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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과 미국외교의 패배

글쓴이 : 안드레이 란코프 날짜 : 2018-07-28 (토) 01:52:28

한반도전문가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교수가 러시아 주간 엑스페르트에 북미정상회담과 미국외교의 패배라는 타이틀의 기고문을 실었다. 전문을 번역 소개한다. (편집자 주)

 

 

 

072618 북미정상회담 미국외교의 패배 엑스페르트.jpg

엑스페르트 웹사이트

 

트럼프 미대통령의 협박 외교는 인상적인 결과를 가져왔지만, 대외 정책에서 시각적-심리적 효과에 중점을 둔 것은 심각한 대재앙을 초래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난 모든 일들은 지난 6월까지는 트럼프 정부의 빛나는 성공으로 간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미국 정부의 노력은 트럼프 자신은 시인하지 않고 있지만, 전적인 패배로 끝났다.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미국 자체에 대해서만 아니라 핵무기 비확산 체제 전체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최근 수 주 전에 일어났던 일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작년의 사건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 미사일 제작자들의 성공

 

2017년 북한 엔지니어들은 그들이 거의 20년간 추구해온 과제를 해결하는데 바싹 다가섰다. 그들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에 성공하고 성공적으로 테스트를 마쳐서 이론적으로는 미국 본토에 있는 목표를 핵무기로 타격할 수 있게 되었다. 엄격하게 말하면 작년 한 해 동안 북한은 하나가 아닌 화성14”(2회 발사), “화성 15”(1회 발사)두 개의 미사일 모델을 테스트했다. 이 세 번의 발사는 모두 일반적이지 않은 고각 궤적(軌跡)을 따라 이루어졌다. 다시 말하면 ICBM을 최대 고도로 쏘아 올려서 처음 발사된 위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떨어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궤적을 취한 이유는 ICBM이 제 3국을 지나가서 외교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고각 궤적에 따른 미사일 발사시험은 ICBM이 실전에 배치할 수 있는 수준에 상당히 근접한 조건에서만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세 번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시행함으로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에 이어 이미 미국을 핵무기로 타격할 수 있는 세 번째 국가가 되었거나 아니면 가까운 시일 내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확실해졌다.

 

9월에 북한은 50-100킬로톤 급의 수소폭탄 탄두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이는 북한으로서는 최초로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한 것이다. 20161월 북한 언론이 수소폭탄 실험을 시행했다고 보도했지만 그 당시는 이 발표를 믿은 전문가들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폭발의 성격으로 보아 수소폭탄 실험인 것에 대해 조금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북한 미사일 개발자들과 핵무기 과학자들이 성공을 거둔 것은 북한 핵 프로그램에 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졌음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들이었다. 처음 핵 프로그램이 시작될 초기, 북한 정부가 외교적인 압력을 과시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자주 들먹이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단순히 방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가장 적은 규모라고 해도 그런 핵 프로그램은 핵무기 비확산 체제에 위협이 되었기 때문에, 러시아를 포함한 공식적으로 인정된 핵무기 보유국들이 대대적으로 불만을 나타내었다. 그러나 핵무기로 지구상의 많은 부분에서 목표점을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 운반 수단을 갖게 됨으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잠재적으로 공격 무기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미국에 대해서 특별히 호감을 갖고 있지 않은 나라들조차도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트럼프의 취임

 

이렇게 해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 성공 시점과 미국 정치의 중대한 변화 시점이 서로 맞물리게 되었다. 20171월 선거운동 시절부터 북한 문제를 중요 대외정책 프로그램의 하나로 내세운 특이한 지도자인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전임자들이 유약하여 결단성이 없다고 비난하며 선거권자들에게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분명하고 강경하게 대처하여 재빨리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트럼프가 약속한 강경함은 부분적으로는 과시적(誇示的)이고 수사적(修辭的)인 성격을 띠고 있었다.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북한과 미국의 두 정상은 혹독하고 때로는 유례없이 거친 말 폭탄을 주고받았다. 엄밀하게 말하면 북한의 외교정책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장바닥에서나 쓸 말들과 시정잡배들의 언사를 자주 사용해왔다 (북한의 고위급 외교관은 거친 표현을 쓰는 것은 북한의 상대방에 대한 언어적 억제의 특별한 형태라고 개인적인 대화에서 설명했다). 따라서 북한이 트럼프를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부르거나 한국의 수도 서울을 불바다가 되게 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을 듣고 놀라는 사람은 매우 적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에서는 미국 당국자들도 그와 거의 동일하게 열이 난 신경질적인 어조로 대꾸하기 시작했다. 특히 트럼프 자신은 여러 번 김정은을 로켓맨이라 부르면서 북한의 행위를 세계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비교할 수 없는 화염과 분노로 갚아주겠다고 위협했다.

