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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맛쇼’ 감독의 이유있는 태클..스타의 맛집 사기극

글쓴이 : 김재환 날짜 : 2011-07-11 (월) 23:38:29
 
 
스타와 프랜차이즈! 이건 모두 다 잘 알지만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참으로 이상한 관계다. 분명히 이들은 맛과 관련해서 뭉쳤는데 그 본질은 쇼다. 프랜차이즈는 돈을 가졌고 스타는 쉬운 돈을 원한다. 프랜차이즈가 돈다발을 흔들면 연예인 요원들은 방송에 나와서 대놓고 영업을 뛴다. 
 
역시 돈이 최고다. 명예? 웃기지 마라. 연예인의 유통기한은 짧고 인류의 평균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당길 수 있을 때 최대한 당겨야 한다.


프랜차이즈는 주요 포섭대상으로 개그맨들을 선호하는데 식당 간판에 올라앉기에는 너무 잘생긴 사람보다 웃기고 부담 없는 캐릭터가 어울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신기한 건 우리 사회가 이들의 불륜관계에 놀라운 똘레랑스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인데... 
 
이들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무슨 사기(詐欺)를 쳐도 다 웃어주고 시청률도 높여주며 직접 식당을 방문해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더라도 TV에 나온 그 음식을 먹어주고 벽에 붙은 연예인 사진이나 사인을 찍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널리 전파해주는 지극 정성을 보여준다.


지난 3월, SBS <런닝맨>에서는 리쌍의 개리를 두고 유재석 팀과 김종국 팀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승합차 레이스가 펼쳐졌다. 김종국과 하하를 피해 도망치던 개리는 유재석 팀에게 보쌈을 당하게 되는데... 이 때 방송에 배경으로 나온 식당은 ‘팔자막창’이란 막창, 삼겹살 전문 프랜차이즈다.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이 방송의 유일한 문제는 그 식당 주인이 길과 개리라는 점이다.


강남역에 위치한 이 식당은 요즘 평일 저녁에 가도 늘어선 줄로 한참 기다려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대박이다. 같은 브랜드로 오픈한 하하의 홍대점 역시 대박이다. 방송이 최고다. 이 맛에 연예인 하는 거다. 이 나라 그 어떤 언론도 방송을 이용한 이들의 손쉬운 돈벌이에 태클 걸지 않지만 나는 그들의 영악한 대박이 무척 불편하다.

 
 
▲ 출처 <팔자막창> 공식블로그 Palja Makchang


리쌍(길과 개리)에게 하나만 물어보자. 프랜차이즈 업자랑 손잡고 절친 현영을 MBC <스타의 맛집> 가짜 단골로 팔아먹어 팔자막창을 홍보하고, SBS <런닝맨>에 출연자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PPL을 진행하며, 가맹점 늘어날 때마다 식당 돌며 사인회 행사로 로열티 챙기는 고부가가치 비즈니스에 투항(投降)한 게 그대들의 힙합정신인가? 
 
거짓 세상에 대한 분노와 사회 부조리에 대한 증오를 담은 당신들의 음악과 실제 인생의 괴리(乖離)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프랜차이즈 업체가 가짜단골 배역을 맡은 스타를 동원해 MBC <찾아라! 맛있는 TV>에 출연하는 건 홍보대행사를 통해 이뤄지는 검은 거래가 없인 불가능하다.


물론 제작진과 방송사는 협찬이란 그럴듯한 이름으로 부르겠지만, 그 본질은 가짜들을 동원해 거짓말로 홍보해주는 대가로 제공되는 뇌물(賂物)이다. 당신들도 프랜차이즈 사업 시작했으니 맛집 방송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 알지 않는가? 뇌물 제공하고 거짓말 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프랜차이즈 앞잡이로 쉬운 돈벌이에 나선 힙합전사!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정말 아니다. 아이돌 가수 비웃지 마라. 리쌍은 자신의 음악이 진짜 힙합인지 심각하게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음악을 잘 모르는 내 짧은 생각엔, 아마 힙합은 당신의 길이 아닐 거다.


밥 산업은 비탄력적인 시장이다. 인구는 줄고 있고 세끼 먹는 사람이 갑자기 하루에 여섯끼씩 먹어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2010년 발표된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하루 515개의 식당이 새로 오픈하고 474개 식당이 문을 닫는 식당 전쟁터다. 
 
당신들이 연예인이란 특권적 지위를 이용해 업자랑 짜고 TV홍보에 매진하면 그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손님들을 길게 줄 세우겠지만 근처 상권에서 비슷한 아이템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은 줄어든 손님으로 생존에 위협을 느낀다.


