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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스틸 대사는 기억하라

글쓴이 : 박동규 날짜 : 2026-08-04 (화) 20:33:45



역대 주한미국대사 인준(認准) 과정에서 미셸 스틸 대사의 경우는 여러 면에서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다. 만장일치(滿場一致) 인준에 실패한 최초의 사례였으며, 기명 투표로 진행된 최초의 사례이자, 무려 39명의 상원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대표를 던진 전례 없는 사례였다.


특히 최초의 한국계 연방 상원의원인 Andy Kim을 비롯해 Bernie Sanders, Elizabeth Warren, Chuck Schumer, Adam Schiff, Jon Ossoff, Amy Klobuchar, Dick Durbin 등 미국 정계의 대표적 중진들이 반대표를 행사했다는 점은 단순한 정파적 반대가 아니라 인선의 적절성과 미국이 지향해야 할 외교적 가치에 대한 심각한 문제 제기였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왜 이들 상원의원이 거의 100명에 달하는 의원들의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며 찬반을 기록으로 남기는 기명 투표를 선택했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의견 표명이 아니라, 역사적 기록으로 남겨야 할 사안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이 한국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2차 내란' 가능성을 경고했던 맥락(脈絡)과도 연결된다. 미셸 스틸 대사의 인선과 그를 둘러싼 한미 극우 네트워크에 보내는 엄중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한국 정치권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공개적으로 스틸 대사 인준 반대 입장을 밝히고 미 연방 상원에 반대 의견을 전달한 김준형 의원의 활동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시아계 상원의원 3인의 공개 경고

 

미셸 스틸 대사 인준 반대 과정에서 아시아계 연방 상원의원들이 발표한 성명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들은 스틸 의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스틸 의원은 인종에 기반한 공격과 고정관념을 반복적으로 이용해 온 매우 우려스러운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아시아계·하와이 원주민·태평양 제도계(AANHPI) 지도자들을 표적으로 삼아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갈등을 부추겨 왔다.”


또한 대사의 역할은 단순히 미국 정부 정책을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국가의 가치와 이미지를 대표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한미동맹은 양국 국민 간 신뢰와 연대를 기반으로 발전해야 하며, 특정 정치적 이해관계나 분열적 가치에 의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이 문제는 정치적 당적의 문제가 아니다. 스틸 의원의 행동이 우리가 세계와 미국 내 AANHPI 공동체에 보여주고자 하는 미국의 비전을 대표하는지의 문제다. 우리의 대답은 '아니오'다."


국내 시민사회와 평화단체의 반대 목소리

 

한국 내에서도 4백여 시민사회·평화 단체들이 미셸 스틸 대사 지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미국 대사관 앞 집회를 통해 “한반도를 대결의 전장(戰場)으로 만들고 트럼프식 압박 정책의 선봉에 설 미셸 스틸 주한미대사 지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스틸 대사의 임명이 한반도를 미·중 경쟁과 대북 적대 정책,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라는 대결 구도 속에 더욱 깊이 편입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촛불행동은 해외촛불행동과 연대해 미셸 스틸 대사의 정치적 성향과 과거 발언을 문제 삼으며 반대 운동을 전개했다. 기자회견, 서명 운동, 반대 의견 전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사회 차원의 문제 제기를 이어갔다.


미주 및 해외 동포 사회의 성명과 서명 운동

 

미주 한인 사회에서도 반대 움직임이 이어졌다. 시애틀 늘푸른연대의 성명과 서명 운동은 해외 동포 사회의 문제 제기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동 단체는 스틸 의원이 과거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동맹국 민주 정부를 공개적으로 폄하하는 표현을 사용한 점을 지적하며, 외교 대표자로서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미국 대선 부정선거 주장을 둘러싼 일부 인사들과의 정치적 연계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흐름과 연결된 인물이 한국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미국 외교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아울러 Korea Peace Now Grassroots Network는 미국 내 평화운동 단체들과 연대해 성명 발표, 서명 운동, 후보자 면담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이들은 “한반도 평화 옹호자로서 우리는 미국의 대한국 최고위 외교 대표인 주한미국대사 자리에 미셸 스틸 전 하원의원이 지명된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미 극우 연대를 넘어 한미 자주·민주·평화 연대로

 

미셸 스틸 대사 인준 과정에서 39명의 미국 상원의원이 반대표를 던진 것은 결코 우연한 결과가 아니었다. 이는 미국 내 정치권, 한국 시민사회, 미주 한인사회, 국제 평화운동 진영이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연대 활동을 통해 만들어낸 역사적 결과였다.


흑인 여성 민권운동가 Angela Davis가 말했듯 “벽은 밀면 문이 되고, 누이면 다리가 된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옳은 일이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한국정부도 환영하고 어차피 임명될 사람이다," “한국계 미국인이 주한대사가 되는데 왜 반대하느냐”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불가능해 보였던 벽 앞에서도 힘을 모아 목소리를 냈고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한미 양국의 초국적 극우 네트워크에 맞서 한미 양국 시민들이 함께하는 자주·민주·평화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미셸 스틸 대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39명의 미국 상원의원, 앤디 김을 비롯한 아시아계 상원의원들, 그리고 국내외 수많은 시민들이 왜 당신의 인준에 반대했는지를. 아울러 우리는 앞으로도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협하는 어떠한 움직임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미셸 스틸 대사와 한미 양국 극우 세력의 행보를 매의 눈으로 지켜보며, 필요한 순간마다 분명한 목소리를 내며 강력히 대응 할 것이다.

 

글 박동규 변호사 | 시민참여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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