 

특히 사람들의 주의를 끈 것은 트럼프 정부가 계속해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용의가 있다고 암시하는 상황이었다. 2017년 여름부터 한반도 근접 지역에 미국의 군사력이 점차적으로 증강되었다. 백악관에서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 북한이 양보에 나서지 않을 경우 군사작전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중요한 정치적 결정 과정에서 많은 점에서 소외되어 있던 국무부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관들보다 더 자주 견해를 묻고 듣던 대부분의 군부 지도자들도 군사적인 해결에 반대하고 나섰다. 미국 국방부는 한반도에서 제한적인 군사행동을 벌이기만 해도 무력 충돌이 쉽게 미국을 향한 대 재앙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특징은 예전부터 그가 동업자, 즉 동맹국의 이익에 대해 그다지 괘념치 않는 사람이라는 악명을 지니고 있는데 있었다. 특히 동맹국의 이익을 미국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자신의 경제적 이익과 마찬가지로) 희생해야 할 경우 그러한 태도는 더욱 분명해졌다. 맞는 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가 자신의 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완전히 무시하고 대북 군사작전 시행의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잠재적 인물이라고 여겼다. 중국과 북한을 포함한 대부분의 이해 당사국들의 행태를 보면 이들이 트럼프의 위협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음을 알 수 있다.

 

1년 반 동안 정부 고위급 관리들이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북한 문제 해결 방안은 오직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계속적으로 북한은 즉각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 전체를 양도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며 2018년 말까지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이 가까워져서야 공식 인사들이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CVID는 계속 강조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인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의 위협

 

중국이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보통 때와는 다른 반응을 보인 것은 군사작전이 있을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년간 중국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럽고 복잡한 반응을 보였다. 한 편으로는 공식으로 인정된 핵 보유국 중의 하나로서 핵무기 확산 과정을 최대로 제한하려고 노력했으며, 이 때문에 북한의 야심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다. 다른 편으로는 중국으로서는 동북아에서 현상 유지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었다. 바로 이 때문에 중국 외교계는 북한 내부의 정치적 안정을 깨뜨릴 수 있고, 그로인해 정원의 붕괴나 기타 내부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특별히 가혹한 경제 제재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동북아에 전쟁 발발 가능성이 증가하는 상황에 부딪치자 중국은 이런 여건에서는 미국에 양보해서 최대로 강력한 대북제재에 동의해야 한다고 입장을 정하게 되었다. 201712월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 대표는 새로운, 전례없이 강력한 대북제재에 찬성표를 던졌다. 본질적으로 보면, 이 제재들은 현재까지도 유효한데, 거의 완전한 봉쇄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이 국제 시장에서 아주 작은 일정 부분의 수요를 가지고 있는 소수의 상품들, 즉 광물, 해산물, 직물, 노동력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중국이 유례없이 강력한 대북제재를 찬성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이를 시행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17년 여름부터 중국 세관은 북한으로 향하는 모든 화물을 예전과는 달리 매우 철저하게 조사하여,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전부 몰수하기 시작했다. 한 가지 사건을 예로 들자면, 중국 세관은 8만 개의 구급 의료 세트를 억류했는데, 이는 그 세트 안에 가위가 들었기 때문이었다. 북한 노동자들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던 중국 기업가들에게는 중국 정부가 북한 국민의 노동비자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통보되었다. 북한의 대외 무역의 85-90%가 중국과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러한 중국의 대북제재에 대한 입장은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201712월 유엔 안보리가 채택하고 중국이 지지한, 북한과의 무역에 대한 실제적인 금지는 북한에게 경제적 위험뿐 아니라 정치적인 위험이 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정권을 잡은 직후부터 단호한 시장경제적인 개혁을 진행해왔는데, 이 개혁은 중국의 등소평이 1980년대에 행한 개혁과 매우 유사했다. 그 결과로, 경제 성장이 다시 시작되고 민간 경제부분이 급성장하여 경제성장을 견인(牽引)하는 성장 동력이 되었다. 또한 주민들에 대한 정치적 통제는 어느 정도 완화된 상태였다. 북한의 지도부는 새로운 조건에서 수년간 생활수준이 급속히 향상된 후에 경제 위기가 오면 여러 가지 국내정치적인 문제들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북한의 후퇴