이 때 이들의 선택은 주로 밥과 함께 양심을 파는 쪽이다. 질 낮은 식재료에 조미료 범벅을 해 손님 입속으로 투하해서라도 질기게 살아남아 내 가족을 부양(扶養)해야 한다. 돈이 좀 있는 식당이라면 프랜차이즈 업자들이랑 똑같이 홍보대행사에 전화해 ‘마케팅’ 작업에 들어간다. 600~1,500만 원 내고 TV에 출연해 TV맛집 사진과 플래카드 내걸고, 300~700만 원 내고 파워블로거를 동원해 구라 포스팅을 날리면 일단 손님은 늘어난다. 이 때 맛과 서비스가 웬만하면 말 그대로 대박을 노려볼 수도 있다. 

 
올해 <스타의 맛집>에 출연한 달인(達人) 김병만의 사례를 보자. 우리의 달인은 2월 26일 MBC <찾아라! 맛있는 TV> 스타의 맛집으로 ‘상하이 짬뽕’ 대학로점을 소개하며 짬뽕의 달인으로 큰 웃음을 주셨다. 달인께서는 3월 7일 프랜차이즈 ‘상하이 짬뽕’의 모델이자 CMO로 계약해 대학로 점의 점장이 되셨다. 
 
그들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달인은 진짜 이 집 짬뽕의 단골이라 우연히 방송에 나왔는데 이를 본 업체 관계자들이 모델과 CMO(Chief Menu Operator의 약자란다. 참 희안한 직함이다.)직을 제안해 계약하게 됐다는 거다. 다들 알리바이 만드느라 애썼다. But! 사실은 이렇다.

 
 


1. 상하이 짬뽕이란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론칭한 FC챌린지라는 회사가 이미 저가 짬뽕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은 ‘홍콩반점0410’에 비해 가맹점 확장 속도가 만족스럽지 않자 스타마케팅을 계획하고 홍보대행사와 계약해 모델 추천 및 방송과 파워블로거 작업에 들어간다.


2. 이미 다른 프랜차이즈 계약을 통해 땅 짚고 헤엄치는 쉬운 돈벌이에 맛을 들인 우리의 달인은 이들의 제안을 냉큼 받아들인다.


3. 요즘 제작진들의 섭외희망 1순위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우리의 달인은 출연료 200만 원에 스타의 맛집에 출연하시기로 못 이기는 척 응해주신다. (제작사가 달인과 프랜차이즈 업체에 속은 경우다.)


4. 시청률에 도움이 되는 달인의 출연에 MBC는 기뻐하며 아이템 컨펌을 내준다. 이 때 달인만 나와 주신다면 그가 소개하는 짬뽕의 품질은 중요하지 않다.


5. 토요일 오전 11시, 방송과 함께 모든 가맹점에 달인이 출연한 사진과 플래카드를 내걸면 점심 장사부터 대~박! 드디어 손님들이 줄을 서는 수고도 마다않고 우리 짬뽕에 충성심을 보여주시고, 옆 집 식당 주인은 점점 위산 분비가 촉진되면서 속이 쓰려온다.


6. 방송 8일 후 짬뽕의 달인 김병만 선생이 상하이 짬뽕의 모델과 CMO로 계약했다는 보도자료를 뿌리면 몇몇 인터넷 미디어는 토씨하나 다르지 않게 그대로 긁어 실어준다.


7. 한달 후 스타마케팅과 차별화된 가맹점 관리를 통해 업체당 매출액이 약 1.5배 늘었고 신규 가맹점을 대상으로 진행한 달인의 팬 사인회도 폭발적인 반응이란 보도자료를 뿌린다.


8. 홍보대행사가 관리하는 인터넷 미디어는 이번에도 보도자료를 그대로 긁어서 기사를 내주는데, 보통 이런 경우 프랜차이즈 가맹점 모집광고가 그 매체에 제공된다.


9. 방송과 기사를 접한 예비창업자들은 달인의 기적을 믿으며 상하이 짬뽕을 선택한다.


10. 상하이 짬뽕과 인접한 동네 반점들은 비싼 가맹비를 내고서라도 ‘상하이 짬뽕’이나 ‘홍콩반점0410’ 프랜차이즈에 가입할지 고민하면서 일단 재료비라도 줄여서 생존하기 위해 짬뽕에 MSG를 더 때려 넣는다.


