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네티컷에서 20세 청년이 총기난동을 부려 28명이 죽었대요. 2007년 버지니아공대에서 한국계 학생 조승희가 쏴 죽인 32명에는 못 미쳐도 잔인하기는 더 했답니다. 범인은 집에서 어머니에게 총질을 했어요. 그리고 천진난만한 유치원생 20명을 포함 28명을 살해 했답니다. 미국의 총기난동이 최악에 이른것 같아요. 위로는 케네디 대통령에서부터 아래로 유치원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을 상대로 무차별 총기난사를 하는군요. 막을 방법이 없을까요?”
“있구 말구. 아주 간단해요. 개인이 총을 못 갖게 하면 돼요. 케네디 대통령이 총에 맞아죽자 옆자리에 있던 부인 재키가 오열하면서 부르짖었어.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 자유당 시절 마산에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학생들에게 경찰이 발포하여 학생들이 죽었지. 여론이 들끓었는데 이기붕 부통령은 한수 더 떠 강경발포를 명령했어요. 그때 이기붕이 명언을 남겼어요. ‘총은 쏘라고 있는 것이다’. 이승만 12년 독재정권은 총 쏘는 재미에 망했어요. 그게 4.19를 촉발시킨 총성이 됐으니까.”

코네티컷 초등학교총기난사뉴스를 보면서 우리 부부가 나눈 대화다. 오바마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며 행동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그 행동은 총기단속이다.
총기규제. 총포상들의 로비방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헐리웃의 영화산업자들도 싫어할 것이다. 미국인들은 총을 좋아한다. 로버트 테일러 게리 쿠퍼, 커크 더글러스를 비롯한 전설적인 헐리웃의 스타들은 총 연기의 달인들이다.
미국은 총으로 세운 나라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백인남자들은 질풍(疾風)같이 달리는 마상에서 쌍권총을 쏘아가면서 인디언사냥을 즐겼다. 제 아무리 용감무쌍한 체로키 인디언들이라 해도 활과 도끼로는 명중률이 높은 총을 대항해 낼 수 없었다.
서부극의 아가씨들은 총잡이들을 좋아했다. 남자들은 총연(銃煙)이 자욱한 주막 안에서 술잔을 들고 권련을 피우면서 포커판을 즐겼다. 미국인들은 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금 미국인들은 2억 자루의 총을 갖고 있다. 3명중 2명은 총을 소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구상에는 미국말고도 총기소유가 합법화된 나라가 많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독일 호주 뉴질랜드 핀란드 스위스 페루 몰타 이스라엘 파나마 필리핀 브라질 아르헨티나 코스타리카 등 중남미 일부지역, 아프간 인도북부 카슈미르 지역,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도 총기소유가 허락돼있다. 그런데 총기소유자의 신분조회가 엄격하여 전과자나 정신병자는 어림도 없다. 선량한 시민만이 소유할수 있다.
한국은 총기소유가 불법이다. 한국의 도둑들은 총보다는 칼을 선호한다. 총을 쏘면 총소리에 놀란 동내 개들이 짖어대고 주민들이 달려 나와 금방 잡히게 마련이다. 대신 칼을 휘둘러 대고 어둠속으로 사라지면 쥐도 새도 모르게 안전하다.
한국에서 총 대신 칼이 인기인건 국민의 취향 때문이다. 동양인들은 총보다는 칼을 좋아한다. 한국은 세계적인 6.25전쟁을 체험했어도 총을 쏘는 전쟁소설이 별로 없다. 우리 집 한국 TV에서는 매주 30편의 드라마가 방영된다. 그런데 가장 인기없는 연속극은 6.25드라마 ‘전우’다. 드라마광인 아내는 억지로 보다가 총소리가 나오면 꺼버린다. 시끄럽기 때문이다.
우리부부가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는 칼과 창으로 무용담을 펼쳐내는 사극(史劇)이다. 동양인들은 창칼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그래서 칼도 바위를 무 자르듯 하는 청룡보검, 한번 휘두르면 적장들의 목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는 80근짜리 청룡연월도. 50근무게의 쇠도끼 날을 칼로 만들어 바람개비처럼 휘둘러대는 살인도끼 벽력대부(霹靂大斧).
서구인들의 칼은 철사처럼 가느다란 펜싱이다. 미국문학의 고전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무기여 잘 있거라>처럼 총소리가 나는 전쟁소설들이다.

그런데 이제 미국인들이 총을 버려야 할 것 같다. 대통령이 암살당해도 모른 체 했다. 그런데 유치원어린애들이 처참하게 총살당하는걸 보고는 더 이상 모른 체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민주당도 공화당도 총기규제발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강대국 중 유일하게 개인총기 규제국이 될 것 같다. 세계최대의 핵보유국 미국이 개인총 무소유국이 되다니? 아이러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인들은 무엇으로 개인방어를 한단 말인가? 총대용으로 태권도 붐이나 일어났으면 좋겠다.
3년전 돌섬 시영아파트로 이사 왔을 때 일이다. 밤마다 타이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둠속에서 흑인들이 쏴대는 총소리였다. 돌섬은 우범지대(虞犯地帶)다.
“아파트 같은 층 모서리에 사는 애디도 총이 있대요. 허벅지에 총을 맞아 절룩거리게 된 후부터 방어용으로 총을 마련했대요. 우리도 총을 구해야 하나요?”
아내는 머리를 굴리더니 겁도 없이 총을 사왔다. 총은 총인데 가스총이었다. 1미터 앞에 있는 괴한의 얼굴에 대고 쏘면 기절을 한다나? 재채기를 한다나?
“애계계! 이걸로 어떻게 악당들을 물리치겠오? 걱정말아요. 내가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보검을 구하여 우리집을 난공불락의 철옹성으로 만들어 놓을 테니까.”
우리 아파트는 키친룸과 리빙룸이 연결돼 있다. 나는 리빙룸에서 잘 보이는 키친룸 벽에 1미터짜리 자석대(磁石臺)를 좌우로 고착시켰다. 설합을 열어 칼이라는 칼을 죄다 꺼내어 걸어 붙였다. 자석이라서 철석같이 잘 붙었다.
도끼날처럼 넓고 두꺼워 소뼈 같은 사골을 다질때 쓰는 넓적 칼, 난 벽력대부(霹靂大斧)라 부른다. 관운장의 청룡연월도처럼 칼날에 살기가 넘쳐흐르는 독일제 대형식칼. 무배추 자르는 칼, 사과 껍질 벗기는 과도를 비롯하여 집안에 있는 칼은 죄다 붙여 놨다. 심지어는 양식용 나이프와 포크까지...
살기가 으리으리하게 번뜩이는 데 일류 데코레이션이 됐다. 보기도 좋거니와 요리할 때 집어서 사용하기에 여간 편리한 게 아니다. 우리 아파트에 들어오다가 칼 진열을 본 흑인들은 하나같이 놀란다.
“와우! 살기가 번쩍이는 칼들이 아주 아주 무서워요. 도둑질하러 이집에 들어온 도둑들은 저 칼들을 보고 한길로 왔다가 일곱길로 도망 가버리겠어요.”
“암요. 저 이검들 있어 우리집은 안전한 에덴낙원이지요. 우리집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화염검이니까.”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10:51:03 뉴스로.com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