 

이렇게 하여 2017년 북한 지도부는 선례 없는 두 가지 도전에 부딪치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선제적 군사적 공격의 위험이 실제적으로 다가오고, 다른 편으로는 언젠가는 결국 새로운 초강경 대북 제재가 북한 경제에 실제적으로 피부에 느낄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는 예전에 감행한 적이 없는 양보를 하는 길로 나서게 되었다. 201711월 말 ICBM 화성 15호 발사에 성공한 직후 북한은 자국의 핵 미사일 억제력 개발을 완전히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를 통해 북한은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미사일 및 핵 실험을 중단한다는 것을 세계인들에게 간접적으로 밝혔다. 몇 개월이 지난 후 김정은은 확실하게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잠정 중단 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연례적으로 해오던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의사를 발표했고 특히 북한 선수들을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도록 파견할 것을 통보했다. 북한은 올림픽 선수단과 함께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을 실질적인 대표자로 하는 고위급 정부 대표단을 파견했다. 김여정은 방남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고, 이후 남북 간에 일련의 외교적 접촉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2018427일 십여 년을 상회하는 기간 만에 처음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로 북미정상회담 시행 합의도 이루어졌다.

 

북미정상회담 준비 기간 중 북한은 추가적으로 일방적인 양보를 했다. 북한에서 선교활동을 벌이다 억류된 미국 시민들을 석방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의 터널을 폭파했다. 그렇지만 이 풍계리 실험장은 최근 중대한 기술적 문제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폐쇄해야 했던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핵 실험장 폐쇄 결정이라는 양보의 실제적인 의미는 과대평가할 필요가 없다. 북한 측은 계속해서 비핵화가 선대의 유언이고 북한의 장기적인 목표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발표는 최근 수년간 북한이 공식적으로 확인했던 것과는 상반된 것이다. 북한은 항상 핵보유국의 지위는 변경될 수 없다고 강조했었다. 이러한 핵보유국 지위에 대한 언급은 북한 헌법에도 있다. 세계 언론이 엄청난 의미를 부여했던, 북한의 비핵화 용의에 대한 성명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수많은 세월 동안, 2006년 최초의 핵실험을 하기 직전까지, 북한의 공식 인사들은 열을 올리며 북한에 군사적인 핵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조차 부인하고,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꺼내기만 해도 중상모략(中傷謀略)이라고 우겼다.

 

북한의 경우, 미국이 수년간 유일한 북한의 핵 프로그램 관련 수용가능한 방안이라고 여기는 CVID 로 핵무기를 양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의가 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뼈아픈 경험을 통해 배운 바가 많은 북한 수뇌부는 오래전부터 핵무기를 버리는 것은 그들에게 자살행위와 같다고 굳게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 특정상황에서 북한이 핵무기 보유량을 줄이는 조치를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북한이 외부로부터의 유례없는 압박에 부딪쳤을 때 이러한 핵무기 감축 가능성이 매우 커 보였다. 최근 6개월간 북한의 주요 목표는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을 줄이고 부분적으로라도 제재 압력을 완화시키는 것이었다. 중기적인 전망에서 보면 북한의 목표는 시간을 벌고 트럼프 대통령 임기를 보내는 것이었다. 미국에 좀더 전통적인방식의 대통령이 들어설 경우, 북한에 대해 군사력을 사용할 위협이 훨씬 더 경감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트럼프의 후임 대통령은 한국과 한미동맹에 대해서 트럼프처럼 가볍게 위험을 무릅쓰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임기 말까지 버티려면 북한이 상당한 양보를 해서 미국의 채찍질에서 벗어나야 했다.

