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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는 고담준론(高談浚論)이 아닙니다. 칠십 노인이 된 등촌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변잡담(爐邊雜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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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20분 설교하는 목사님을 보내주세요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5-10-12 (월) 13:47:23

주님, 20분 설교하는 목사님을 보내주세요

 

그날도 주일예배가 있는 럿셀교회를 찾아 한 시간을 걸어갔다. 길 따라 무궁화(無窮花)가 자주 눈에 뜨인다. 넓은 정원을 무궁화동산으로 꾸민 집도 있다. 반갑다. 고향에서 날아다니는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데 타향땅에서 우리나라꽃을 보니 얼마나 반가운가? 파킨슨병으로 무거운 발걸음이지만 즐거운 마음이라 금방 교회에 도착했다.

 

교회안이 활기로 가득 차있었다. 강단에 꽃들이 가득하고 좌석 모서리마다 하얀 리본이 매달려 있다. 교인들도 많이 나왔다.

 

오늘이 무슨 특별한 날입니까?”

 

담임목사님이 새로 부임하는 날 이지요

 

그렇구나! 4년째 다니고 있지만 우리부부는 교회사정을 잘 모른다. 주일예배만 참석하기 때문이다. 3년 전 부터 담임목사가 없다. 130년 된 교회요 흑인사회의 유지(有志)들이 나오고 있어서 목사 없이도 잘 굴러간다. 주보에 나오는 예배순서가 37개가 넘는데 사회자가 없다. 그런데 예능프로처럼 매끄럽게 진행된다. 평신도들이 돌려가면서 맡는다. 수석장로라고 광고를 독점하지 않는다. 그런데 설교시간이 문제다. 주일 마다 설교자가 바뀌기 때문이다. 담임목사가 있을때는 매주일 같은 목소리라 영어설교라도 귀에 익숙해진다.

 

설교자가 바뀌니 주일마다 낯선 영어발음을 들어야 한다. 흑인 보다는 백인이, 남자보다는 여자목사의 영어발음이 좋다. 뚱보목사는 남녀불문 입안에서 우물거리는 영어설교를 한다. 교인 90%가 자마이카흑인들이라 자마이카흑인목사가 많이 온다. 입술이 두꺼운 자마이카 흑인목사들은 발음도 두꺼워 백인들도 알아듣기 힘들어한다. 빼빼마른 백인여자목사가 오면 여간 좋은게 아니다. 가늘고 맑은 소프라노영어로 설교하기 때문이다. 3년동안 150명의 목사들이 다녀갔다. 한인여자목사도 두명이나 와서 반가웠다.

 

초청받아 설교하는 목사님들의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길다. 40분이 기본이요 보통 한 시간이다. 모처럼 얻은 기회라 실력을 몽땅 쏟아부으려든다. 정규신학교를 안나오고 실력이 모자랄수록 설교가 길다. 제대로 된 미국신학교에서는 20분 설교를 가르친다. 빨리 담임목사님이 와야 하는데? 난 주일학생처럼 이런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주님, 럿셀교회에 새목사님을 보내주세요. 입술이 두껍거나 너무 뚱뚱하면 안 됩니다. 자마이카흑인목사님 보다는 깡마른 백인 목사님이 좋습니다. 정규신학교를 나오고 20분설교를 하는 목사님을 보내주세요.”

 

요즘 교회가 미움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설교 때문이다. 70년대만 해도 설교는 인기였다. 불신자들도 설교듣기를 좋아했다. 지금은 목사들도 목사설교를 싫어한다. 긍정주의 심리학을 도입한 기복설교(祈福說敎)를 하기 때문이다. 기복설교는 설교의 타락(墮落)이다.

 

조용기목사가 기복설교로 초대형교회를 만들자 너도나도 기복설교다. 제대로 신학교육을 안 받은 목사일수록 기복설교에 매달린다. 실제로 빌리 그래함이나 미국에서 제일 큰 교회 목사 조지오넬도 신학교를 안 다녔다. 조용기목사만 해도 2년제인가 3년제인가 하는 신학교를 졸업했을 뿐이다. 기복설교는 긍정+축복의 반복이다. 기복설교를 반복하면 집단최면으로 번져 대형교회를 이룬다. 불신자의 눈에는 교언영색(巧言令色)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사람의 마음을 도적질하는 사이비로 비친다.

 

 

220px-Billy_Graham_bw_photo,_April_11,_1966.jpg
빌리 그래함 목사 www.en.wikipedia.org

 

지금 목사들이 하는 예배설교는 원래는 전도용이었다. 바울의 전도강연이나 교인상대 교리강의였다. 예배용이 아니었다. 천주교회 미사 강론은 7분이다. 절에서 예불시간에 스님들이 던지는 법어는 더 짧다. 젊은이들이 천주교회나 절에 가보면 조용하고 차분해저서 좋다고 한다.

 

내가 나가는 럿셀교회는 주일예배때마다 신구약 성경을 낭독한다. 시편은 교독으로 신약복음서는 일어서서 듣는다. 난 그 시간을 좋아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가감없이 듣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데 예배 후반부에 등장하는 설교는 지루하다. 내용없이 시간만 길기 때문이다. 한시간 설교를 하고나면 2시간을 훌쩍 넘긴다. 60년대 초 대한극장에서 상영했던 영화 벤허도 아닌데 2시간 예배는 너무 지겹다. 나는 일요일의 순교자(Sunday Martyr)가 된다. 미국에서는 긴 설교에 고생하는 신자들을 선데이 마터라고 불러준다. 그래서 몰래 20분설교하는 목사님을 보내 주십사! 영어 발음이 정확한 여자목사나 백인목사로 말입니다. 하고 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드디어 새 담임목사가 왔다는 것이다. 여자인가 남자인가? 주보를 열어보니

 

“Maria Williams".

 

이름이 마리아이니 여자목사라구나! 흑인 백인? 상상해 보는데 예배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회중(會衆) 뒤에서 성가대와 예배위원들을 이끌고 입장하는 새 목사가 예배선포를 한것이다. 깜짝 놀랐다. 남자 목소리처럼 우렁찼기 때문이다. 남자보다도 뚱뚱한 흑인여자목사가 뒷모습을 보이면서 강단 앞으로 걸어 나간다. 뒤만 봐서는 모르지. 그래도 여자인데? 그런데, 아이구 맙소사! 돌아선 앞모습은 너무했다. 큰 얼굴에 왕방울 눈동자를 굴리고 있는 50대 여인이 웃고 있었다.

 

하나님 제가 기도한건 어디두시고 저런 흑인 뚱보목사님을 보내주셨습니까? 제가 교회를 옮겨야 합니까?’

 

그런데 설교가 달랐다. 영어발음이 정확했다. 성경 신학 신앙 철학이 있는 내용 있는 설교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정확하게 20분 동안!

 

예배가 끝나자 달려가 그녀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새 담임목사로 오신 윌리암스목사님을 환영합니다. 그저께 금요일 유에스오픈 테니스대회 준결승에서 미국의 희망 세레나 윌리암스가 지는 바람에 기분이 축 처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더 좋은 윌리암스를 보내주셨군요. 마리아 윌리암스, 당신이 진짜 윌리암스입니다. 꼭 챔피온이 되십시오.”

 

목회(牧會)를 은퇴한 동양노인의 축하를 받는 흑인 여자목사는 반가워했다.

 

선배목사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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