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비를 내 드릴테니 의사 김재규장군 이야기를 책으로 써주십시오.”
김선생과 점심을 먹다가 지나가는 말로 들은 말이었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잊혀지지 않았다. ‘대형교회가 망해야 한국교회가 산다’는 책속에 나는 ‘김재규장군’ 칼럼을 써넣었다. 그 글을 꺼내 읽어봤다. 장군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고 싶었다.
자료집을 구해 읽어봤다. 재미사학자 이정식박사가 쓴 ‘인간 김재규’를 비롯하여 장군에 대한 책이 여러권 나와 있다. 하나같이 김재규는 의인(義人)으로 박정희를 악인(惡人)으로 규탄하고 있었다. 그들과 같은 견해라면 굳이 나까지 합세 할 필요가 없다.
난 김재규와 박정희의 우정관계를 회복시켜주는 책을 쓰고 싶다. 둘은 같은 고향출신에 육사동기동창이다. 교사생활을 했던 공통점도 있다. 김재규는 박정희의 5.16거사에 반대하여 감옥에 들어간다. 박정희의 우정있는 설복을 듣고 친구를 돕기로 하고 감옥에서 나온다. 그후 건설부장관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고 권력 2인자라는 중정부장이 된다. 박정희가 영구독재 10월 유신으로 나간다. 유신이후 7년간 김재규는 고민한다. 수차례 온건책을 건의했다.
그러나 제왕(帝王)의 권력에 맛들인 독재자는 우정어린 충언을 책망한다. 대신 간신 차지철의 아첨(阿諂)에 귀를 기울인다. 김재규는 마탄의 사수가 되어 궁정동에서 박정희를 저격하여 시해(弑害)한다. 독재자가 죽자 유신헌법이 폐기되고 민주헌법으로 복귀한다. 그러나 김재규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그가 죽기전날 국민들에게 고한 최후의 증언.

<사진=유투브 영상자료>
“....오늘이 금요일입니다만 내 영감으로 마음에 잡히는 것은 내일 오전 중에 내 사형을 집행하는 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나는 유쾌하고 명예스럽게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의를 회복시켜놓고 간다는 확신을 갖고 즐겁게 갑니다. 한국은 지금 유신헌법을 폐기하고 민주헌법으로 돌아가느라 전국이 축제분위기입니다. 내가 박정희대통령을 저격(狙擊)한것이 잘못된 것이라면 박대통령이 그토록 고집했던 유신헌법을 왜 폐기하겠습니까? 나는 사명을 다했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갑니다.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과 민주주의의 영원한 발전, 10.26민주회복 혁명이 영원히 빛날 것을 믿고 빌면서 갑니다. 국민여러분, 민주주의를 맘껏 만끽하십시오.”
그리고 그 다음날 김재규는 아침햇살을 받으면서 이슬처럼 사라져갔다. 김재규의 죽음은 생사를 초월한 죽음이었다. 철학자의 죽음이다.
김재규의 죽음이 철학자의 죽음이라면 박정희의 죽음은 영웅의 죽음이었다. 궁정동안가에서 젊은 여인들을 끼고 황음무도(荒淫舞蹈)를 즐기던 박정희에게 김재규는 권총을 빼들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각하 올바르게 정치하십시오.”
김재규의 권총을 맞고 피가 콸콸 쏟아져 내리는데도 박정희는 태연했다. 그가 죽어가면서 남긴 마지막 말.
“나는 괜찮아…”
항우도 시저도 나폴레옹의 최후도 그렇게 의연하지는 못했다. 영웅의 죽음답다.
박정희나 김재규나 죽음을 초월하면서 죽어간 사람들이다. 그들은 지금 죽음 저편 세상에서 화해하고 지낼게 틀림없다. 내 칼럼 “김재규장군 추모회”에 나오는 구절:
“...죽으면 세상일은 다 잊게 된다. 아마 지금쯤 죽음 넘어 영원의 세계에서 만난 박정희씨와 김재규씨는 고향 선산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듯 지난 세상사를 얘기하고 있을지 모른다.
김재규: “형님, 미안합니다. 내가 궁정동에서 형님에게 총질한 거 용서해 주십시오.”