 

실제로 사태의 발전을 보면 최후의 순간까지도 북한이 코너에 몰려서 이 위험한 위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것을 양보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 확증된 것 같았다. 20185월 북한 측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료가(우선적으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미국의 유일한 수용가능한 거래 조건이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즉각적으로 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의 북한의 항의(북한 편에서 보면 상당히 절제된 방식으로 표현되었음)에 대한 반응은 매우 독특했다. 트럼프 미대통령은 이미 합의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가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취소한지 1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북한 측은 사실상 사과의 뜻을 밝히고 당국자들의 이전 발표를 취소했다. 이후 북미정상회담 준비가 재개되고 세계는 트럼프가 구사하는 협박의 정치가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가 2017년 초부터 구사한 위협과 압박 정책은 2018년 초봄까지 놀랄 만큼 매우 성공적으로 보였다. 전문가들은 6월 초에 싱가포르에서 이루어질 합의의 성격에 대한 여러 추측들이 오고갔다. 특별히 북한이 자신들이 가진 플루토늄과 우라늄 보유량의 일부를 미국과 제 3국에 양도하고 핵 제조시설을 완전히 가동 중지하며, 이 시설들에 외국인 전문가들의 사찰을 허용하는데 동의할 수도 있다고 추정되었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도록 강제하는 구체적인 일정표와 조치 계획들을 담은 로드맵이 공식적으로 승인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북미정상회담 결과는 너무나 뜻밖이었다.

 

싱가포르에서의 혼란

 

6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북미정상회담은 하루 종일 계속되지도 않았고 독특한 외교적인 연극을 보는 느낌이었다. 김정은과 북한 대표단은 언론과 거의 접촉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긴 시간 동안 기자 회견을 갖고 일어나는 모든 상황들은 매우 감격적인 표현을 써서 장황하게 묘사했다. 이 정상회담의 주요 문서는 극도로 모호한 표현이 특징적인 싱가포르 선언문이었다. 4개 항 중에서 비교적 구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던 것은 한 개 조항이었다. 이 조항은 매우 특정적이고 세계적인 중요성은 거의 없는, 한국전 동안 북한 지역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의 발굴과 송환에 관한 것이었다. 다른 세 개 조항은 양측이 우호적으로 지낼 용의가 있다는 것에 대한 모호한 발표로 귀결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까지 미국 측의 입장의 근간이었던 CVID에 대한 언급은 싱가포르 선언문 어디에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대신에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 노력하겠다는 약속이 포함되어 있다.

 

기대와는 달리 북한 측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떤 추가적인 양보도 발표하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김정은은 트럼프와 일대일 개인적인 대화에서 북한이 북한제 대륙간 탄도 미사일용 엔진을 시험하던 센터 중의 하나를 폐쇄할 예정이라고(그와 같은 센터는 북한 내에 4-7개소가 존재한다) 말했다. 북미정상회담은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추가적인 제한을 도입하는 결과에도 이르지 못했다. 사실상 북한 핵 프로그램의 동결(凍結)조차도 일어나지 않았다. 북한이 향후 더 이상의 실험을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핵분열 물질, 핵탄두, ICBM제조를 위한 구성 요소들을 생산하는 북한의 주요 센터들은 계속해서 정상 가동 중이다.

 

북미정상회담에서 현행 대북제재의 해제 또는 완화 조치도 채택되지 않았다는 데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는 북한의 외교관들이 제재를 없애기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그리고 전반적으로 볼 때 효과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도 계속해서 북한의 경제위에는 큰 위협이 드리워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미대통령은 미국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이 트럼프의 즉흥적인 결정이었던 것처럼 보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왜냐하면 그 발표 후에 알려진 바로는 미국 국방부도 주한 미군도 이에 대한 어떤 생각도 조금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미국 보수 언론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트럼프 대통령의 성공으로 소개했다. 북한 비핵화로 가는 길을 열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자신도 자신의 트위터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내비쳤다. 그러나 실상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북한 핵무기의 상당한 감축으로조차 이어지지 못했다.

 

 

앞으로의 전망

 

싱가포르 선언문은 양측의 선의의 표현이었고, 그 후에는 북한 비핵화에 관한 구체적인 협의들이 후속 절차로 따라와야 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 문서에 서명한지 얼마 안 되어 이 협상은 곧 바로 시작되지 않고 천천히 진행될 것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북한 외교관들의 주요 임무는 여전히 똑 같다. 즉 시간을 벌고 트럼프가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떠날 때만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임무를 해결하는 것은 훨씬 더 쉬워졌다.

