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바쁘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영향력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파워풀한 방송사 세 개랑 혈혈단신 혼자 싸우려니 하루 24시간으로 부족하다. 그래도 그렇게 상대해 달라고 조르시면 점심은 샌드위치로 후딱 때우고 잠시 시간 내어 드리겠다.
* 먼저 당신들의 주장에 대해 해명부터 하겠다.
1. “영화라는 극적 요소가 강조되는 매체를 택해”
- 방송사가 <트루맛쇼> 방영해줄까? 그럼 미디어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틀어줄 다른 갑들은 어떤 게 있을까?? 생각 좀 해보고 글을 써라. 영화 외에 뭐가 있을지. <식신로드> 여러분처럼 케이블 방송? 설마 제작비 5억 원 들여서 만들었는데 저작권까지 다 뺏기고 3천만 원 받고 <트루맛쇼> 기증하란 말씀은 아니시겠죠??
2. “지나치게 자극적인 상황 연출” (CCTV나 몰카 같은)
- 이 다큐멘터리의 컨셉은 ‘그들의 방식대로 그들을 촬영하기’다.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장르에 새 지평을 연 MBC <불만제로>를 보자. 제작진이 설렁탕집 낸다고 속이고 유명 설렁탕집 근무 경험이 있는 요리사들 면접하는 과정을 몰카로 촬영해 그들이 설렁탕에 뭘 넣어왔는지 보여준다. K 본부 <소비자 고발>도 마찬가지다. 나는 미디어 산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그분들의 방식 그대로 촬영해 그분들께 보여 드리기 위해 이 한 몸 불살라 <트루맛쇼>를 만들었다. 따질 일 있으면 M 본부나 K 본부 앞에서 촛불 시위라도 하시라.
3. “ ‘모든 맛집 프로그램은 거짓이다.’가 사실인 것처럼...”
- 영화 봤나? 맛도 안보고 맛 묘사하는 맛집 방송처럼, 영화도 안 보고 영화 평론하시나? <트루맛쇼>엔 진짜 맛집이면서 방송도 많이 탄 좋은 식당 사장님들도 나오신다.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게 아니라면, 소설 쓰지 마시고 개봉하면 보고 토론하자. 당신들을 위한 공짜 시사회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 8천 원내고 집 근처 영화관 가서 표 사서 봐라.
4. “몇몇 프로그램의 문제일 뿐..”
- 아니 맛을 다루는 방송이 지상파 3사에 수십 개나 되나? 몇 개 안 된다. 그 중 몇몇 프로그램의 문제라면 확률적으로 무척 범죄율이 높은 거다. 이게 해명인가, 자폭인가?
* 이제 당신들을 잠시 다뤄주겠다.
1. <식신로드> 제작사는 그 이전에 MBC플러스에서 <식신원정대>란 프로그램을 100회 이상 만들었다. 당신들은 당신들의 과거를 다 잊었겠지만 난 당신들의 작품 100회분을 전부 다 분석했다. 당신들이 다룬 그 식당들 중 프랜차이즈는 몇 개인지, 출연자나 동료 연예인 관련 식당은 몇 개인지, 홍보대행사는 개입됐는지, 등등. 결론은 프랜차이즈 업자들 홍보해주거나 동료 연예인과 관련된 식당 띄워주기 위한 마케팅 방송이 상당수란 거다. 내가 방송 3사랑 바쁜 일 끝내고 나면 깔끔한 보고서 하나 만들어 드리겠다. 나의 컨설팅료는 그대들이 소개한 맛집에서 회식 한 번 시켜주는 걸로 대신하자. 아마 많이 부끄러워질 거다.
2. 남의 프로그램 평가할 위치는 아니지만, 그대들이 <트루맛쇼>를 평가해 주시니 나도 방송계 선배로 팁을 좀 드리자면, <식신로드>는 MC부터 빨리 바꿔야 한다. 지금 MC 분들로는 시청자 다 도망간다.
* 먼저 김병만 - 우리의 달인께서는 프랜차이즈에 투항하신지 꽤 오래되셨다. ‘상하이 짬뽕’이나 ‘달인 갈매기’ 모델로 활동하신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우기시진 않겠죠? 아니 업자를 불러다 MC로 세우면, “절대 돈을 받지 않는” 권위 있는 맛집 방송 <식신로드>는 뭐가 되나? 업자들을 위한, 업자가 만드는 방송으로 오해받지 않겠나? MC 바꿔라.
