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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알만한 내가 다 봤잖아”

2.28도 보고 4.19도 보고
글쓴이 : 노천희 날짜 : 2020-04-19 (일) 23:18:47

 

대구의 중심가 동성로와 중앙로 사이 제일극장 뒤 골목에서 살았다.

어릴 때 쪼맨한 가시나가 억시기 싸돌아 댕겼다. 그때는 테레비도 없고

해서 골목에 같이 놀 친구가 없으면 그냥 골목골목을 걸었다.

엄마는 내만 보면 어데 또 짤짤 돌아 댕기다 오노? 그 소리가 입에 붙었다.

 

골목에서 풍로에 밥을 하고 생선을 굽는 사람들이 많아서 비린 것을

좋아했던 나는 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보고는 했다. 특히 여름이면 많이 그랬다.

동네 아주무이들이 머리를 질끈 묶고 난닝구 바람으로 밥도 하고 평상에

죽 앉아 밥도 잘 먹었다 아이들은 놀다가 밥을 먹다가 튀어나가 놀다가 하고 있고

 

2 때 저녁 묵고 종로호텔 근처에 있는 종로목욕탕에 우정연하고 목욕갔다가.

집에 오다가 꼬불꼬불 골목길에서 우리 또래 가시나 깡패들이 지나가며

"내 몸에 핏줄이 비바람에 젖어도..." 건들건들 노래 하면 옆에 있던 가시나는

"핏줄이~ 젖어도~" 껄렁껄렁 흔들며 후렴을 넣어서 우리는 킥킥 웃었다

(나는 좀 감을 잡고 살살 웃었는데 정연이는 아하하 신나게 웃었다)

***신성일 엄앵란의 영화 <맨발로 뛰어라>에 나온 노래.

 

여자 깡패들은 "이것들이?" 하며 쫄아서 쭈빗쭈빗 가고 있는 우리 보고 "딱 서!" 해서

붙잡혀 덜덜 떨고 있는데 지나가던 무시마(머스마) 깡패가 우리를 힐끗 보고는 보내조라! 해서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튀었는데 얼마 전에 이 친구에게 얘기했다.

전혀 기억 못하잖나. 나는 지금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우리집에서 네거리 저 편 매일신문사 옆 그 골목, 우리가 젖 먹던 힘을 다해

튈 때는 얼마나 길던지! 내 머리 속에는 그 골목길의 흙 담벼락, 좀 규모가 큰 기와집,

아담하고 조촐한 작은 기와집들이 요리조리 꼬불꼬불 돌아가며 너무나 정겹게 앉아 있었다.

지금은 진골목(긴골목)이라 하며 대구의 관광코스라 하네.



4.19혁명 났을 때, 성난 대구시민들 수 백명이 이 골목에 들끓었다. 거기에는

자유당 반공청년단회장이라나 이승만이 총애(寵愛)했다고 권세가 하늘을 찔렀던

신도환 구케의원 집이 있었다. 군중들은 고래등 같던 신도환 집 대문을 부수고

쳐들어가서 그 집에 있던 양단, 도자기 같은 귀중품과 가재도구 등 다 꺼내 가지고

중앙통 네거리에 산같이 쌓아놓고 불을 질렀다.

 

그 어마어마한 재물들의 산,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불꽃이 장관(壯觀)이었고,

너울너울 불꽃에 환해 진 군중들의 얼굴, 환호, 통쾌한 표정!

나는 그냥 서있기만 했는데도 목이 다 쉬었다.

 

 


 

내가 목격했던 대구 2.28의거

 

, 4.19 전 대구 2.28의거, 대구에 있는 고등학생들 시위도 내가 다 봤잖아.

그날 수성방천에서 장면 선생의 연설이 있는데 대구시민들 거기 못가게

할라고 일요일인데 고등학교 학생들 다 학교 오라해서 어느 학교는 토끼사냥

하러 간다 하고 어느 학교는 기말 시험 친다 하고..

 

경북여고 학생들은 제일극장에 공짜로 영화구경 시켜준다면서 극장 안에 처넣어놓고는

문을 꼭꼭 잠가놓고 하루 종일 몇 번을 같은 영화 돌려놓고 묶어놓으니 나중에 경북고등 남학생들이 와가주고 여자변소 창문을 깨어주었다. 용감한 여학생들은 그 작은 창문에서 뛰어내려 우리집 대문을 열고 행길로 나가서(아버지가 상무여서 극장과 우리집이 통해 있어서 다 보았다) 남학생들과 데모하다가 순경한테 잡혀서 백차에 실려갔다.

우리들 국민학생은 어른들이 집보라 하고 연설보러 가까봐 학교 오라해서 다 갔잖아.

(*그렇게 방해공작을 폈는데도 리영희 선생님 글에 보면 그날 대구시민

20만명이 수성방천 민주당유세에 갔다 한다.

   

일요일인데 학교 오라 해서 신경질이 나는데 내가 젤 싫어하는 색종이 공작만

하루 종일 하라고 했다. 나는 그런 거 취미도 없어 아예 준비물도 안 갖고

가서 종일 비비 틀고 있는데 내 짝이던 앞짱구 뒷짱구 무시마, 공부를 지지리도

못해서 내가 톡툭 쏘며 구박하던 무시마는 척척 무엇이든 얼마나 잘 만들고

얼마나 신이나 하던지 평소 있는지 없는지 하던 무시마가 너무나 달리 보여

대구 2.28 하면 그 짱구 무시마 얼굴부터 떠오른다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온종일 뭘 했는지는 모르겠고 저녁답에 우리집

골목에 호루라기를 빽빽 불어대는 순경들에게 쫒겨서 타다닥 이리 튀고

타다닥 저리 튀고 도망하다 벗겨진 짝 잃은 운동화가 여기저기 어지러이 있었다,


사본 -228 의거2.jpg

<사진 국가인권회 영상 캡처>

 

행길에 나가 보니까 땋은 머리가 다 헝클어진 경북여고 여학생 언니들은 경찰 백차에

한까닥(한가득) 실려가면서 순경아저씨들의 손, 팔뚝, 허리 닿이는 대로 물어 뜯느라

난리고, 물린 순경 아저씨들은 이 가시나들이! 하면서 버지기 (항아리) 깨지는

소리를 질러대고 그거 콩알만한 내가 다 봤잖아.

나중에사 이 날을 대구 2.28 의거라 하였다.

 


글 노천희

 

* 2·28 대구 학생의거는 19602283.15 대선을 앞두고 이승만 정부와 자유당의 독재에 항거하여 대구시에서 일어났다. 2·28 의거는 이후 3·15 마산 의거와 4·19 혁명으로 이어졌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열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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