 

첫째로, 최근 수개월 간 중국이 대북 입장을 다시금 재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20183월에서 6월까지 김정은은 시진핑 중국 주석과 세 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전에는 이와 같은 잦은 정상회담을 가진 전례가 없다. 4월에 중국 세관이 북중 국경 간 화물 검사에서 예전처럼 철저히 하지 않는다는 것과 중국 내에 다시 북한 노동자들이 체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 변화는 먼저는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시작한 무역전쟁으로 인한 것이다. 중국 내에서는 예전에도 대북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확실히 결정된 입장이 없었는데, 지금은 확연히 입장 변화가 생겨서, 중국이 미국과 주로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데 특별히 열심이 할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기울어지게 되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북한이 미국에 압력을 가하는데 유익한 자극제요 수단이 되었다. 따라서 중국은 대북 제재를 피해갈 방법을 찾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둘째로, 트럼프 자신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언론 앞에서 벌이는 쇼로 바꾸어 놓고 그가 그 정상회담에서 거둔 승리에 대해 떠벌이고 난 이상 그 자신과 그 정부 내 수뇌부 인사들에게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 예전이나 마찬가지로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정상회담이 가져온 성과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 아주 불리하게 되어 버렸다. 트럼프는 자기 이익을 위해 선거권자들과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비핵화 과정이 확실하게 나아가고 있다고 끊임없이 말할 것이다. 만약 그가 예전처럼 군사행동을 의미하는 수사를 구사하거나 위협을 하게 되면, 그 편에서 사실상 싱가포르 정상회담 성과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최대 압박 정책으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실행 불가능이다. 이는 북한이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을 급격하게 감축하도록 할 수 있는, 정말 흔하지 않은 기회를 놓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라는 요인을 전혀 필요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트럼프에 대한 아주 특정적인 평판은 북한이 어쨌든 최소한의 주의를 기울여서 트럼프가 자신의 평판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생각하여 감정이 격해지는 행동들을 억제하도록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분적으로는 북한의 핵탄두와 ICBM 실험 잠정 중지에 대한 일방적인 발표는 트럼프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지켜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상황이 잘 풀리면 트럼프 임기가 종료된 후 수 개월까지도 그 약속을 지킬 것이다. 북한은 트럼프를 자극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에 대한 호의 때문이 아니라 그를 자극하는 것이 너무나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조심스러운 자세가 트럼프가 물러나면 더 이상 관계가 없게 되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전면적이고 전격적으로 복구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는 교훈들...

 

전체적으로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최근 수년간 미국 외교가 가장 인상적인 실패를 거둔 사건들 중의 하나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정상회담 전에는 트럼프 정부가 2017년 내내 취한, 매우 엽기적이기는 하지만 아주 성공적인 조치들이 이어졌었다. 그러나 미국의 외교관들은 이러한 성공을 계속 발전시켜서 북한이 스스로 항복하고 나오도록 끝까지 기다리지 못했다. 워싱턴에서 흘러나오는 소식들로 미루어 볼 때 대북 외교를 실제적으로 결정한 것은 협상의 세부사항을 세심하게 준비하고 철저히 수립하는 데는 약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트럼프는 이전에 30년 동안이나 간헐적으로 진행된 핵문제 관련 북미협상의 슬픈 경험들을 잘 알지도 못하고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아마도 트럼프는 실제로 북한이 양보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보다 먼저 이 양보들을 미국 대중들에게 알리고 선전하여 장사하는데 더 관심을 가진 것 같다. 신속하고 분명하게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합의를 북한과 달성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트럼프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지만 효과적인 쇼로 활용하는 방안을 선호한 것 같다.

 

일어난 모든 일들은 트럼프가 미국 대외 정책에 삽입한 접근 방식의 강점과 약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 볼 때 위험성이 많은 트럼프 스타일의 힘의 외교(협박 외교)는 어느 정도 작동을 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인상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다른 편으로 보면 체계적인 작업을 무시하고 외적인 효과만(특히 미국 국내 대중들에게 드러나는 효과만)을 노린 결과, 처음에 거둔 성공을 계속 이어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어려워지게 되고 나중에는 해결 불가능한 과제가 되어 버렸다. 가시적이고 심리적인 효과에 불과한 외부적인 효과에 중점을 둔 것이, 트럼프 외교 정책의 가장 큰 약점이다.

 

다른 편에서 보면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북한 외교의 상당한 성공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그 휘하의 협상 관계자들은, 마치 초강대국들이 서로 상반된 입장에서 협상을 하는 능력을 보이는 것처럼, 양보할 자세가 된 준비성(물론 눈에 보이는 것 만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입장에서는 엄격함을 충분히 과시했다. 젊은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은 매우 유능한 외교가임을 입증한 것이다.

 

 

글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교수 | 러시아주간 엑스페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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