* 그다음 김신영 - 이 분은 M 본부 ‘스타의 맛집’ MC니까, 스타의 맛집 상당수가 ‘스타도 처음 가 본 맛집’이란 거 모르시지 않을 거다. 사실 ‘스타의 맛집’ 사례는 전주국제영화제에 처음 제출된 프린트에 포함돼 있지 않았고 극장용 편집본에도 전혀 넣을 계획 없었다. 이건 MBC가 제 무덤 판 거다. MBC는 회사 차원에서 해 드시지 않았으니까 사실 방송 3사 중 제일 느긋한 입장이었다. 그냥 ‘잘못된 게 있으면 고치겠다.’ 딱 이 말만 하라고 경고했건만 그렇게 날 힘들게 하시더니 자폭한 거다. 영화제 열리기 직전에 <찾아라! 맛있는 TV>는 절대 돈을 받고 식당 출연시키는 법이 없고, 가짜들을 동원한 적도 없으며, 법적인 책임을 물을 거라고 압박하셔서 제일 최근 증거를 담아 급하게 새로 프린트 보냈다. 김신영 씨 얼굴이 <트루맛쇼>에 나오는 것도 다 MBC 편성제작국 책임이다. 엄기영 후보가 초기 대응 잘못해서 비참한 최후를 맞았는데 MBC가 지금 엄 후보의 길을 가고 있다. <식신로드>도 MBC처럼 뉴스에서 주목받고 싶은 마음.., 이해한다.
* 또 현영 - 이 분은 M 본부 <스타의 맛집>에 동료 연예인의 식당 띄워 주러 나가신 경력을 자랑하는, 한마디로 맛 표현의 달인이시다. 마음이 약해 동료 연예인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착한 심성의 연예인이다. 그래도 거짓말은 거짓말이다.
* 마지막으로 정준하 - 이 분은 제발 식당에 밥 먹으러 가서 “내가 식신원정대로 띄운 식당이잖아~”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 좀 하지 마시라. 같이 밥 먹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겉으로 표현은 안 해도 굉장히 천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게 소송을 거시면 어떤 사람들이 그런 말 했는지 다 알려주겠다. <식신원정대>의 기획의도를 다시 알려주자면, 어떤 특정한 식당을 맛 권력자 정준하 씨가 띄워 주라고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고 바람직한 음식 문화를 창달하겠다는 큰 뜻을 가지고 만든 프로그램이다. 지금 <식신로드> 만드는 친구들이 <식신원정대>도 같이 했으니 기획의도가 뭔지 다시 물어보시라.
3. 혹시 <식신로드> 관계자 아시는 분들 중에, 나와 <트루맛쇼>에 대한 음해성 글들을 블로그 돌아다니며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다 캡처하고 있다고 알려주시라. 방송 3사랑 바쁜 일 끝나면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해서 성금 걷겠다. 그분들이 보내주신 귀한 성금은 NGO들의 아프리카 우물파기 운동에 큰 힘이 될 것이다.
4. 나에 대해 더 궁금한 게 있으면 <식신로드> 김00 메인작가에게 물어보면 된다. (최근에 바뀌었을 수도 있다.) 우리 회사에서 아주 오래전 서브작가 생활을 했는데 <식신로드>의 핵심으로 폭넓은 활동을 하고 계시다 들었다. 자~ 잘 생각해 보시라. 내가 살짝 정신이 나가지 않았다면 아무 준비도 없이 그 무섭다는 방송 3사랑 전쟁 치르겠다고 나섰겠는가? 이번 기회에 <식신로드> 인지도를 높이고 시청률 재미 좀 보자는 생각이 아니라면 그냥 끼어들지 마시라. 다친다. 내가 그대들에게 권하고 싶은 전략은 이거다. SS! - ‘Shut up & Stay!'
당신들과의 정산은 방송 3사 다음으로 미루자. 케이블까지 상대해 주기엔 내가 좀 바쁘다.
그럼 이만... 꼭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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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ndish1 님께서 트위터로 <식신로드>의 MC가 바뀌었음을 지적해주셨습니다.
제작진이 마지막으로 모니터 했을 때는 정준하-현영-김신영-김병만 4 MC 체제였는데 현재 MC 진은 정준하-현영-고우리-박태준 입니다. 김병만 씨는 13회까지 출연하셨고 김신영 씨는 중간에 MC로 투입된 후 빠졌습니다. 과거 MC들에 대한 코멘트도 <식신로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본문내용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 글쓴이 김재환 감독(42)은 영화 <트루먼쇼>의 한국판 리얼리티 버전인 독립영화 <트루맛쇼>로 올해 큰 파문과 화제를 일으켰다. 1996년 MBC PD로 미디어에 입문, 5년 뒤 퇴사해 독립 제작사 B2E를 창업했다. <트루맛쇼>는 브로커와 홍보대행사 외주제작자, 방송사, 스타가 유착한 TV맛집의 허구를 통렬하게 폭로한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를 위해 경기도 일산에 직접 식당을 차려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TV맛집과 관련한 검은 비리를 본때있게 까발겼다. <트루맛쇼>는 지난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장편경쟁 부문 관객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