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내 몰래 꾸몄던 흉계(?)를 고백하려고 합니다.
“그걸 돌섬통신에 폭로하면 어떡합니까? 사모님이 아시면 무사하지 못할텐데요?"
“그 점은 걱정 안 해도 돼요. 우리아내는 돌섬통신을 통 읽지 않으니까요."
4년 전 돌섬(Far Rockaway)을 찾은 우리부부는 노인아파트 대용으로 시영아파트에 입주했습니다. 4개동에
600세대가 사는데 한인은 겨우 세가정입니다. 90%가 흑인입니다. 아주 지저분하고 험악하지요. 그런데 주변은 아름다운 천국입니다. 아파트를
나서면 발끝에 꽃게낙시를 하는 Bay(灣)가 있고 8분을 걸으면 명사십리가 깔려있는 Ocean(바다)을 만납니다.
그래도 돌섬제일의 명물은 Garden이라 부르는 조각농장이지요. 아파트를 옆으로 끼고 12평짜리 농장 50개가 일렬로
늘어서 있습니다. 영농자금(?)으로 40불이 나오고 종자씨앗과 모종도 거저 줍니다. 40불 타먹으려고 너도 나도 달려들어 하나 얻기가 별
따기입니다. 마침 누가 이사 가는 바람에 22번 농장을 얻었습니다.
꽃밭(Flower Garden) 어린이놀이터(Children Garden) 농장(Vegetable Garden)중 하나를
만듭니다. 우리는 Vegetable 가든을 꾸미기로 했습니다.
풀을 뽑아내고 흙을 파 엎었습니다. 돌을 골라내고 흙을 떡가루처럼 곱게 부순후에 두엄을 뿌려줍니다. 이랑과 고랑을 만들어
이랑위에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었습니다. 홍수가 나면 물이 잘 빠지라고 도랑도 팠습니다. 흑인들이 달려와 감탄합니다.
“원더풀! 이건 농사가 아니라 예술이네요. 어디서 이런 농업기술을 배웠습니까?”
그들이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들은 맨땅에 이마로 박치기하듯 합니다. 처삼촌 묘 벌초하듯 대충 대충 풀을
뽑습니다. 파 엎어주지 않아 딱딱하기 만한 땅에 씨를 뿌리고 모종을 꽂아 놓습니다. 그리고는 그냥 내버려둡니다. 맨땅에 심기운 작물들은 잠시
자라나다가 애 늙은이가 되어 시들해져 버립니다. 시작부터 떡잎이 다른 우리부부의 영농솜씨를 보고 놀랄수 밖에요.
“나는 농촌출신입니다. 어릴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농사일을 배웠지요.”
“오, 아주 훌륭하신 아버지를 두셨군요.”
그들은 얼마후에 자기들의 밭을 내줬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에덴농장(28평) 아리랑농장(12평)을 거느린
그룹농장주(?)가 됐습니다.
처음 12평 농사를 지을 때입니다. 애비라는 40대의 흑인아줌마가 있습니다. 목이 길고 몸매가 호리호리해서 우리는
뜸부기라고 부릅니다. 부러운 눈으로 구경하던 뜸부기가 어느날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농장은 30평인데 혼자서 일하기가 힘들어요. 좀 도와 주실래요?”
우리부부가 달려가서 노력봉사를 해주는 바람에 뜸부기농장도 멋지게 됐습니다. 파종을 끝내고났는데 땅이 5평정도
남아있습니다.
“그 남은 땅을 우리가 딸기밭으로 가꿔도 될까요?”
“물론 이지요.”
우리는 공짜로 얻은 땅을 딸기밭으로 만들었습니다. 비료와 모종을 사느라 돈도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밭을 일구고 나자
소유권분쟁이 생겼습니다. 영어 때문입니다.
“그 남은 땅을 우리가 딸기밭으로 가꿔도 될까요”를 뜸부기는 “딸기밭으로 만들어 자기에게 주겠다”는 뜻으로 들은 겁니다.
우리는 가꿔서 우리가 가져도 좋으냐고 물은 말인데 말입니다. 아내와 뜸부기가 다투는 논쟁에 내가 중재를 섰습니다.
“딸기모종 값으로만 40불 이상 들었으니 우리에게 20불만 주고 에비가 가지시오.”
뜸부기는 일전 한푼 줄수 없답니다. 자존심이 상한 아내는 매일 싸웠습니다. 흑인 강도에게 20불 털린 셈 치자고 해도
안됩니다. 몸집이 작은 아내는 참새처럼 당차고 똑똑합니다. 참새와 뜸부기의 싸움은 아파트의 구경거리가 됐습니다. 흑인들은 떼거지로 몰려와
뜸부기를 응원했습니다. 뜸부기는 더욱 기세등등합니다. 이러다가 아파트에서 살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아내 몰래 뜸부기를 만나 20불을 주었습니다.
“이 돈을 내 아내에게 주시오. 대신 비밀로 해야 합니다”
"......???"
며칠 후 아내가 승리의 깃발처럼 20달러를 흔들어 대면서 뛰어 들어왔습니다.
“여보, 드디어 뜸부기가 항복했어요.”
“장하오. 당신이 이겼으니.”
싸움이 끝났는데도 뜸부기는 여전이 우리 농장을 찾아왔습니다. 싸우면서 친해졌기 때문입니다. 친한 이웃이 된겁니다. 하루에
열 번을 만나도 거져가지 않습니다. 손을 잡고 허그를 합니다. 2년전 샌디태풍으로 돌섬농장은 아직도 페허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지난해에 농사를
지어 극상품의 도마도 참외 수박을 수확했습니다. 금년에는 뜸부기도 우리를 따라 씨를 뿌렸습니다. 50개 농장중에 문을 연건 우리 두집 뿐입니다.
금년에는 도마도 참외 수박같은 열매가 전멸입니다. 그대신 그동안 실패만 거듭하던 배추가 대박입니다. 채소류가 풍년입니다.
▲ 뜸부기가 날라드는 에덴농장에서 아내와
함께.
걸어서 5분거리에 3천평짜리 주말농장이 있습니다. 그들은 목요일마다 요리를 만들어 주민들을 대접합니다. 아내는 한국음식을
갖고 갔습니다. 초가을이 되자 토요일마다 올가닉 시장을 열었습니다. 미국에는 주말이면 공원에서 무공해농산품을 파는 올가닉시장이 인기입니다. 시골
5일장 아줌마처럼 아내는 무 배추 고추 상추를 들고 갔습니다. 다 팔렸는데 50불을 벌었습니다. 다음에는 무 배추로 김치를 만들어 110불을
올렸습니다. 우리는 작은 조각농장이라 농산품이 금방 동이 나버렸습니다. 우리가 먹으려고 주워온 은행을 구워갔더니 그것도 매진입니다. 둘째딸
은범이는 소뼈를 사다 48시간을 끓여 사골국물을 만들어 팔았습니다. 11월 22일은 올가닉 시장 마지막 날인데 추운 겨울날씨였습니다. 그런데
장사가 제일 잘됐습니다.
“해피앤딩 하느라 수고했어요. 몇 드라크마를 남겼나 어디 계산해봅시다. 뜸부기 아줌마에게 뺏긴 40달러중 나머지
20달러도 찾아야 되는데...”
“20달러가 뭐예요. 돌섬농장이 이제 흑자로 돌아섰으니 대박이지요.”
즐거워하는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 몰래 뜸부기와 벌린 음모가 아무래도 꺼림칙하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뜸부기가 날라드는 에덴농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