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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의 깐느 칼로비바리에서 (1)

신예 임대형감독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글쓴이 : 클레어 함 날짜 : 2017-07-14 (금) 08:02:14

신예 임대형감독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by Claire 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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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의 깐느’라고 불리는 칼로비바리국제영화제 (Karlovy Vary International Film Festival)는 해마다 한여름에 아름다운 체코의 온천도시(溫泉都市), 칼로비바리에서 시민들과 어울려 큰 축제분위기로 열린다.  칼스바드 (Carlsbad) 라고도 불리는 이 작은 도시는 체코의 서부 보헤미아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수많은 자연 온천으로 이미 19세기부터 인기가 많은 리조트다.

 

한국의 부산영화제가 그해 아시아 영화를 처음 소개하는 관문(關門) 역할을 하듯이, 중앙 유럽 및 동유럽 지역의 많은 영화인들도 본인의 작품들을 여기서 프리미어하는 것을 대단한 영예로 여기고 있다. 물론, 관객들을 위한 영화제가 주요 행사이기도 하기만, 아울러, 배급사나 영화제 프로그래머, 프로듀서등 영화 관계자들을 위한 다양한 업계관련 세미나와 컨퍼런스등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다음 기사 참조).


거의 십년만에 영화제를 다시 찾은 나는 지난 시간동안 성장한 영화제의 규모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산골짜기에서 열리는 영화제의 개막식과 각종 행사에 할리우드 스타들이 넘쳐나는 것이 놀라웠다. 아마 그들도 칼로비바리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외진 곳이 주는 사생활보호가 나름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상상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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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52회를 맞는 칼로비바리영화제는 총 207편을 상영하는데, 일부 상업영화나 블록버스터 이외에는, 작가주의 및 아트하우스 극영화들이 주를 이룬다. 호기심에 프로그램을 펼쳐 한국 영화들을 찾아보니, 홍상수 감독의 <그 후>와 신예 임대형 감독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라는 작품 두 편이 눈에 들어왔다. 홍상수 감독은 이미 유럽 영화계에서 널리 알려진 유명한 감독이라 놀랍진 않았지만, 독립영화들만 전문적으로 배급하는 인디스토리의 영화도 초청되었다는 것이 다소 의외였다.

후자는 아마도 헬조선의 우울한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이겠거니 싶어서, 내딴에는 혹시라도 관객이 텅빈 아쉬운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나라도 가서 응원하겠다고 노파심에 매표소를 미리 찾았는데 놀랍게도 이미 매진이었다. 자세히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니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 권위가 있는 버라이어티 (Variety) 신문의 평론가들이 초청한 섹션에 소개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미 작품성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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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연출한 임대형(31) 감독을 직접 만나보고 대화를 나누고 싶었으나, 그의 출장 일정은 나와 엇갈렸다. 다행히, 내 일정을 늦출 수 있게 되어, 그의 영화를 현지에서 관람하는 행운을 얻었다. 어렵게 만난 임감독과 그의 작품은 기다렸던 보람이 있게 너무 매혹적이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흑백영화로 촬영했을뿐 아니라, 귀여운 찰리 채플린 패러디에, 언어 장벽을 초월한 임감독의 블랙 유머. 저예산에도 불구하고 짐자무쉬 감독의 영화를 연상시키는 세련된 영상미 등 어느 것 하나 뒤쳐진 것이 없는 참으로 훌륭한 인디영화였다. 앞으로 그가 이어갈 눈부신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 장편 감독으로 데뷔한 후, 칼로리바리국제영화제에 처음 온 소감은? 다른 영화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작은 시골에서 열리는 영화제라고 하기에는 예상보다 규모가 커서 놀랐다. 마을 전체가 축제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찾아오는 관객들의 영화 감상에 대한 의욕이 엄청났기에 또 놀랐다.

 

카를로비바리영화제가 다른 영화제와 다르다고 느꼈던 점은 영화제 주변의 자연환경이 무척 좋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경쟁 부문 상영이 아니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별로 없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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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로서는 드물게, 영화상영중 현지 외국인 관객들이 많이 웃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부산영화제에서도 한국 관객들이 비슷한 반응을 보였나. 본인의 유머감각이 유럽인의 감성에도 잘 맞을 거라고 예상했나?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공개한 이후로 영화를 상영할 때마다, 한국 관객들보다 해외 관객들이 더 많이 웃는다는 인상을 받긴 했으나, 원래 일반 관객들보다 영화제 관객들이 영화에 대해 더 열려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 이전에 어떤 단편 작업을 했는지 궁금하다. 간단히 소개해달라.

 

"<레몬타임> (2012)이라는 단편과, <만일의 세계> (2014)라는 단편이 있다. 모두 한국에서 영화학교를 다니면서 찍은 단편영화들이고, 한국의 각종 영화제에서 상영을 했다. 강도(强度)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처럼 다소 어두운 유머가 있는 코미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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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의 연출의도라면?

