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일간 로시스까야가제타가 2014년 소치 장애인올림픽에서 놀라운 감동을 선사한 석창우 화백을 소개했다. 로시스까야가제타는 지난 26일 평창 발 기사로 ‘누구든 기적을 창조할 수 있다’는 제하의 평찰 발 기사를 통해 석창우 화백의 인간승리를 집중 조명했다. 다음은 로시스까야가제타의 니콜라이 돌고폴로프 기자가 송고한 기사 전문이다. <편집자 주>
2014년 소치 장애인올림픽에서 팔이 없는 화가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벌였다. 거대한 운동장의 단 위에 총 천연색 그림을 그려서 수만의 관객을 놀라게 했던 것이다. 다수의 러시아인들은 한국에서 온 석창우씨를 불쌍하고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팔 없는 장애인이 아니라 거대한 캔버스 위에 컬러풀한 그림을 엄청난 속도로 그려내는 재능있는 화가로 기억했다.
얼마 전 그를 한국에서 다시 만났다. 한국식으로 엄격하게 자리를 정해서 앉도록 하고 성대한 오찬(午餐)을 주최해 주었다. 우리 일행은 여러 국제 협회 회장들로 구성되었고 전부 8명이었다. 여 주인은 깊이 허리를 숙여 절하면서 손님들을 각자의 자리로 안내했는데, 나는 구석에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한 사람을 보았다. 그의 눈초리는 뚫어질 것 같았고 엄격하기조차 할 만큼 매우 주의 깊게 쳐다보았다.
배가 고팠던 일행들은 애피타이저를 주워 먹기 시작했고, 이 때 화가는 붓을 들었다. 그런데 내가 본 것을 알려주려면 더 자세히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석창우는 어깨아래서부터 팔이 아예 없다. 그는 그가 이렇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나는 알고 싶었고 끈질기게 물었다. 그렇게 오래 전에 젊었을 때 그에게 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공장에서 전기로 작동하는 기계 옆을 지나가다가 생긴 일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 엔지니어였던 그는 수백 번도 넘게 그 길을 지나다니면서 기계들을 수리하고 만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감전 사고로 의식을 잃고 깨어나 보니 병원이었다. 그런데 팔이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다. 기적적으로 목숨은 건졌다. 그를 수술한 의사들은 이것이 신이 도운 것이라고 했다. 살아났고 움직일 수 있었고 장애자 연금으로 매일 매일 간신히 연명을 했다. 세상을 즐기고 살 희망은 버린다고 치더라도 옆에는 아내와 아들이 있는데 어찌 하겠나.
그러나 석창우는 절망(絶望)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처음 석 달은 그냥 빨리 세상을 하직하고 싶었다. 정신과 의사도 아내도 그들 도와주지 못했다. 누군가가 허리까지 내려오는 철로 된 의수(義手)를 할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의수 제작자는 이 의수 끝에 손가락은 아니지만 금속으로 된 집게 같은 것을 달아 주었다. 특수 장치로 이것을 조종하는 법을 배우면, 이 손으로 몇 가지 의식적인 동작을 할 수 있다. 물론 특정 각도로만 가능하고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지겨운 연습이 필요하다. 석창우 화백은 시도해 보기로 했다. 정말 모든 것이 아주 오래 동안 움직여야 했고 힘들었다. 그러나 그는 절망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수 시간씩 연습에 매달렸다. 가장 기초적인 동작들을 익히기 위해 끝도 없이 연습을 했다. 가장 단순한 동작을 익히고 난 후 계속 앞으로 전진했다. 서울대학교의 훌륭한 교수님께서 캘리그라피를 가르쳐 주시기로 하고 받아주셨다. 손이 없이 복잡한 한자 서예를 배우다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서예를 익히는 데만 몇 년이 걸렸다.
그런데 한 번은 아들놈이 칭얼거렸다. "아빠, 어떻게 해도 새를 못 그리겠어요. 어떻게 하지!" 그래서 아빠는 붓을 잡았다. 학교 스케치 북에 아빠가 그려준 새는 살아 있는 새처럼 거의 날라갈 것 같이 보였다(농담). 그러나 이때 그는 그림 그리기를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캔버스에 특히 빠른 동작, 달리기 선수, 자전거 선수,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같이 매우 빠른 동작들을 그려내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조금씩 기술이 늘었을 때 그는 더 섬세한 동작을 하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과 축구 선수들도 그리기를 시작했다. 의수와 몸으로 그렸고 작은 그림들에서부터 점점 더 큰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석창우 화백의 '금계'
이처럼 독특한 화가를 남들의 눈에 띄게 되었고 그의 그림이 화랑에 전시되기 시작했고 이것은 한국만이 아니었다. 2008년 북경 장애인 올림픽에 초대되었고 2014년 소치 동계 장애인 올림픽에도 참석했다. 그리고 지금은 평창동계올림픽 문화 프로그램에 꼭 참석할 계획이다.
솔직히 말하면 철로 된 의수는 마음 약한 사람에겐 보기 힘든 광경이다. 그런데 이 화가가 그린 것을 보면 의수는 잊고 싶어진다. 그 초청된 공식 오찬 자리에서 나는 음식에 관심이 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그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싶었다. 정말 빨랐다. 우리 각 사람을 위해 상대방을 가장 잘 표현하는 그림을 그려주었다. 그는 나를 자전거 선수로 묘사하고 한국 부채 위에 자전거 경주 선수를 그리고 한 쪽에 화가인 자신의 사인을 캘리그래피로 그려주었다. 존경하는 니콜라이 돌고폴로프 씨께 석창우. 그 내용을 로시스까야 가제타 한국 특파원인 올렉 키리야노프가 번역해 주었다.
이탈리아 인인 국제스포츠기자협회(AIPS) 잔니 메를로(Gianni MERLO) 회장에게는 대시하는 축구 선수를, 세바스찬 코 국제 육상 경기 연맹 회장에게는 달리기 선수가 있는 부채를 선물했다. 세바스찬 코 남작은 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이다. 국제 빙상 연맹 명예 부회장에게는 피겨 선수 그림을 선물했다. 모든 그림이 살아있는 것 같고 움직이고 있었다. 화가는 그가 움직임을 사랑해서 그런 그림을 그린다고 인정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을 보면 그의 마음과 육체와 붓이 그들이 움직이는 속도로 같이 움직인다. 그리고 그런 움직임을 보다 보면 절망도 없고 우울함도 없다. 축 처진 상태는 잊어버리는게 좋다. 화가 자신도 기운 없게 만드는 모든 것은 잊었다. 그러니까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가 말이다. 화가는 소치올림픽에서 러시아인들의 환대를 잊을 수 없다면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들을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러시아 선수들이 우울한 일은 다 잊고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기를, 기분 좋게 승리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자신의 말을 맺었다.

이상 석창우 화백 페이스북 캡처
글 = 니콜라이 돌고폴로프 기자|로시스까야가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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