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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벽력 5월

노통도 김춘선도 좋더라
글쓴이 : 노천희 날짜 : 2020-05-07 (목) 04:43:08

 

청천벽력(靑天霹靂), 노무현 대통령의 소식을 듣고 일을 할 수가 없었다. 12시까지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분향소로 갔다. 파크 에비뉴 총영사관으로 갔더니 1st 에비뉴로 가라한다. 조문(弔問)하는 사람이 드문드문 한 사람씩, 이렇게 썰렁할 수가! 분향소 지키는 사람도 없다. 좋다, 오늘 내가 상주한다 하고 꼼짝 않고 서있는데 스님 네분이 오셔서 독경을 하시니 얼마나 좋던지! 노무현 영령이시여 들으시고 계시옵니까, 들으시고 또 들으셔서 부디 적멸보궁(寂滅寶宮)에 드시옵소서. 515분 문 닫을 때까지 상주하다가 왔다.

 

노통이 좋고 덩달아 김춘선도 확 좋아졌다

20082월에 대통령직 이임하고 고향 봉하마을에 돌아가셔서 훌훌 벗고 촌로로 돌아가 손녀를 뒤에 달고 자전거도 타고 돌아 다니는 모습이 정이 가고, 점방에 앉아서 수수더분 촌아저씨처럼 담배도 태우고 전직 대통령의 모습 참 보기 좋더니 523일 새벽, 집 뒤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 내리셨다 한다.

 

18년 전, 2002년도 겨울, 플러싱 영빈관에서 열린 '노무현후원의 밤'이 있던 날, 뉴욕 길바닥은 눈이 산같이 쌓여있어 차를 빼낼 수가 없어 김서방은 1시간을 넘게 땀을 철철 흘리며 곱은 손을 호호 불어가며 삽질하여 차를 빼느라 애를 먹었다.

 

 

종일 일하고 와서 피곤할낀데 고만 후원금이나 좀 보내고 가지말자 카까? 고 소리가 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매사에 싫다 좋다 의견이 없고

 

좋나? 해도 몰라! 안좋나? 해도 몰라! 어디 가자 소리를 범보다 더 무서워하는 미스터 몰라, 미스터 안가께서 아침에 나가면서 오늘 저녁에 '노무현후원의 밤' 가자 하길래 엥? 아이고 이 남자가 웬일이고? , 어데 진짜로 가는가 보자, 가면 내 손가락에 장을 찌지지 저녁에 와서는 우짜고 저짜고 딴소리 할끼면서 같이 안가도 내 혼자 가지롱! 혼자 궁시렁궁시렁 했는데 진짜 갈랑가베.

 

 

한번씩 얼굴을 휙 쳐다보면 온데 시커먼 점이 수두루뻑뻑해서 다는 아니라도 굵다란 거 몇개라도 빼고 안 오면 죽을 때까지 얼굴 안 쳐다본다 했는데 그날은 점도 하나도 안보이고 운전하는 사람 옆얼굴을 가만 쳐다 보는데 하이고야, 이 남자 이렇게 분위기 있고 멋있을 수가!

 

한인들 대중모임은 주로 노인들이 우르르 동원되어 주최 측에서 주는 공짜 밥만 먹고 다 달아나고 없고, 앉아 있을 때도 서로 어색해 했는데 그날 밤에는 우리같이 제 발로 온 듯한 남여 장년 수 백명은 다 들뜨고 흥분하여 뺨이 볼그레져 있었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소중한 사람에게 하듯 서로 따뜻이 웃었다.

그런 사람들의 열기로 뉴욕노무현후원회 식장은 후끈 달아 올랐고 이런 정치 집회 자리에 처음 왔는데도 (국제행동연대에서 메일 오면 맨하탄에 혼자 시위하러 가지만) 하나 어색하지 않고 여기 온 사람들 다 안아주고 싶었다.

나중에 분위기가 무르익어 사람들이 팔을 쳐들고 "노무현! 대통령!" 소리치며 연호할 때 옆을 힐끗 보니 이 남자도 팔을 쳐들고 하나 쑥스러워 하지 않고 같이 외치는데 딴 날 같았으면 엄마야 이남자 와 이카노 쥐약을 묵었나 졸도할 일인데도 분위기에 휩쓸려 쪼맨치도 이상하지 않았다.

