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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간 치열한 수싸움의 배경

글쓴이 : 콘스탄틴 아스몰… 날짜 : 2018-06-01 (금) 19:47:53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은 6월의 가장 중요한 국제적 이벤트가 될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지난 목요일 트럼프 미대통령은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공개서한에서 “안타깝게도 최근 당신의 발언에서 보인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에 근거하면, 오랫동안 준비해 온 이번 회담이 열리기에는 지금은 부적절한 시기라고 느낀다”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썼다. 그런데 사실 많은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이런 유사한 사태가 벌어져서 모든 것이 끝나버리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왜 전문가들은 이렇게 회의적인 시선을 갖고 대했으며, 어떤 이유로 이런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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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사분기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랩 배틀을 연상시키는 험악한 언사 대결을 하면서 지나갔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병든 강아지’라고 불렀고 김정은은 트럼프를 향해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말했다. 금방이라고 전쟁이 터질 것 같이 화약 냄새가 풍겼고 갈수록 갈등이 커질 수 있는 전제조건들은 더욱 더 많아졌다.

 

북한 국민들의 편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그들은 자신들의 국가가 공격을 받을 위기에 있다고 느끼고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침략적인 의도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만이 그들의 주권을 지킬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이해된다. 한국의 국가 보안법에 따르면 북한은 국가가 아니라 한국 영토를 임시적으로 강탈한 단체이며, 더 중요한 것은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쉽게 말하면 한국이 북한을 대하는 태도는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를 바라보는 시선과 동일하다. 게다가 북한은 미국이 지정한 불량국가 목록에 포함되어 있어 그 나라를 배신해도 그것이 군사적 책략으로 여겨지고 그 나라를 이기기 위해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된다고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동맹국 중 몇 나라들은 북한보다 훨씬 더 불쾌한 기준에 지배받고 있다. 몇몇 아랍 국가들의 법률을 상기하기만 해도 이를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한국과 달리 북한은 적극적으로 도와줄 동맹국도 없다. 북한이 외세의 침공을 받을 경우, 중국도, 러시아는 더욱 더 공개적으로 북한을 지원할리 만무하다. 그러니 북한으로서는 알렉산드르 3세 황제 때의 러시아처럼 믿을 만한 친구는 오직 둘, 즉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 프로그램뿐이다. 여기서 논리는 매우 단순하다. 전략적 핵 군사력을 완비하기만 하면 북한을 지도에서 없애버리기 원하는 자들의 분노를 식혀줄 수 있다. 물론 미국과의 분쟁에서 북한은 승리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지만 미국을 이길 필요도 없다.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상당한 손실을 입힐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된다. 딱 까놓고 말하면 미국은 매드맥스의 속편처럼 북한 전 국토를 휩쓸어버릴 수 있다. 그러나 핵탄두, 행여 수소 폭탄을 탑재(搭載)한 미사일 하나만이라도 미국 본토를 타격할 경우, 이 전쟁은 미국의 승리라고 부를 수 없게 된다.

 

사실 이런 식으로 강대국들 간의 핵 억제력이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는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게 만드는 몇 가지 요인들이 있다. 첫째로 안보의 딜레마이다. 북한이 자기 방어를 위해 사용하는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우려를 불러일으켜, 끝없는 군비경쟁으로 치닫게 만든다. 둘째로 북한이 공식적으로 핵보유국에 가입할 경우, 이것은 핵확산 금지조약 체제를 타격할 뿐 아니라 10년간 수출입 금지 수준까지 대북 제재를 가하고도 핵을 포기하도록 하지 못한 유엔의 권위가 심각하게 떨어지게 만든다. 그런데 유엔의 권위와 5개의 초강대국만이 합법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한 상황이야 말로 세계질서의 중요한 구성요소 중의 하나이다. 바로 이 때문에, 서로 상반된 입장과 평가가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 미국은 북한이 새로운 핵 실험을 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제재안을 받아들였다.

 

특히 서방의 일반적인 대중적 의식에서 북한을 악의 화신(化身)으로 묘사하는 일반적인 수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한 때 미국 목사들은 특별 회의를 갖고 당시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일이 ‘적그리스도’인지 아닌지를 규명하고자 했다. 서방 세계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에게 북한은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악의 제국 모르도어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딕 체니 전 미부통령은 미국은 악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은 악을 이길 뿐이라고 말했었다. 이런 정도로 북한을 악의 화신으로 묘사하게 되면 트럼프가 아니라 어떤 대통령이라도, 클린턴이나 샌더스 또는 부시 3세가 대통령이 되었다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서 전쟁을 치를 것인지, 아니면 악마와 거래를 하는 것 같은 받아들일 수 없는 협상을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똑같은 딜레마에 부딪쳤을 것이다. 유일한 협상을 할 수 있는 경우는 북한이 무조건적으로 항복을 하는 경우였다. 결과적으로 트럼프는 결국은 언젠가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계속해서 대북 압력과 제재를 증가시켰다.

