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맛쇼’는 참 문제 많을 다큐다
방송사는 저작권을, 연예인은 초상권을 걸고넘어질 거고,
그 동안 방송 맛집으로 소개돼 영화를 누리던 식당들은
오직 ‘트루맛쇼’에서 찍은 식당만 돈 내고 출연했다고 주장할 거고,
맛집 방송 제작진들은 ‘트루맛쇼’에서 촬영했던 프로그램들만 조작된 건데
다 그런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名譽毁損)이라 펄쩍 뛸 거고,
방송 브로커 수첩에 적힌 수십 명의 작가들은
이승복 어린이처럼 “우린 그 브로커 몰라요~” 소리칠 거고,
인터넷에서 가짜 손님 동원한 것도 손님들이 워낙 밥 먹다 인터뷰하는 거 싫어하시니까
증거가 제시된 딱 300개 정도의 방송 프로그램에서만
손님들 식사하시다가 체하시지 않도록 마음 약한 제작진이 배려해서 세팅한 거고,
방송사들은 자신들이 충분한 제작비를 지급하고 있는데
무식한 제작사가 돈 더 벌겠다고 오버해서 영업 뛴 거라고 다 뒤집어 씌울 거고,
제대로 저널리즘 공부가 안 된 외주제작사 PD와 작가들이
잠시 뭐에 홀려 방송의 본질을 망각한 거라 해명할 거고,
외주제작국 회의실에 모든 제작사 대표 불러 모아서
“이러다 공멸한다” 협박하고 말 맞춘 다음에
역사적으로 늘 착취와 증오의 관계인 갑과 을,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대동단결(大同團結)해서
나와 ‘트루맛쇼’를 물어뜯을 거다.
아~ 큰 일 났다.
그럼 왜 이런 걸 만들었을까
아무리 문제 많을 다큐라지만
이렇게 코믹하고 황당(荒唐)한 상황을 나 혼자만 알고 있는 건
맛집 소개 방송을 사랑하시는 시청자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고,
또 애써 만들었는데 개봉 안 할 수도 없고,
암튼 웃음을 잃은 우리사회에 Big 웃음을 드리기 위해
이 한 몸 불살라 ‘트루맛쇼’를 만들었다.
자, 맘껏 소송해라.
가진 한도 내에서 다 물어줄게.
근데 나 괜찮을까
어머니는 나에게 늘 용감한 인생을 살라고 하셨지.
또 너무 나서지 말고 조용히 산책하며 살라고도 하셨어.
근데 용감해야 할 타이밍인지 조용히 살아야 할 타이밍인지 헷갈리면?
그 땐 대충 지르고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어. 버둥거려봐야 인생 별 것 없다고.
* 글쓴이 김재환 감독(42)은 영화 <트루먼쇼>의 한국판 리얼리티 버전인 독립영화 <트루맛쇼>로 올해 큰 파문과 화제를 일으켰다. 1996년 MBC PD로 미디어에 입문, 5년 뒤 퇴사해 독립 제작사 B2E를 창업했다. <트루맛쇼>는 브로커와 홍보대행사 외주제작자, 방송사, 스타가 유착한 TV맛집의 허구를 통렬하게 폭로한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를 위해 경기도 일산에 직접 식당을 차려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TV맛집과 관련한 검은 비리를 본때있게 까발겼다. <트루맛쇼>는 지난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장편경쟁 부문 관객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