박정희: “아따, 이사람 별걸 다 기억하네. 유치원 시절에 발가벗고 치고 때린 불알싸움 한 걸 갖고 어른이 돼서 시비하는 사람 누가 있나? 죽음의 세계에서 보면 세상사가 다 유치원 장난 같은 거야.”
세월은 흐르고 인걸은 간다. 박정희씨도 가고 김재규씨도 갔다. 박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 김대중씨는 대통령이 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김대중씨도 몇 년 전에 박정희씨와 김재규씨를 만나러 먼 길을 떠나갔다.
난 이런 방향으로 “김재규장군”을 쓰고 싶다. 그런데 문제가 만만치 않다.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어느 출판사가 선뜻 받아줄까?
아니나 다를까? 며칠전 MBC 연예시상에서 묘한 일이 벌어졌다. 2012년의 MBC 최대명작은 안재욱이 열연한 ‘빛과 그림자’ 였다. 누구나 안재욱이 연예대상을 차지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마의(馬醫) 조승우에게로 돌아갔다. ‘마의’는 50회중 겨우 20회 진행중이다. 마라톤 경기에서 삼분의 일을 달린 선수에게 금메달을 걸어준 꼴이다.
왜? 안재욱이 탈락했을까? ‘빛과 그림자’가 궁정동안가의 주색잡기(酒色雜技)를 다룬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눈치 빠르기로 유명한 MBC 김재철사장이 박근혜 눈치 살피느라 얼른 빼 버렸을 것이다. 아니면 인수위에서 지령이 내려왔던가?
그것 말고 정말 어려운건 출판비 때문이다. 난 몇 번 책을 출판했지만 한번도 내 돈은 안 들었다. ‘대형교회가 망해야 한국교회가 산다’를 출판할 때는 후원회에서 대줬다. 교회갱신을 지지하는 분들이 200불, 300 불씩 거둬서 8천불을 모아줬다.
‘의사 김재규장군’은 그게 어렵다. 어느 한분이 출판비를 감당하기에는 과하기도 하려니와 모양새도 좋지 않다. 참고자료집을 읽고 작품을 구상하다가 난 출판이 어려운 걸 느꼈다. 며칠 전 김선생을 불렀다.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자료를 풍부하게 구해주셨으니 읽고 분석하면서 천천히 작품구성은 해보겠습니다. 혹시 저나 김선생님, 아니면 주위 아는 분들 중에 복권당첨이라도 되면 8천불을 내라고 합시다.”
“하하하 목사님은 언제나 시원하시군요.”
돈이 된다면 이런 책을 만들고 싶다. 타이틀 ‘김재규는 박정희의 은인이다’
1. 박정희와 김재규의 우정-경북 선산 동향출신, 육사동기동창, 둘다 교사경험.
2. 조국근대화의 아버지 박정희.
3. 독재자 박정희-독재자는 타락하게 마련이요 타락한 독재자는 영구독재하기 마련. 독재자의 말로-영특한 의자왕도 말년에 타락하여 비운에 갔다. 연산군도 궁예왕도 잘나가다 여색에 빠져 망했다. 여색에 빠진 독재자는 반드시 몰락.
4. 여섯개의 안가를 지어놓고 황음무도를 즐기는 박정희의 주색잡기. 부마항쟁에 이어 전국5대도시에서 민중봉기가 일어날 것이라는 정보부의 판단. 그대로 놔두면 3백만을 학살한 캄보디아의 킬링필드가 한국에서 일어날 판. 이를 막기 위한 김재규의 고육지책은 유신독재의 심장인 박정희 제거.
영특한 궁예왕은 강국을 이루자 스스로 미륵이 되어 부녀자를 겁탈(劫奪)하면서 주색에 빠진다.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 몽둥이로 보리밭에서 궁예를 때려죽였다. 박정희가 그 길을 가고 있었다. 나락(奈落) 직전에서 김재규 손에 죽어 영웅으로 남게 됐다.
합수부장 전두환이 말 한대로 김재규는 일국의 대통령을 죽인 패륜아(悖倫兒)인가? 차우세스크처럼 카다피처럼 추악한 종말로 달려가고 있는 친구 박정희를 민족의 영웅으로 남게 해준 은인(恩人)인가?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10:51:03 뉴스로.com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