 

지역적인 긴장은 급속도로 커져서 거의 파국(破局)으로 치닫고 있었다. 결국 과거의 쿠바 위기 때처럼 상황이 해결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쿠바 위기 당시 상황은 거의 낭떠러지까지 다다랐는데, 적들이 결국 항복해서 데탕트가 이루어졌다. 이 모델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먼저 이해한 것은 북한이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한 편으로는 핵 프로그램이 완성되었다고 선언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남북관계가 완전히 경색(梗塞)되기 일보 직전에 있다면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첫 번째 제스처로 북한 선수단을 평창동계 올림픽에 파견할 것을 제안했다.

 

이때까지 남북은 주기적으로 대화 테이블로 서로를 초청했다. 그러나 북한이 대화 제의를 하면 한국은 이것이 북한의 계략이라면서, 먼저 북한이 진지한 대화 의사가 있음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다그쳤고, 진지하게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다음에야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한국이 대화를 제의하면 북한은 미국의 꼭두각시와 대화하고 논의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면서 거절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남북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 떨어졌다.

 

여기서 현재 한국의 대통령인 문재인이 어떤 인물인가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보통 그를 좌파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그가 전적인 우파가 아니라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에만 맞는 말이다. 그를 북한의 입장에 동조하는 사람으로 본다는 것은 아주 큰 실수이다. 다만 한국의 정당정치에서 좌파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북한과의 화해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다. 어쨌든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을 기꺼이 기쁘게 받아들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과정이 성공적임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평창동계 올림픽을 잘 치르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이 행사를 차질없이 방해받지 않고 치러야 했는데 북한 측의 제안은 김정은이 바로 개막식날 무엇인가를 폭발 시켜서 쇼를 도둑질하려는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증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올림픽에만 그치지 않았다. 남북은 고위급 대표단을 교환하고 그 후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그러면서 문대통령은 북한과의 화해가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아니며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여정(旅程)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니까 한반도 정세 변화는 북한의 호의 때문이 아니라 트럼프 미 대통령의 현명한 제재 정책 때문이라고 말한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한국 정부는 미국에 북한의 의도에 대해 있는 그대로 알려주지 않고 약간 수를 부렸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김정은이 아무런 예비 조건 없이 비핵화 용의가 있는 것처럼 들린다. 김정은 위원장 자신의 말을 들어보면 비핵화에 대한 조건을 거론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련도 한 때 비핵화에 찬성했다. 그러나 그 조건은 평화에 대한 위협이 사라질 경우에만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김정은도 북한이 억제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 자국의 핵 억제력을 폐기할 용의가 있다.

 

현재까지 김정은은 세계무대에 정상국가로 나설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조치들을 시행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 모든 조치가 대외적인 압력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자의적으로 결정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은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의 잠정 중단을 선언하고 스파이 행위와 불법적인 선교 활동 때문에 체제 위협 혐의로 억류된 3명의 미국인을 석방했고, 일본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언론인들이 보는 자리에서 핵 실험장을 폐쇄했다. 한 편으로 보면 이 모든 것은 매우 중요한 조치들이다. 그러나 사실상 김정은은 그에게는 별로 잃을 것이 없는 일들을 시행하고 있다. 풍계리 핵 실험장은 너무나 상태가 좋지 않아 어쨌든 폐쇄해야 할 지경이고, 아니면 폐쇄 행위가 속임수여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보기보다 훨씬 더 쉽게 복구할 수 있다고도 한다(바로 이 때문에 북한이 전문가들이 아니라 언론인들을 초청했을 수 있다). 미국인들을 석방한 것이야 특별히 문제 삼을 것이 없지만 핵실험 중지에 대해서 말한다면, 만약 핵 프로그램이 정말 완성되었으면 더 이상의 실험은 필요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북한이 자신들에게 그리 힘든 것이 아니라 해도 이런 양보들을 했는데도, 트럼프가 왜 정상회담을 취소했을까? 대답은 매우 간단하다. 미국이 원한 것은 더 많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원한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 뿐 아니라 모든 대량 살상 무기를 포기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비핵화는 검증할 수 있고 불가역적인 것이어야 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이 아무 것도 감추지 않는 것뿐 아니라 갑자기 정치적인 기조가 변하더라도 다시 핵무기를 제조할 가능성 자체를 없애는 것이었다. 그리고 1년, 최대로 잡아도 2년, 즉 트럼프의 대통령 임기 내에 이 일을 이루기 원했다.