"나는 우리가 지나온 과거의 어떤 시간과 공간을 회복시켜 보고 싶었다. 이제는 낡았다거나 감상적이라는 오명 아래 외면 받는 몇 가지 중요한 인간적 감정과 의식들을 복귀시켜보고 싶었다. 그것들을 일컬어 '낭만'이라 호명해도 좋다. 산업화시기에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세대. 영화의 주인공인 '모금산'은 그 모순의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닥쳐온 죽음의 위기 앞에서 갑작스럽게 생의 감각을 되찾는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생의 감각은 어쩐지 현대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어딘가 촌스럽고, 부자연스러우며,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쿨'한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를 지켜보면서 단지 냉소를 할 수도, 어쩌면 약간의 감동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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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내용에 자전적인 요소가 있는지. 특별한 스토리의 모티브가 있다면?

 

"원래 이발사였던 아버지의 직업을 참고하여 주인공 캐릭터 모금산의 직업을 이발사로 선택했다는 점 외에는 딱히 자저적(自傳的)인 요소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아무래도, 내가 아는 것들을 바탕으로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나의 경험들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고 말할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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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을 커트 보네커트 (Kurt Vonnegut) 작가의 'God Bless You, Mr. Rosewater'라는 작품에 헌사(獻辭)하고 싶다고 들었는데 어떤 의미에서인지 궁금하다.

 

"커트 보네거트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다. 그래서, 처음 이 영화의 제목은 <God Bless You, Mr. Mo>로 정했었다. 한 남자의 일생을 짧은 시간동안 조망(眺望)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 흑백영화나 무성영화를 좋아하나. 흑백영화로 촬영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평소 흑백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갖고 있었기에 이참에 시도해보기로 했다. 촬영 과정에서도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다양한 색들이 영화의 정서를 해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색을 빼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아울러, 미적으로 통일감을 주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다. 오히려, 칼라 작업을 할 때보다 더 품이 많이 들어갔던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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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의 스타일이나 분위기가 짐 자무쉬 감독의 작품세계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평소에 이 감독을 좋아하나.

 

"짐 자무쉬 감독은 제가 좋아하는 감독이고, 저는 그의 전작주의자이지만, 작품 세계가 비슷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비유해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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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예산의 독립영화인데도 불구하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고급스럽고 세련되어서 놀랍다. 특히, 부친의 서울 방문 장면에서 보여주는 서울 거리의 롱테이크가 독특했다. 촬영감독과의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하나. 미리 백프로 계획을 세우고 하는지, 현장 분위기에 맞춰서 즉흥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는지.

 

"감사하다. 우리 촬영감독이 모든 쇼트를 정성들여 촬영해주셨다. 모니터를 흑백으로 돌려놓고 봤기 때문에 촬영 뿐만 아니라 조명 역시 섬세한 작업이었다. 훌륭한 촬영감독과 조명감독을 만난 덕분이다. 나는 촬영 전에 완벽히 계획을 세우고 들어가는 방법을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현장에서의 수많은 우연들과 변수들 역시 어느 정도 대비를 해둬야 안정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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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속의 또다른 영화라는 구조가 흥미롭고, 재밌는데 시나리오 쓰는 과정은 어땠는지.

 

"무성영화의 스토리를 먼저 구상했고, 그 스토리에 살을 붙여가면서 이 이야기를 완성했다. 사실, 영화 속의 영화라는 구조는 이미 다른 많은 영화들에서 소비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나에게 유리한 선택은 아니었다. 이 영화는 메타 영화다. 나에게 있어서 중요했던 부분은, 영화 속의 영화라는 구조라기보다는, 그런 구조를 활용하여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이 어딘가 하는 부분이었다. 이 구조를 활용하여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 본질적인 접근을 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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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장편영화라 제작비 마련이 수월하지 않았을 것 같다. 부산영화제에서 후반작업 지원을 받은 것 이외에, 영진위나 다른 단체를 통해 지원을 받는 통로가 있었는지.

 

"이 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제작지원사업, 충남영상위원회의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사업, 금산군청의 로케이션지원을 받았다. 후반작업과정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 ACF의 후반제작지원 사업에 당선되어 D.I 비용, 사운드 믹싱 과정에서의 Foley(효과음녹음) 비용을 제외한 비용, 영어 자막 번역 비용을 지원받아 완성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에 감독과 제작자의 사비도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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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독립영화 발전을 위해 새로운 정부 (영진위)에게 꼭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제 한국에서도 영화 스태프들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스태프들에게 적당한 임금을 줄 수 있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상업영화 현장에서부터 점점 그렇게 바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저예산, 혹은 독립영화진영에서는 스태프들에게 적당한 임금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더 많은 비용의 제작비(지원금)이 필요하다고 본다."

 

- 한국에서의 개봉 계획은?

"현재 인디스토리에서 배급을 맡아 12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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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하는 차기작이 있는지

 

"한국의 항구도시와 일본의 홋카이도 지역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시나리오 초고가 나온 상태고, 영진위의 국제제작지원사업을 통해 시나리오를 일본어로 번역하여 일본의 영화인들과 함께 시나리오를 발전시키는 중이다. 엄마와 딸의 로드무비이고, LGBT 영화다.

 

한편, 장르 영화의 시나리오도 구상 중이다. 두 편 중 먼저 찍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영화를 먼저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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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클레어 함 칼럼니스트/ 프로듀서/ 인권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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