(내가 이 모든 과정을 어떻게 아냐고? ‘달인 갈매기’란 식당 체인으로 프랜차이즈가 제공하는 쉬운 돈 맛을 본 우리의 달인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실지 궁금해서 계속 따라다녀 왔으니 잘 안다. 달인이 나오는 기자간담회가 있으면 꼭 참석해서 프랜차이즈와의 관계에 대해 물어보려고 일정을 체크해 왔는데 아쉽게도 <트루맛쇼>에 포함시키지 못했다. 이게 상하이 짬뽕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들은 홍콩반점0410이 미리 걸어간 그 길을 따라간거다.)


이게 연예인과 프랜차이즈가 방송을 통해 창조하는 놀라운 세계, 스타의 맛집이다. 어떤 프랜차이즈가 돈을 질러 연예인과 방송을 사면 순식간에 타락(墮落)의 연쇄반응이 나타난다. 만약 오직 맛과 정성으로 승부하는 양심적인 프랜차이즈 업체가 우리나라에 존재한다고 해보자. 별로 손님이 없던 옆집 상하이 짬뽕이 달인을 활용해 손님 줄 쫙 세우는 것 보고 양심적인 프랜차이즈 업체 가맹점 주인들이 가만히 있을까?


다른 프랜차이즈는 스타 마케팅으로 다들 대박 났는데 우리 본점은 뭐하냐고 항의가 빗발치면 부랴부랴 프랜차이즈와 계약 안 된 연예인 수배해서 과감하게 베팅할 수밖에 없다. 계약금 듬뿍 안겨주고 가맹점 하나 늘 때마다 식당들 돌며 팬 사인회 열어주고 로열티 개념으로 비싼 행사비 챙겨 준다. 
 
갤럭시탭 광고가 단발 행사라면 프랜차이즈와의 계약은 연금으로 받는 행사인 셈이다. 오죽했으면 KBS <개그콘서트>가 토요일엔 아무 연습도 녹화도 안 잡는 이유가 다들 프랜차이즈 행사 뛰러 다니기 바쁘기 때문이란 조크가 생겼겠는가.


외식업계 만악(萬惡)의 근원은 프랜차이즈다. 그들이 힙합‘전사’ 리쌍을 프랜차이즈 ‘업자’로 만들어 버렸다. 자칭 공영방송 MBC는 그 장사치들에게 좌판을 제공했다. 방송사는 그들의 뇌물로 제작비를 절감해 왔고 썩은 방송은 수많은 사람들을 연쇄적으로 타락시켰다. 
 
나는 SBS가 무슨 짓을 해도 놀랍지 않다. 건설업의 도전적인 좋은 문화는 다 버려두고 리베이트 문화만 달랑 들고 와 방송문화와 접목시킨 회사에서 무슨 선한 게 나겠는가? 그런 SBS의 노하우를 갈고 닦아서 더 교묘하게 돈만 쫓아온 국민의 방송 KBS에 뭘 기대하겠나?


근데 MBC! 너희도 왜 케이블의 길을 가는가? 협찬 없이는 공영방송도 불가능하다고? 이젠 유연해 져야 한다고? 시대가 바뀌었다고? 내가 보기에 변한 건 시대가 아니라 너희다. 방송 3사가 성전(聖殿)은 아니지만 나는 너희들의 좌판을 엎을 것이다. 시청자여, 당신들이 보는 건 진실이 아니다. 맛은 쇼다.




태풍이 휩쓸고 간 마을처럼 낙엽 진 가을처럼
지금 나의 마음처럼 모든 것이 변했다
나에겐 많은 돈과 큰 집이 생겼지만 엄마의 몸속에는 암이 생겼고...


-힙합전사와 프랜차이즈, 투잡 뛰느라 바쁜 리쌍 6집 ‘변해가네’ 노랫말 중에서.


 


* 글쓴이 김재환 감독(42)은 영화 <트루먼쇼>의 한국판 리얼리티 버전인 독립영화 <트루맛쇼>로 올해 큰 파문과 화제를 일으켰다. 1996년 MBC PD로 미디어에 입문, 5년 뒤 퇴사해 독립 제작사 B2E를 창업했다. <트루맛쇼>는 브로커와 홍보대행사 외주제작자, 방송사, 스타가 유착한 TV맛집의 허구를 통렬하게 폭로한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를 위해 일산에 직접 식당을 차려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TV맛집과 관련한 검은 비리를 본때있게 까발겼다. <트루맛쇼>는 지난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장편경쟁 부문 관객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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