어요. 성처럼 높은 200년된 전기회사 공장건물입니다. 톰소여의 모험처럼 아슬아슬 했습니다.

 

아빠는 밖에서 기다리세요. 제가 두 시간 후에 돌아올테니까.”

 

대학시절에 암벽타기대회에서 일등을 한 실력으로 저는 성채(城砦)를 타 넘었습니다. 도둑고양이처럼 조심조심 살피는데 낡은 마루바닥이 꺼져버릴까? 천정이 무너져 내릴까? 무서웠습니다. 후들후들 다리를 떨며 걷는데 뒤에서 은범아!” 소리가 났습니다. 소리 나는 곳에 아빠가 서 있었습니다. 70넘은 아빠가 두길이 넘는 쇠꼬챙이 울타리를 기어 넘어 들어오신 겁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아빠가 앞장섰습니다. 부스러지는 계단을 먼저 밟아보시면서 딸을 보호하셨지요.

 

아빠는 브루클린 맨해튼 퀸즈를 누비며 하루 종일 뉴욕을 걸어 다니시기도 하셨습니다. 세계를 놀라게 한 허리케인 신디가 아빠가 사는 돌섬(뉴욕 Far Rockaway)을 강타하여 모두가 피난을 갔습니다. 아파트에 남아있던 아빠는 허리까지 차는 물살을 헤치고 허리케인을 구경하러 바닷가로 나가셨습니다. 아빠는 그런 분입니다.

 

아빠는 목회를 은퇴하고 케네디공항 뒤에 있는 돌섬(Far Rockaway)으로 오셨습니다. 시영아파트에서 고향의 어린시절처럼 지냅니다. 텃밭에 농사를 짓고 바다로 나가 꽃게를 잡습니다. 엄마는 갯벌에서 맛조개와 대합을 잡아오십니다. 아빠는 흑인들과 어울려 지내는 애환(哀歡)을 에피소드로 만들어 돌섬통신으로 보내십니다.

 

이번에 돌섬통신이 예수쟁이 김삿갓으로 나왔습니다. 이 책에는 단편소설도 들어있습니다. 1031일에 미국에 있는 돌섬통신 독자들을 초청하여 출판잔치를 합니다(회비무료). 추후알림. 그때 선물로 드리겠지만 시판도 합니다.

 

*한국서점: 29-30 Union St Flushing NY 11354 (718)762-1200 15$

 

*E-mail & Phon 주문: 6285959@hanmail.net 송료포함 15$

 

이 책이 그동안 아빠가 갈고 닦아온 향토문학의 집대성(集大成)이 될게 틀림없습니다. 아빠는 멋쟁이 글쟁이 이니까요.

 

글 둘째딸 이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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