 

이 후에야 미국은 북한에게 어떤 보상을 할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다. 보상으로는 주로 경제적인 원조, 투자, 평화 협정이 거론되었다. 실제로 이것은 리비아식 모델을 상기시킨다. 카다피는 당시 미국이 잘못한 모든 과거사를 다 불문에 부치고, 많은 것을 양보했다. 그러나 결국 리비아 식의 정치 체제인 자마히리야를 만들었던 최고 지도자 카다피가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는가는 누구나 다 기억하고 있다. 비핵화할 경우 김정은과 그 측근들에게도 비슷한 운명이 다가오지 않겠는가? 하는 질문이 모두에게 생겨난다.

북한은 비핵화는 단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매 단계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즉각적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간주한다. 예를 들어 핵미사일 실험 중지에 대해 어느 정도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북한은 보장을 원하며, 이전에 합의 노력들이 약속한 의무 사항들의 불이행과 갑작스런 협약 조건 재검토로 끝나던 상황들을 잘 기억하고 있다. 물론 미국 쪽에서는 지난 25년간 북한이 자신들의 코를 꿰어 끌고 다녔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말이다.

 

미국의 관점에서는 이런 북한의 접근 방식이 첫째로는 시간을 벌어서 북한 경제가 제재로 인한 어려움에 익숙해지도록 하려는 것이고, 둘째로는 트럼프가 재선을 못할 경우 그 다음 차기 대통령은 그 보다는 덜 강경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니 김정은의 무조건 항복이 없이 북미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트럼프의 패배이다. 미국 대통령이 미국 국내 여론이 악의 세력에 대해 무조건적인 승리를 거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들지 못하면, 반대파들은 이번 실패를 기화로 트럼프를 무너뜨리고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여러 가지 양보를 할 수도 있다. 핵실험 잠정 중단을 받아들이고, 김정은이 반미적인 언사를 자제하도록 의무를 지우고, 미중관계가 악화될 경우 북한은 중립을 지키도록 하는 비밀 합의를 하고, 그 대가로 새로운 제재안은 도입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미국 측에서 도발(挑發)을 하지 않기로 하며, 한국전 종전 선언 및 평화조약 체결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상당히 오래 동안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태를 조절할 수 있으며 남북 화해 과정을 지속하도록 기회를 줄 수 있고 점차적인 데탕트를 위한 조건을 조성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알게 된 대로 이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북미정상회담 성과가 어떤 것이면 이 회담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은 더 이상 실제적인 의미가 없게 되었다. 정상회담 성과를 논하는 글을 거의 다 끝냈을 때 번개같이 갑작스런 소식이 다가왔다.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 것이다. 먼저 험악한 언사로 포문을 연 것은 북한이다. 대미 관계 업무를 맡은 외무성 관리들이 펜스 부통령과 볼턴 국가안보 보좌관을 공격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미국이 계속해서 일방적인 압력을 가하고 북한의 호의를 무시하는 정책을 구사할 경우,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미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재고하도록 권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 성명들로 인해 미국 국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필요한가 다시금 회의론과 논쟁이 일었다. 그 후 트럼프 미대통령이 직접 김정은 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써서 미국 수뇌부에 대한 북한의 언사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미대통령에게는 제일 먼저 중요한 것이 먼저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는 것이었다. 만약 북한이 정말로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무효화 하고자 한다면 이것은 트럼프에게는 큰 모욕이 될 것이었다. 사실 정말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면 미국이 아닌 북한이 합의를 지킬 능력이 없는 자격 없는 국가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타협안을 찾지 않고 정상회담을 취소해버려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정상회담이면 하지 않겠다면서 합의를 깨는 괴퍅한 믿을 수 없는 정치인으로 비쳐지게 되었다.

 

앞으로의 상황은 어떻게 될까? 한 순간에 정세가 역전되어 작년 말에 있던 위기 상황으로 치달을 리는 만무하다. 얼마 동안 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대화 모드가 타성적으로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까지 펼쳐온 평화 기조 정책을 계속하도록 설득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 어떤 시나리오로 한반도 상황이 전개되든 간에 한반도 정세는 계속해서 세계 정치가들과 정치 분석가들, 군사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

 

 

글=콘스탄틴 아스몰로프 러시아 극동연구소 한반도연구센터 선임연구원 | 러시아주간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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