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보통 사람이 아니다.
카메라 돌아갈 때나 꺼져 있을 때나 한결같이 선한 일을 하는 연예인분들도 대단하시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지면에 본인의 가장 부끄러운 방송출연 경험을 고백하고 자폭(自爆)하는 연예인... 대한민국에는 없을 줄 알았다.
<트루맛쇼>를 준비하며 많은 글을 읽었다. 각종 정보 프로그램의 녹취록, 맛과 관련된 자료들, 인터뷰이를 선정하기 위해 그 분들이 그동안 써 오신 글들, 각종 기사들... 그 중 가장 충격적인 글은 일간스포츠의 한 칼럼이었다.
'아.. 대한민국에 이런 연예인이 있구나.' 예전에 그는 내게 '그냥' 연예인이었지만, 그 글을 읽은 후 그는 '존경스런' 연예인이 되었다. 팬카페 연락처 알려주시면 회비 보내고 빨리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싶다.
P.S. 아~ 한 가지 오해 없기 바란다. 난 그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초상권 소송에 대비한 우호적 페인트 모션은 더더욱 아니다. 난 변호사 만나 대충 이 정도면 얼마쯤 나오는지 미리 자문받아놓았고 소송은 <트루맛쇼>에 출연 당하신 분들의 당연한 권리다. 소송은 소송이고, 본좌는 본좌다.
[남희석의 아무거나] 방송에서 호들갑떠는 맛집, 정말 다 맛있을까?
방송을 보다 보면, 연예인들이 단골집이라는 식당에 가서,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사생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녹화해서 내보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99.9%는 진짜 단골집을 갈 것이다. 그런 집은 딱 봐도 티가 난다. 주인과의 친밀감도 따끈따끈 하려니와 음식에 대한 평도 자연스럽다.
나에게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부끄러운 방송 출연 경험이 하나 있다. 내가 어렵던 시절에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준 돈 겁나 많은 선배가 있었는데 그 선배가 어렵던 시절에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돈 더 겁나 많은 분이 식당을 열었다는 것이다. 방송 프로그램도 다 잡아뒀으니 출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보니 난생 첨보는 나라의 음식이었다. 암튼 나는 그곳의 음식점 단골이라며 맛있게 먹었고 이런저런 구라를 날렸다. 내게 도움을 주신 분을 위해 했다고는 하지만 거짓으로 방송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더구나 나는 출연료 외에 거마비라고 주는 돈을 더 받았다. 지금 그 식당은 없어졌다.
요즘은 맛집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교양,보도,오락 가리지 않고 넘친다. 그래서인지 강남의 신사동에 가면 방송 타지 않은 아구찜 집이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방의 관공서 주변 맛집들도 마찬가지다. 들어가 보면 온갖 알 수 없는 방송 프로에 소개됐다는 내용의 간판이 걸려 있다. 이런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어느 방송에서든 한 식당이 소개되면, 그 장면을 스캔해다가 액자로 만들어 들고 식당 주인을 찾아와 파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식당 주인이 주문을 하기 전에 알아서 만들어 오는 재미있는 경우다.
‘김영란의 오늘의 요리’라는 프로그램을 기억하는 분들 계시리라. 아침 시간에 요리 잘하는 선생을 모시고 실시간으로 지글지글 소리를 들으며 자막도 정신없는 음악이나 반짝이는 음식의 회전 커트 없이 조용하게 두 사람이 속닥거리며 음식을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 이젠 EBS를 굳이 찾아보지 않는 한 그런 프로그램은 찾기 어렵다. 호들갑스러운 리포터의 안내와 숨이 넘어가는 맛의 극찬이 넘치고 있다. 요즘 방송에서는 빅마마 이혜정씨 같은 훌륭한 요리 선생님도 요리 보다는 토크프로 게스트로서의 역할을 더 요구한다.
영등포의 덕원방치탕 이라는 조그만 식당이 있다. 이 집의 곰탕은 최고 수준의 맛이다. 주인에게 내가 물었다. 맛집 소개 프로에 한번 나가 보시지 그래요? 그랬더니 주인 아저씨의 말씀이다.
"지금도 오셨다 가시는 분들 있으면 죄송해 죽겠어. 식당은 우리처럼 찾기도 어렵고, 주차장도 없는 곳에 있어도 맛있게만 만들면 어떻게 오시는 손님이 있어. 그거 억지로 알려서 성공하는 집은 진짜 밥집 아니야."
어렵게 맛집 찾아 국민들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노력을 이상하게 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0.1% 였던 나 같은 불량 양심으로 새로운 식당이 유명한 맛 집으로 둔갑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광고를 하는 것이 낫다.
* 글쓴이 김재환 감독(42)은 영화 <트루먼쇼>의 한국판 리얼리티 버전인 독립영화 <트루맛쇼>로 올해 큰 파문과 화제를 일으켰다. 1996년 MBC PD로 미디어에 입문, 5년 뒤 퇴사해 독립 제작사 B2E를 창업했다. <트루맛쇼>는 브로커와 홍보대행사 외주제작자, 방송사, 스타가 유착한 TV맛집의 허구를 통렬하게 폭로한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를 위해 경기도 일산에 직접 식당을 차려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TV맛집과 관련한 검은 비리를 본때있게 까발겼다. <트루맛쇼>는 지난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장편경쟁 부문 관객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