꼭 가야 할 장례식 말고는 년말 동창회라든지 결혼식 같은 데는 고사하고 특히 이런 정치 집회는 절대 가지도 안 하지만 누구 따라서 구호 외치고 하는 일은 죽으면 죽었지 안 할 남자가 분위기가 고조(高調)되어 모두가 노무현대통령! 연호할 때는 자기도 한번 하다 마는 것도 아니고 끝까지 노무현대통령! 하고 팔을 쳐들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하이고, 김서방님, 오늘 지녁 너무 무리하는거 아잉교?

노양이 혼자 다니다 어쩌다 갈래? 하면 안가! 그럴 줄 알았다 꿀밤 한대 주고 혼자 다니는 세월을 보내다가. 노무현후원의 밤에 함께 했던 시간으로 가슴은 합일감으로 가득했다. 참 행복한 시간을 가졌어, 잊지 못 할 밤이야 하고 편지도 써서 주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테레비에 나올 때마다 탱구는 내가 머무시는 안방으로 득달같이 달려와 요보 요보 숨넘어가게 부르면서 노무현 나온다 하면 온몸이 기뻐 어쩔줄 모르고 하던 거 다 때려치우고 거실로 달려가 탱구 옆에 딱 붙어 누워 손을 꼭 잡는다.

도서관 책 주문하러 갔다가 제목이 재미있어 (‘여보 나 좀 도와 줘노무현) 읽는데 변호사 할 때 있었던 자신의 치부(恥部)를 정치인이 되어 다 말하는 솔직함에 반했다. 그 후 여러 매체에서 그의 치열했던 인생역정(人生歷程)을 본 후 나는 그를 언급한 책은 모조리 찾아 읽으며 행복했다.

 

내 같은 인간도 살면서 엄마하고 친구들에게 니는 좀 빠져라하는 소리를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너무 듣기 싫었는데 어려운 집 상고 나와 고시에 네번 도전하여 겨우 패스하여 편한 생활이 보장되는 줄을 잡고서도 대학생들이 뚜디려 맞아 온몸이 시퍼렇게 된 걸 보고 충격을 받고 분노에 떨다가 대학운동권 출신 정치인보다 더 운동권이 되어 빠져도 될 자리만 찾아 댕기며 억울한 사람들 옆에만 자발적으로 찾아가 주었다 한다.

정치인은 잘난 사람들은 알아서 잘 살지만 못난 사람들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일하는 머슴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게 그는 뚜닥뚜닥 못생겼는데 웃는 모습이 참 좋았고, 약자들이 억울하게 당하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분노하는 모습에 가슴이 뛰었다

 

정치가가 되어서도 노무현이 쓰는 말은 공식석상에서나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곳에서나 다르지 않아 너무 신기해서 나까지 퍼덕퍼덕 생기가 돌았다. 정치인들이 하는 말투, 자기들이 쓰는 말은 따로 있다는 듯 하나같이 해도 그만 안해도 되는 공허한 말에 한심하고 욕지기가 나다가 노무현이 하는 말은 내가 알던 사람의 말이었고 대학교때 어쩌다 패기 있던 털털한 촌놈 남학생들에게 들어보던 말들, 정곡(正鵠)을 찔러 통쾌함을 느끼던 말투라 너무 좋았다.

내가 아무리 웃겨도 피식 슬쩍 웃고마는 김서방도 노무현 방송을 볼 때는 하하하 웃는다. 둘이 하하하 웃다가 확 친해지는 것 같았다.

 

무현 씨 방송이 끝나면 너무 아쉽고 더 보고 싶어하는 나에게 영감은 "다음에 또 보세요" 하며 손을 잡아 일으켜 방으로 끌고 간다.

 

노무현과 김춘선, 두 남자로 인해 미소가 멈추지 않는다. 노무현이 너무 좋았고 덩달아 김춘선도 너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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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wikipedia.org

 

 

 

= 노천희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열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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