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산 꼭대기에서 굴린 눈 덩어리가 아래로 굴러가면서 점점 커지듯이 등판을 하면 할수록 더욱 위력이 倍加(배가)되는 그의 존재감 때문이다.
마치 1980년대 멕시코 출신의 왼손 투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나 1990년대 중반 노모 히데오가 LA 다저스에 입단해 일으킨 돌풍이 곧 텍사스에서도 일어날 것 같은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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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다섯 경기에 등판해 4승 무패에 평균자책점 2.18. 시범 경기에서는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믿음을 주지 못하고 정규시즌 첫 두 경기에서도 그다지 뛰어난 피칭을 하지 못하더니 이제는 완전히 자기 궤도에 진입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메이저리그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는 9회 1사까지 7안타 무실점에 탈삼진을 열 개나 잡아냈고 4월30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도 7이닝을 4안타 1실점으로 막고 탈삼진 아홉 개를 기록했다.
그에 대한 의문도 그 본질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할 수 있을까”라는 기대반 의문반이었지만 지금은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까”라는 엄청난 기대뿐이다. 실제로 그는 메이저리그 새내기 투수로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출발을 했다.
스포츠 통계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엘리어스 스포츠 사무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인에 대한 규정이 처음으로 마련된 1957년 이후 4월에 다섯 경기 이상 등판해 4승무패 이상의 전적을 기록한 투수는 고작 다섯 명밖에 안 된다. 1968년 뉴욕 메츠의 제리 쿠스먼이 4승 무패, 1977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제리 가빈, 1981년 LA 다저스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등이 그들이다.
신인이든 아니든 레인저스 투수를 통틀어 4월에 4승무패를 기록한 건 2001년 대런 올리버 이후 11년만에 처음이기도 하다. 가장 최근의 등판인 4월30일 등판을 마친 뒤에는 아메리칸리그 다승 공동 1위에 올랐고 평균자책점 2.16으로 6위에 오르는가 하면 탈삼진 33개로 5위에 올라 있기도 하다.
레인저스 론 워싱턴 감독은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르빗슈가 올시즌 32승무패를 올릴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그는 팀이 바라는 경기를 해주고 있다”고 만족해 했다. 그는 다르빗슈가 지금과 같은 뛰어난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요인으로 “주자를 내보낸 뒤 더욱 뛰어난 피칭을 하며 이는 투수에게 아주 중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대로라면 일단 신인왕은 따놓은 당상과도 같다. 당초 올해 전문가들이 예상한 신인 투수 중 최고는 탬파베이 레이스 왼손 투수 맷 무어스였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구위와 투구 내용이 워낙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 다섯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승1패 평균자책점 4.20으로 다르빗슈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투구 내용이 좋은 투수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드류 스마일리가 있지만 평균자책점 1.23이라는 빼어난 기록에도 불구하고 4월말 현재 1승밖에 올리지 못했다.
이미 다르빗슈는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투수인지를 널리 알렸고 메이저리그 팬이나 관계자들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지금과 같은 위력을 끝까지 유지할 것이라는 섣부른 장담을 할 수 없다. 아직 본격적인 텍사스의 무더위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댈라스 여름을 극복하는 건 단순한 투수로서의 능력 이상을 요구하는 어려운 일이다. 만약 그가 이 무더위까지 정복한다면 그는 당장 레인저스에게 월드시리즈 우승을 안길 수 있는 에이스라는 평을 들을 수 있다.
못하면 못하는 대로, 잘 하면 잘하는 대로 많은 관심과 화제를 제공하는 다르빗슈는 올해 텍사스 야구팬들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임에 틀림없다. 과거 ‘페르난도 매니아’나 ‘노모 매니아’가 탄생한 것처럼 이제는 곧 ‘다르빗슈 매니아’가 나올 차례다.
* News Korea Texas, Inc.(www.newskorea.com) 제공, ‘김홍식의 스포츠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