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수도 오클랜드 시내 비아덕트에는 그랜드 하버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얌차가 유명하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앉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한번은 점심에 가족과 함께 얌차를 먹으러 갔다.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받기 위해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를 최대한 좁혀서 그야말로 시장통의 먹자골목을 만들어버렸다. 그래도 사람들은 한 자리 차지한 것도 다행이라는 듯이 열심히 오고 가는 요리를 집어서 먹고 있었다. 돌아오면서 후회했다. 한번쯤 가볼 만 하지만 두 번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곳에서 자세히 메뉴를 보지 못했는데 아마도 상어 지느러미 요리도 있었던 모양이다. 샥스핀이라는 요리다. 샥스핀 스프 1인분이 1백 달러에 살짝 튀긴 상어 지르러미 요리는 3백 달러라고 한다.
뉴질랜드 환경단체들은 이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샥스핀 요리를 주문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1948년 세워진 환경운동재단 퓨 환경그룹(Pew Environment Group)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무려 7300만 마리의 상어가 포획(捕獲)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도대체 이 많은 상어가 왜 남획(濫獲)되어야만 하는가 하는 문제는 바로 앞서 언급한 샥스핀 요리 때문이다. 뉴질랜드에서는 살아 있는 상어의 지느러미를 자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죽은 상어의 경우 지느러미를 자를 수 있지만 살아 있는 상어는 절대로 지느러미를 자를 수 없다.
먹는 것을 탐하는 인간은 일찌감치 상어 지느러미를 요리로 개발했다. 수많은 상어를 잡아서 지느러미를 자른 후 몸통은 바다에 던져버리는 잔인함을 보여주었다. 5년 전 여름, 베이오브아일랜드에 여름휴가를 간 적이 있다. 당시 70세 키위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프란시스라는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어부였다. 주낙을 이용하여 바다에서 상어를 잡았으며 잡은 상어의 지느러미를 잘라 홍콩으로 수출했다고 젊은 어부 시절을 회고했다. 프란시스라는 할아버지는 하루에 2백여마리의 상어를 잡은 적도 있다고 자랑하면서 뉴질랜드 바다는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이었다고 좋았던 옛 시절을 떠올렸다.
상어는 그렇게 일찌감치 인간에게 도륙(屠戮)되었다. 바다에서 지느러미가 잘린 채 둥둥 떠다니는 상어들이 남태평양 섬 주변에 흔하게 목격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상어 지느러미의 유통을 불법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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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간의 욕망 앞에서 불법 단속은 소용이 없다. 암시장을 통하여 거래되는 상어 지느러미의 가격은 킬로그램당 미국 달러로 1280달러에 달한다. 상어 지느러미 암시장의 거래 규모는 마약 다음으로 크다. 이들 불법 유통 상어 지느러미의 소비는 아시아 국가들에 집중되어 있다. 결국 아시안들의 입맛이 상어를 대량 도륙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시아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상어 지느러미는 주로 뉴질랜드를 중심으로 하는 남태평양 인근 바다에서 공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상어를 잡을 수 없도록 자국 어로수역을 상어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나라는 팔라우, 몰디브, 토켈라우, 바하마군도, 온두라스, 마샬군도 등이다. 따라서 이들 나라의 조업경계 구역을 벗어나면 얼마든지 상어를 잡을 수 있다.
상어를 집중적으로 잡아들이는 어선들은 대부분 중국, 피지, 타이완 국적의 어선들이다. 이들은 잡은 상어를 산 채로 지느러미를 자른 다음 몸통은 그대로 바다에 버리고 있다. 지느러미가 잘린 상어는 피를 흘리면서 고통 속에서 죽어간다. 생각만 해도 끔직한 자연에 대한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다. 뉴질랜드를 중심으로 하는 폴리네시안 국가들은 예로부터 상어를 신성한 물고기로 여겼다.
일부 폴리네시안 국가의 지폐에는 상어가 인쇄되어 있다. 또한 상어 문신 관습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상어의 가죽으로 북을 만들고, 상어의 이빨로 공예 장식물을 만들었다. 폴리네시안들은 상어를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바다를 지키는 수호신(守護神)으로 여겼다. 실제로 상어를 연구하는 많은 해양학자들은 상어는 아주 겁이 많고 인간을 공격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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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상어가 그토록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아무래도 '죠스'라는 영화 때문일 것이다. 1975년에 나온 이 영화를 나는 중학교 시절에 보았다. 그 후로 한동안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시퍼런 바다 물 속에서 무시무시한 이빨이 나올 것만 같은 두려움은 바다를 기피하도록 만들었다.
그후 사이판의 침몰선 다이빙 포인트에서 상어의 일가족을 만났는데 바닷속에서 만난 상어는 나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으며 그냥 유유히 움직일 뿐이었다.
만물의 영장(靈長)인 인간이 잔인할 뿐 자연은 결코 그렇게 극악무도하지 않다. 인간이 탐욕스럽게 쩝쩝거리며 먹는 한 그릇의 샥스핀 스프가 결국 한해 7천3백만 마리의 상어를 죽이는 끔찍한 참사를 해마다 되풀이 하도록 하고 있다.
그것도 산 채로 몸통만을 남기고 지느러미를 자르는 방식으로 죽이고 있다. 최근 오클랜드 출신 해양과학자 스티븐 리욘스박사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상어 보호구역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바로 쿡 아일랜드 경제수역 전체를 상어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는 시도다. 때마침 쿡 아일랜드 정부 당국이 이에 동조(同調)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남태평양에 2백30만 평방 킬로미터의 거대한 상어보호구역이 탄생하게 된다. 아무쪼록 쿡 아일랜드의 바다가 잔인한 인간을 피해 살아가는 상어들의 안전한 터전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소니리/soniele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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