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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추방 국가’의 채용 광고

제프리 엡스틴 파일의 전면 공개를 기다리며
글쓴이 : 박동규 날짜 : 2026-01-12 (월) 23:16:53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1년간 1억달러를 투입해 사실상 ‘전시(戰時) 채용’에 가까운 대규모 인력 모집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은, 오늘날 미국 민주주의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통령의 ‘대규모 추방’ 공약을 뒷받침하겠다며, 군사 팬과 총기 애호가를 겨냥해 “침략자 격퇴”, “조국 방어”를 외치는 채용 광고를 쏟아내는 모습은 현대판 징병 선전과 다를 바 없다. 이민 행정을 둘러싼 복잡한 현실과 인권 문제는 지워지고, 대신 ‘전쟁놀이’의 감각만 증폭된다. 사람과 삶은 구체적 존재가 아니라, 제거해야 할 표적이자 통계 숫자로 추상화된다.

 

특히 ICE가 UFC, NASCAR, 총기·전술 박람회, 보수 성향 팟캐스트, 게임 플랫폼까지 총동원해 조직을 홍보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하다. 이 과정에서 활용되는 언어와 이미지는 폭력성과 과잉된 남성성을 노골적으로 자극한다. “외국 침입자”, “적이 성문 앞에 와 있다”는 식의 선동은, 이민자를 행정의 대상이나 보호의 주체가 아닌 ‘적’으로 규정하는 언어다.

 

이는 국가 권력을 군사화된 폭력 집단으로 재구성하고, 제거와 배제를 정당화하는 토대를 만든다. ICE가 원하는 것이 숙련된 행정 인력이 아니라, ‘전투’를 꿈꾸는 공격적 충원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민 집행은 법과 절차, 인권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영역이지만, 홍보 전략은 그와 정반대의 인물을 호출하고 있다.

 

의회가 열어준 ‘3천억달러 추방 국가’의 길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일부 기관의 일탈이 아니라, 의회가 예산을 세 배 가까이 늘려준 정식 정책이라는 데 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추방’이라는 구호 아래, 국경과 이민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와 인권 기준, 국제 규범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연간 100만명 추방이라는 숫자는 정책 평가의 지표라기보다, 인권 침해를 제도화한 목표치에 가깝다. 인력과 예산을 쏟아부어 ‘추방 산업’을 키우는 동안, 이민을 낳는 전쟁과 불평등, 기후 위기에 대한 성찰과 책임 논의는 사라지고 있다.

 

이민 행정은 본래 법 집행의 비례성, 필요성, 책임성이 엄격히 요구되는 고도의 행정 영역이다. 그러나 ICE가 내세우는 전쟁 서사와 과격한 홍보는 이 영역을 군사 작전과 유사한 ‘적 제거 임무’로 격하시킨다. 공권력이 “누구를 보호하고, 누구를 겨냥하는가”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질문은,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잡아들이는가”라는 전시 논리로 대체된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과잉 집행, 인종 프로파일링, 책임 회피, 인권 침해의 위험이 구조적으로 커진다. 군사화된 행정은 이민자만을 위협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통제 원리 자체를 잠식한다.

 

이민 문제는 군사적 언어와 폭력적 이미지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침입자 색출’이 아니라, 난민과 이주민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지역 사회의 불안을 줄일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 설계, 그리고 국제적 연대다.이민자를 적으로 만들고, 추방 대상을 전쟁 게임의 타깃으로 소비하는 사회는 결국 민주주의 시민 자신도 언제든 배제 가능한 존재로 만든다. 지금 멈춰야 할 것은 사람들의 이동이 아니라, 폭력을 선동하는 전시 동원 체제다.

 


 

글 박동규 변호사 | 美시민참여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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